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흰올빼미 [1038032] · MS 2021 · 쪽지

2021-12-05 10:29:31
조회수 598

근데 오히려 고3됐다고 생각하니까 행복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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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중3때부터 내가 예민해서인지 

입시하면서부터 확 우울해졌고

합격하면 좋을 줄 알았는데 좋은 것도 없었고

위험한 생각도 많이 하고 위험한 짓도 좀 하면서

고등학교 2년 반정도를 잔잔한 우울감 속에서 보냄


그냥 순간 소나기처럼 쏟아져서 푹 적시는 그런 우울이 아니라

가랑비처럼 똑똑 떨어지다가 가끔 멎기도 하고 가끔 구름이 걷히는 날도 있어서 비가 오는지 내가 젖는지도 모르고

언제나 약간 젖어있는 상태로 약간 가벼운 감기에 걸린 상태로

진짜 소나기 맞고 독하게 아파서 쓰러지는 사람들 보면

아파서 꼼짝 못할 정도도 아니고 난 괜찮네 이정도 비는 항상 그렇게 가볍게 코 훌쩍이면서 보냈던 거 같음 

그냥 가끔 찾아오는 우울이랑 내 비정상적인 행동들도

부모님조차 눈치 못 채실 정도로 남들은 몰랐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함


근데 오히려 수능 끝나고 진짜 다음은 나구나 싶고

주변 사람들 다 고3됐다면서 점점 주위에 관심 끊고 공부하고 주위가 고요해지니까 왠지 더 편안해짐

원래 겨울에 가장 우울하고 힘들었는데 겨울이 왔는데도 작년 제작년보다 훨씬 견딜만하고

날 힘들게 하던 사람들이 이제 자기 일로 바빠져서 나한테 영향을 끼칠 시간이 줄어들고 나도 고3이라는 이름 하에서는 진짜 조용하고 무심한 사람이 되어도 된다는게 일종의 면죄부같음

말을 좀 적게 해도 주변에 신경을 덜 써줘도 표정관리를 안해도 그냥 고3이라 힘들구나 이 한마디로 쎄하다 변했다 이런 온갖 말도 안되는 추측이서 벗어날 수 있고


아침 6시쯤 일어나서 등교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친구랑만 밥먹고 교실에 앉아서 하루에 정말 다섯 마디도 할까 말까 하면서 밤 11시까지 야자 하다가 기숙사 들가고 조금 공부하다 1시 좀 넘어서 일찍 자고 그러니까 진짜 스트레스 받을 일이 확 줄어버림 


공부로 막연하고 힘든거 당연히 있지만

노력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으니까

그리고 다들 같은 주제로 힘들어하고 고민하니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감당조차 안되는 우울감이랑 스트레스들보다는 훨씬 순한맛이더라 


이건 좀 나쁜 생각이지만 다들 행복하고 화기애애한 사이에서 나 혼자 우울감에 죽을만큼 힘든데 같이 화기애애할때보다는 다같이 힘들고 칙칙해지니까 그 사이에서 나도 묻어갈 수 있어서 좀 편해짐 그냥 나 혼자 이상한게 아니구나 싶어서 ㅎ..


그냥 주어진 공부만 열심히 해내면 되고 잠 조금 자고 좀 덜 놀고 덜 쉬고 내 욕심이나 그런 욕구만 줄이면 어쨌든 길이 보이는 그런거니까

물론 힘든거 알고 나도 공부하기 개시름^^ ㄹㅇ 안 할 수 잇는 방법 알면 좀 안하고 싶음 ㅎ...

근데 어쨌든 편함 이런 정해진 거 안에서 살아가는게 적성에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너무 우울한 상황에서 오히려 나한테는 이게 약인듯


아침에 공부하다가 그냥 현타와서 적어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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