나란놈이란 [474236] · MS 2013 · 쪽지

2014-05-07 19:44:58
조회수 2,297

공황장애에 관한 글을 썼던 분이 있었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551519

공황장애 그것.
진짜 초기에 치료하면 공포를 알아가기 전단계에서 쉽게 완치할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단계를 넘어서는 순간

정말 힘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된 싸움이 되는 그런 병을
전 중고등학교를 제외한 학창시절과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네요..

근데 정작 중요한것은 제가 커감에 따라 이 아이도 같이 커진다는 것이죠.
제가 성숙해지고 깊은 사고를 함에 따라 이 아이도 그렇게 만들게 되더라고요..
아니 결국 제 자신이 이 병을 더 심하게 무섭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정말 한땐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서 점차 사람많은곳가면 답답해지고 쓰러질것같고 어지럽고 중심을 못잡고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혈압도 높아지고..
증상들이 하나 둘 씩 늘기 시작했고 발전해갔습니다.

이것을 수능 끝나고 다시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의식하기 전에 몸이 생리학적 반응을 기억해서 먼저 반응합니다. 세포하나하나가 기억속에 반응하는거죠.
정말 이게 더 미칠것같습니다. 정말 예민한 성격탓에 마른 몸이지만, 혈압이 150이상 넘어가고 맥박도 140정도로 뛰며 어지럽고 붕뜬느낌과 이석이 빠져서 하늘이 해롱해롱 거리는건지모를정도로 헤롱거림과 몸이 짜릿한 전기를 맞는 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답답한 것은 기본이고,
 pvc apc도 같이 올경우는 부정맥 때문에 죽는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들 더 악화 시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세상에서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느낌을 말이죠..
 이젠 익숙해질때도 되었는데
언제나 공황발작은 저를 힘들게 합니다.

탐구와 호기심을 좋아하는 못난 성격탓에 의학적으로 계속 알아보았고, 그게 불씨가 되어 이 아이를 더 빠르게 자라나는 촉매역할을 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이 아이가 저에게 정말 많은 고통을 주었지만, 이 아이를 통해
전 의대로 진학을 생각했고, 정말 의학 자체가 아름답고 멋진 학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를 보다 성숙하게, 많은 생각을 하게, 삶과 죽음 그리고 사회라는 틀을 다른 시각과 다른 느낌으로 보여준것엔 고맙습니다. 그러나 이젠 정말 작별을 하고 싶습니다.

쉽게 공부하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남들이 쉽게 집중하고 공부할 시간을 전 머릿속으로 수 많은 변수와 그에 대한 계산등으로 허비한 시간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아이가 왔다 간 이후 정말 자괴감이 심하게 들며,힘들어 삶을 포기할생각도 시도도 여러번 했었지만, 간신히 버텨온게 벌써 14년도가 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아직 진행중입니다.

의대를 왜 그렇게 오고 싶냐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정말 의학 자체를 배우고 싶어서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쓰러지고 넘어지고 무서워 걷지도 못하는 세월동안 간신히 목발짚고 걸어왔습니다.

제가 잘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병과 같이 가며 수도 없이 울었던 힘든세월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승리를 이룰것이란 확신을 낮아진 자존감에 억지로라도 넣고 싶은 하룬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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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tro Boy · 502376 · 14/05/07 20:17 · MS 2014

    응원합니다.

  • ♰하느 · 346903 · 14/05/07 20:55 · MS 2010

    화이팅

  • 고대가쟝 · 499506 · 14/05/08 01:18 · MS 2014

    공황장애 저도 예전에 잠시 겪어봤지만! 진짜 몸도 마음도힘든ㅠ 의대응원합니다.. 완쾌하셨음 좋겠어요

  • 문과새내기 · 425514 · 14/05/08 22:48 · MS 2012

    저도 수능 끝난 뒤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면서 집 밖을 제대로 돌아다닐 수 없었어요. 백화점, 버스, 지하 공간이나 지하철은 특히 최악이었고 몸 컨디션에 따라 짧은 거리나 다른 사람이 동행한 상태에서는 돌아다닐 수있었지만 혼자 돌아다니기까진 5~6개월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직 지하철과 동네를 벗어날 땐 많이 무섭지만요ㅎㅎ정말 저를 죽일듯 달려들었던 증상이지만 저도 이걸 기회로 삼으려고 해요. 문밖 출입을 할 수 없었기에 마음에 안 드는 대학도 재수의지가 어떻든 간에 휴학을 했어야 했고 쉬면서 반 년 동안 공부를 쉬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다시 수능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세네시간이나마 조금씩 공부한지 3주 정도 됐어요ㅎㅎ이젠 문 밖으로 나서서 공부하는 걸 시도해 보려고 해요. 님도 저도 당당하게 인간승리 이루고 자존감 높여서 원하는 목표 이뤘으면 해요!!

  • 낙성대인 · 676746 · 16/07/26 00:29 · MS 2016

    꼭 이겨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