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시발 다 좆같다 [1006934] · MS 2020 · 쪽지

2021-12-07 02: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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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형 정시파이터’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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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남들과 같은 화려한 수시파이터였다. 

남들처럼 학원을 다니고 소위 '시험대비기간'이라고 불리는 시간 속에 살아가면서 작년도,제작년도 시험기출을 풀어보며 품위를 지키고 쎈,오투들과 같은 내신용 문제집으로 격식을 차리는 바로 '귀족 수시파이터'였던 것이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섣부른 고2,미적,기하 등 선핵학습은 미뤄두고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만 집중했을 정도로 나는 그 누구보다 내신에 진심이였다. 

그리고 몇 개월동안 준비했던 중간고사날이 오고 나는 그렇게 시험을 망쳤다. 

수학 92점에 3등급 영어 91점에 4등급이라는 점수와 상반되는 말도 안되는 등급을 맞고 나는 절망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나는 다가오는 1학기 기말고사 한달전 모든 학원을 다 끊어버리고 독학으로 시험대비를 했다. 

그리고 기말고사는 평균 7등급이 떴다. 현실을 부정했던 것이였다. 대학에서 1,2,3학년 내신성적을 보는 비중이 똑같아 지면서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수능' 따위가 내 머리속에 얼씬 거렸다. 서점에 가면 자습서,평가문제집만 샀던 진성 '귀족 수시파이터'인 내가 저기 저 음지에 있는  그 들어만 봤던 '정시파이터'가 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허나 나는 '수시파이터'라는 자리에서 내려와 '정시파이터'라는 명패를 달 수 없었기에 초가챠 상승곡선을 준비했다. 

그리고 나는 8등급이 떴다. 나는 준비하지도 못한 채 정시파이터라는 명패를 달게 되었다. 

그것도 선택형 정시파이터가 아닌 '생존형 정시파이터'였던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나는 외롭고 고독한 '정시파이터'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음지로 내려오고 약 5개월 째. 자습서와 평가문제집들은 인강교재와 모의고사 기출문제집으로 대체되었고 낮은 등급의 내신성적표는 이제 나에게 아무런 타격감도 주지 않는다. 

가끔씩 나는 내가 '수시 파이터'였을 때가 그립다. 

그러나 올라갈 수 없는 처지이기에 내 이 답답한 마음을 글로 잠시나마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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