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우 [988863]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1-09-18 01: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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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구체적인 이상형 (빨간색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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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우, 그는 재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좋은 대학에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한 평범하고 평범한 스물 한 살의, 성인이라기보다 아직은 미성년자에 가까운 순결한 소년이다.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혈액 한 알 각각이 모두 느껴질 정도로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과 함께 들어간 캠퍼스 안. 몇 번의 발걸음을 내딛었을까? 누군가 그의 옆을 치받았다.


"크읏,, 아프다고 젠장..!"


설렘을 안고 내 몸을 휘젓던 선홍빛 혈액들이 곧 적갈색으로, 어두컴컴하니 시뻘겋게 변하는 듯 했다.


"어이- 두 눈은 뜨고 다니는거.."


누가 첫 눈에 반하였다는 말을 만들어냈을까. 참 부질없는 말들이며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인연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그의 두뇌 속은 곧 그녀의 앙증맞고 귀여운, 성숙하게 보이고 싶지만 여전히 어리숙한 면모가 눈에 들어와 시신경을 타고 흐르는 순간에, 아니 그보다 더 찰나의 순간에 바뀌었다. 지금 당장이라면 역사 속의 여느 물리학자가 눈 앞에 나타나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여도 당당히 나의 속에 그보다 빠른 것이 내 몸을 타고 흐르는 듯하니 확인해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은 정도였다.


"앗-! 정말 죄송해요-! 수업에 늦을 것 같아서 그만-"

"아.. 괜찮아요,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신가요.."

"아.. 저는 괜찮아요.. 그쪽은 어디 다치신.."


그녀가 새침한 색감의 틴트를 발라놓은 두 입술을 붙이기도 전에, 그녀의 팔꿈치에 흐르는 듯 고인 듯 새빨갛고 앙증맞은 핏자국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지갑 속에 챙겨 놓은 반창꼬를 생각하고, 어쩌면 하늘이 정해준 천생연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지갑을 꺼낸다.

진짜 인연은 태어날 때부터 보이지 않는 진한 빨간색의 명주실로 이어져 있다고 한다. 지금 그의 눈에는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새빨갛고 희미한, 점선인지 실선인지 모르는 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으니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그녀 몰래 그녀와 나 사이 실을 단단히, 촘촘히 꿰매어줬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이고 부끄러운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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