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맥주 [1088100] · MS 2021 · 쪽지

2021-12-04 01:09:13
조회수 21,865

모교 다녀온 썰 + 메가패스 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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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취르비... 는 아니고 한잔 한 상태에서 쓰는 글이라

두서가 없어도 이해 부탁드려요 ㅠㅠㅠ 눈도 퉁퉁 부어서...


음... 어디서부터 말해야 좋을까요, 


사실은 수험생들 고민상담 해 주는 일을 워낙 좋아하는 바람에

매년 모교에서 알음알음 잊지 않고 연락해 주는 아가들이 있었거든요.

주로 수능 끝나고 나서 연락이 오는데

그러면 논술 대비나, 입시 관련 마음가짐이나, 재수 준비하는 학생들 멘탈 잡아주는

이런 덕담 같은 얘기 (막 실질적으로 공부가르쳐주고 그런 건 잘 못하니까) 하러 가고 그랬었어요.


딱 두 번 예외가 인턴 때랑 아기 가진 해였었는데

그 두 번은 몸이 너무 힘들어서, 당시 입시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둔 후배님들께 부탁드렸었어요.

근데, 그 두 번 빠진 게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걸린 일인데, 내 몸 좀 힘들다고 이렇게 쉽게 다른 사람들한테 맡겨도 되나...

(물론 저보다 더 훌륭한 친구들이지만...)

그래서 그 해들만 빠지고 그 다음해부터는 연락 오면 다시 열심히 나가서 힘 닿는 대로 조언해 주고 그랬는데


올해는 마침 사촌동생을 도와 주려고 문제도 나름? 열심히 풀었겠다

6평, 9평 끝났을 때도 찾아가서 출제경향도 허접하게나마 같이 분석해 보고,

아가들이 저도 생각지 못한 좋은 풀이들을 들고 나와서 내심 뿌듯해 하기도 하고...

서로 수능 끝나고 웃으면서 만나자!면서 으쌰으쌰 하고 헤어졌었는데


마침내 수능 끝나기로 다시 만나기로 한 오늘(아 이제 어제네요)이 된 거죠.

예상은 했지만... 분위기가 너무너무너무 안 좋은 거에요.


태연하게 웃으면서 시험 잘 봤냐고 물어 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말이 안 나오고

일단 국어 시험지를 꺼내서 같이 풀어 볼 문제를 받는데, 4 5 6 7 8 10 11 12 13 14 15 16...


경제 13번에서 B국에 대한 C국의 경상 수지가 개선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다들 표정들이 '그걸 시험장에서 어떻게 생각해요 그게 어떻게 국어인데요' 이런 반응이고

너무 마음아팠던 건, 6월 9월 딱 두 번 만났지만 정말 예의도 바르고 귀엽다고 생각했던 두 아가들이

스카이뷰 카메라 문제를 설명하고 있는데

차마 칠판을 보지 못하고 그냥 책상에 엎드려서 울고 있는 거에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까 저도 그만 멘탈이 터져버려서 ㅠㅠㅠ

학창시절에 본인 시험 망쳐도 그냥 생글생글 웃고 넘기는 타입이었는데

애들 앞에서 그냥 펑펑 울어버렸어요

언제라도 이렇게 갑자기 작년처럼 어렵게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방심하지 말자고 경고를 했어야 했는데, 너무 미안하다고

아니 사실 아기 키우느라 바빠서 작년 언어가 어려운 것도 그냥 잊고 살아버렸다고

너희한테는 인생이 걸린 일인데, 도와준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언니 마음이 너희 수험생들만큼 절실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그래도 혹시 내년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아가들이 있으면

그때는 진짜 언니도 말로만 아니라, 1년만이라도 정말 수험생 십분의 일만큼이라도 노력해보고

같이 고민해보고 도와주겠다고 뭐 그랬었네요



암튼 그러고 나서 좀 마음이 다스려져서

(그리고 하도 언어에서 시간을 다 보내고 나니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서)

수학이랑 과탐 좀 같이 풀다가 돌아왔습니당!!



그리고 아가들이랑 약속한 대로 

내년에는 좀 더 수능에 대한 감을 좀 잡고 조언을 하든 말든 해야 할 것 같아서

집에 오자마자 메가패스를 질렀어요..

사실은 국어도 국어지만

수능 수학 22번을 푸는데 삼차함수 비율관계를 안 쓰고 풀었더니

아가들이 너무 놀려서.... ㅎㅎㅎㅎ '언니/누나 그렇게 해서 100분 안에 풀 수 있어요?' ㅠㅠㅠ

그리고 과탐도 옛날 4과목 보던 시절에 비해 난이도가 너무 올라가서

도저히 과거의 지식으로는 시간 안에 풀 수가 없네요!



저번 글도 그렇고 자꾸 수능 난이도 가지고 징징거리는 글이 되어서 너무 죄송해요

사실 불수능이 물수능보다 (실수 한두개 해도 등급에 지장없으니까) 훨씬 더 좋은 건 맞는데,,,,

막상 또 아가들 우는 모습 보니까 마음이 약해져 버려서....

사실 오르비언 분들처럼 최상위권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지금 속으로는 웃고 있는 거 맞죠? 맞겠...죠? ㅠㅠㅎㅎ



아잇 모르겠다 얼른 자야겠어요

술맛 좋네요

우리 내년에는 같이 열심히 공부해요~~~~^^%& 난 환급 못받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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