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 [495790] · MS 2014 (수정됨) · 쪽지

2021-11-25 16:36:37
조회수 7,598

국가가 그만 두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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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22교육과정 개정 예비안이 공개 되었습니다. 시대에 알맞는 교육정책을 위해 교과과목 이수학점 축소까지는 이해가 됩니다. 전반적으로는 그리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정보교육과 시사/교양에 대한 교육 확대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나 정치와 법, 경제, 한국지리, 윤리와 사상 선택과목제요? 정말 어이 없고 황망할 따름입니다.


한국지리는 정치와 법과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해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발이라도 담가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과목이었습니다.


지리 선생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으나, 저는 그동안 세계지리가 훨씬 연구가 재미있다고 느꼈음에도 

현행 세계지리와 세계지리라는 과목 특성상 유베이스와 노베이스 차이가 나기 쉬운 과목이며, 변별이 되지 않아 사실상  경도 위도 암기 과목으로 변질되는 것을 보고 저는 한국지리에 훨씬 많은 애정을 쏟았습니다.


적어도 수도권/대도시 과밀화가 심해지는 것을 넘어서 거의 터지고 있는 마당에,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다양한 지역들에 대해서, 기후에 대해서, 산업과 에너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자연적 밑바탕들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적어지는게 과연 학생들의 교육적 측면에서 좋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지리에 너무나도 많은 애정을 쏟아내왔던 것은 저를 봐오셨던 분들 모두 다 아실겁니다.


그러나 2022 교육과정 상 2026~7년쯤에는 한국지리는 한국지리탐구라는 과목으로 통폐합 되어 선택과목이 되어버립니다. 쉽게 말하면 고등생~N수생 여러분들이 고교시절 선택했던 '사회문제탐구'라는 과목화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2028학년도 수능 쯤에는 수능과목 폐지가 유력합니다. 만약 있더라고 하더라도 선호도는 떨어질 것이며

아마 제 예상으로는 일반선택 과목이 4과목이 되니 절대평가 혹은 바칼로레아식 서술형 수능평가 도입의 제물이 될 것 같습니다. 4과목 수능 변별이 되련지는 저는 모르겠습니다.


4년간 한국지리 컨텐츠에 열정을 쏟았고, 내년에도 쏟기 위해서 준비중이었습니다. 암담합니다. 본격적으로 사회탐구를 전업으로 가르치게 되었을 때, 가장 가르치고 싶었던 통합사회를 가르칠 예정이었으나 가르치더라도 제 뿌리인 한국지리는 제가 교육업을 하지 않게 되는 그전날까지도 자신 있게 가르치고 싶었던 과목입니다.


그러나 교육정책 변화가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마 2022~2023년 쯔음 다음 버전의 수능이 윤곽이 잡혀봐야 알겠지만, 이대로 그냥 축소가 된다면 아마 수년 내에 저는 사회탐구를 연구하고 컨텐츠를 만들고, 가르치는 일은 그만 두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다가 그냥 전공 살려서 영어를 가르치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영어를 충분히 가르치고도 남을 실력임은 자부할 수 있지만, 솔직히 아직까지는 한국지리라는 과목만큼 영어라는 과목에 애정을 쏟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간 저는 제 미래에 대해 정말로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로 애정하는 '수능 사회탐구'의 완전한 축소가 유력한 상황에서 불확실성 속에 지속적으로 일하기는 솔직히 너무나도 힘들 것 같습니다. 정말 유감입니다.


가뜩이나 인구절벽/ 교육과정 변화/ 축소 정책 등 많은 거시적인 부분들이 제 앞길을 막고 있음에도 레드 오션에도 뛰어들고 싶은 마음에 묵묵히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젠 앞길을 장애물로 막는게 아니라 아예 미래가 없게 벽을 쳐놔버렸네요. 


그래도 적어도 제가 여기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한국지리와 관련된 컨텐츠 배포나 교재 출판 등을 위해서 노력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적어도 수능에서 한국지리가 주요 선택과목으로 남아있는 한, QnA라도 받도록 하겠습니다.


황당하고 억울해서 오늘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rare-황족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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