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놈이란 [474236] · MS 2013 · 쪽지

2013-11-17 15:45:53
조회수 598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알고 있습니다. 근데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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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오르비에 가입한 21살 남자입니다.
대학생도 아니고요 대학교 중퇴도 아닙니다. 그냥 그저 그런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초등학교때 공황장애를 앓고 매일 매일 힘들게 살았습니다. 중학교 끝날때쯤 나아졌고 고등학생 생활을 잘 했습니다.

공부도 곧잘 했었습니다.수능을 망치고 재수를 하려고 시작할 무렵 갑자기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죽을거 같았습니다. 맥이 건너뛰는거때문에 더 두려워서 택시를 잡고 세브란스
병원에 갔지만 아무것도 얻을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심장이 정말 빨리 뛰어서 부정맥인지 공황장애 재발인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제 스스로 분석하고 생각하고 책을 보고 부정맥이 아닌가?
심장에관한 여러가지 검사를 했지만 그때 나오지 않고 잠재되어있어서 안나오는건 아닌가 그렇게 폐인같이 공포에 떨면서 생활을 보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 그리고 매일 밤에 잘때도 느끼는 두려움으로 점점 제 자신의 자신감 자존감도 낮아지더군요..
급사에 대한 무서움이 너무 컸습니다.
혹 psvt로 빠지면 어떡하지 심방세동이라도 오면 어떡하지 정말 이렇게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갑자기 부정맥이 오면 어떡하지 wpw증후군같이 급사할 부정맥이 아니어야할텐데... 심실세동같이 위험한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등 공포에 떨면서 살았습니다.

건강염려증까지 생겨서 원래 하나에 몰두하는 성격인데 몸에 한가지 이상이 생기면 거기에만 꽂혀 아무것도 못한채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공황발작이 오면 숨도 쉬기 힘들고 심장도 150~80 정도로 쿵쾅쿵쾅 뛰면서 너무 죽을것 같이 두렵습니다.
게다가 전 어렸을때 앓았던 기억때문인지, 병원에 대한 의존도가 되게 높습니다.
주위에 저를 빨리 처치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를 갖춘 대학병원이 있어야지 안심이 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저런 시골같은곳은 그런 대학병원이 멀리있고, 제가 시내버스를 타고 움직일때도 항상 저희동네 대학병원과의 거리를 생각하고 교통흐름을 보고 그렇게 살게 되더라고요.
평상시 대학병원에서 사는게 아니기때문에 병원이 옆에 없고 2~30분정도 가야 나오구요..  그러다 갑자기 공황발작이라도 오면 정말 힘들어 미치겠습니다.
불안적인 요소가 제거 되어 객관적으로 보면 당시엔 상대적으로 너무 힘들었던것이 별거 아닌거 처럼 느껴지고 허무함이 많고 왜 난 이래야하는지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온건지 내가 이거 하나 이기지도 못는게 너무 싫더라고요..
서울 유명한 대학병원까지가서 정밀검사받았고 급사위험 없다고 들어서 좀 안심이 되었지만, 여전히 너무 힘듭니다.
그리고 점점 제 행동반경이 집 동네에서 집까지 점차 좁아지고.. 이렇게 견디고 견디는 삶이 너무 지치고

작년에는 너무 사는게 너무 힘이 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하는 생각과 시도등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근데 그렇게 살면서 부정맥 심장에 자꾸 관심이 가고 어렸을때 꿈꿨다가 포기한 의사라는 꿈이 다시 생각이 나더라고요.
불행중 다행으로 공익으로 군 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문과였던 제가 지금 이과공부를 해서 그 높고도 높은 의대를 도전해 보려는거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라는걸 압니다.
지금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못하고 있네요.. 아니 안하고 있는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
친구가 넌 이 상황에서 공부하려고 하는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그러더군요...

두서 없이 머릿속에 정리없이 그냥 막 썼습니다. 그러다보니 읽으시는 분들께서 시간의 이동이 왔다 갔다 하실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듭니다. 이 점 죄송합니다.
제 사생활이 노출되는거 같아 차마 다 쓰진 못하고 그냥 빙산의 일부의 내용만 썼습니다.
대충 위의 내용으로 저는 공부다운 공부를 못했습니다.  이런 지금의 상황들이 너무 힘들어서 대대장은 제대를 하라고 압박을 주더라고요. 공익도 하나의 사회생활이다 보니 제 이런 행동에 눈치도 보이고 무언의 무언가도 느껴지고 그것때문에 근무지 사회생활에서도 스트레스 받고...
어떻게 하는것이 현명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답은 알고 있는것 같습니다. 나약하지지 말고 강해져서 이겨내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그래야하는거...
근데 제어가 안되고 어렵습니다.

공익.. 그것도 의병으로 그것도 정신과로 제대하라는건데..
나중에 받을 사회적인 차별등.. 정말.. 모르겠습니다.
의대를 가서 의사가 된다면 상관없지만 정말 점점 자신이 없어집니다..
점점 고립되는 제 자신을 보면서 무섭고요 정신과 심장내과 등 병원에다가 부은 돈만 어마어마하게 많고 엄마도 아픈 환자라 아빠 혼자 가정을 지탱하시는데.. 그러다보니 학원은 꿈도 못꾸고요.. 학원왔다갔다 할 자신도 잘 없구요..

제가 조금이라도 빨리 나서고 잘 해아 하는데..

2년이라는 시간동안 아무것도 못하면서 지냈고,, 그래서 공익기간안에 무언가 해서 패널티를 극복하고 친구들과 같이 가야하는 책임감도 있는데 지금 이렇게 이도저도 아닌 제 자신이 싫네요..

하루하루 버티는게 너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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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mourpet · 435737 · 13/11/18 00:54 · MS 2012

    힘내세요 뭐든지 포기하지는 마세요

  • sky17 · 259161 · 13/11/18 18:22 · MS 2008

    너무 힘든 시간 보내시고 계시네요ㅠ 하지만, 작년의 그런 시련을 이겨내주신 것 다른 사람 아닌 자신임을 절대 잊지 마세요! 이젠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발돋움하실 시간이네요. 여러 경로를 거쳐 서울 유명한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받고 급사위험 없다고 들으셨다면, 100%, 200% 믿어 보세요. 냉정하게 돌이켜보시면, 부정맥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 공포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좀 더 병에 대한 지식을 갖고, 대처법 익히신 것을 실행에 옮기시려 애쓰시면 좋겠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데, 즐길 수는 없어도, 피할 수 없다면 가장 최고의 대처법을 알아내야할 것 같아요. 알 수 없고, 손댈 수 없는 미래 때문에 지금 이 시간이 불행하다면, 힘들 수 밖에 없어요ㅠ 한 순간 한 순간, 작은 순간들을 노력하며 채워나가 본다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전, 가끔 옛날에 유행했던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이 생각나요. 너무 불가능해보이고 힘든 것 같아도, 결국은 엄청난 고층빌딩 세우려면, 작은 첫 삽을 떠야하고요, 정말,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란 말이 대단한 말 같아요...

    일단, 부정맥보다는 공황장애에 중심을 두시고, 뇌에 약한 부분이 생기거나 기타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병원 처방약은 꼭 드시면서, 상담치료나 여러 가지 알고 계신 대처법을 익히시면 좋겠습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평소에 많은 훈련을 하셔서, 또 그런 순간이 닥쳤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셔야 해요! 병원에 가시는 동안에도 계속 심호흡하시고, 이건 분명 곧 끝나, 조금 있으면 끝나, 라고 계속 뇌에게 일러주세요!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죽었으니까, 이번에도 틀!림!없!이!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거야! 이렇게요. 난 이번에도 안전해!!! 이번에도 꼭 이겨낼 수 있어! 다들 내가 이겨내도록 지금 응원하고 있어! 모두들 날 사랑해! 나도 이번에 날 지켜야해! 뇌에게 계속 신호를 보내셔야해요! 제가 이 병을 잘 몰라서 도와드릴 수 없어서 너무 맘 아프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잘 지켜주세요! 분명 해내실 수 있어요. 의술이 좋기 때문에, 제가 아는 학생도 부정맥 수술 후 잘 살고 있단 얘길 들었어요. 부정맥이 원인이라면, 의사선생님들이 해결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공황장애는 그 괴로운 순간을 꼭 넘기셔야 할텐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병원에서 상담을 계속 해보세요! 제가 경험자가 아니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여기저기서 조언 구하셔서 꼭 이겨내셨으면 좋겠어요. 김장훈씨나 이경규씨도 계속 위기 이겨내며, 왕성한 활동을 계속 하고 계시죠! 그 분들이 대중 앞에 상처를 드러낸 이유는, 아마도, 혹시 비슷한 분들이 있다면, 자신들을 보며 그 병을 이겨내 주었으면 해서일 것 같아요...

    갑자기 그 증세가 마구 닥칠 수도 있지만, 대체로 어떤 상황에서 그랬는지 증상이 일어날 때마다 기록을 해 두시면, 전조증상을 알 수 있다거나 등등 도움되실 듯해요. 일반적으로는, 스트레스가 많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속에 응어리 진 것들을 지금처럼 글로 토해내시거나,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시면 좋아요. 예전에 어디에서 봤는데, 글쓰기작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치유를 해준다고 들었어요. 공책을 한 권 만드셔서 매일 아무 때고, 마음을 온통 다 쏟아내어 글로 표현해 보세요!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의 세계로 가셔서, 처음부터 한 개씩 한 개씩 기억해 보시고, 좋았던 일, 자랑스러웠던 일, 슬펐던 일, 상처받았던 이런 저런 일들을 꺼내셔서, 스스로 칭찬도 해주시고, 미처 위로해주지 못했던 순간들이 있다면, 위로해주세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인해 지금 이 귀한 시간 고통받는 것이 너무 안스러워요. 어떻게 해야하죠?ㅠㅠ 잘 모를 때는,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 많이 마음이 복잡하고 힘드시기 때문에, 당분간 그 공책에 생각나는 대로 모든 고민을 시시콜콜한 것에서 크고 복잡한 것 까지 다 목록으로 써 보시는 것도 해 보세요. 잔뜩 써 있는 것 보시면서, 지금 당장 안하면 안되는 것, 꼭 하고 싶은 것, 지금 할 수 있는 것 위주로 행동에 옮기시고, 지워보세요. 작은 일이나마 성취한 것에 대한 뿌듯함이 쌓이면, 좋아요.

    문과생이면, 이과 공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이과 공부가 적성에 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만약에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심리학이나 다른 전공을 찾아보실 수 있어요. 미술은 어떤지도요... 물론, 가장 급하고 중요한 것은 병을 극복해야하는 것인데요, 당분간 근육도 강화시키시고, 체력도 길러야하죠. 체력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요. 한 번에 갑자기 너무 많은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시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 정해지면, 그 밑에 자잘하게 구체적인 단계를 몽땅 써보시고, 차례차례 실행에 옮겨 보세요!

    많이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서, 두서없이 글을 썼어요. 감히 제가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겠어요... 하지만, 함께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이 작은 공간에서나마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고, 꼭 병원에서 상담과 치료를 계속 받으시고요, 작년처럼 갑자기 그런 나쁜 유혹을 받게 되면, 보건복지콜센터 129 위기상담 전화 이용하세요! 위기상담은 24시간 이용가능하다고 합니다. 조금씩 조금씩 평안한 시간을 되찾으시길 기원합니다! 병은 자랑하라고 하더라고요! 계속 알아보시면, 좋은 방법들을 찾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힘내세요!!!

  • 나란놈이란 · 474236 · 13/11/19 11:35 · MS 2013

    글쓴이 입니다.

    잘할 수 있겠죠?

    잘해낼 수 있겠죠?.
    힘겨운 나날들 앞으로도 많을테지만 잘 이겨낼 수 있겠죠?.

    꼭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나란존재가 하고 싶은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이겨냈으면요....

  • sky17 · 259161 · 13/11/19 16:02 · MS 2008

    물론! 잘 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보다 더 나빠질 것이 뭐가 있겠냐는 배짱도 가져보셨으면 좋겠어요! 작년 생각해보시면 맞죠? ㅠ누구든, 조금씩 경우가 다르고, 정도가 달라서 그렇지, 살다보면 많은 힘겨운 일들이 있어요! 혼자 숨죽이며 눈물을 삼키기도 하고. 아무리 펑펑 울어도 모자랄 일들도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에 나와야 할 것 같은 일들이 우리 자신, 우리 가족, 지인들에게 일어나기도 해요. 전, 평범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늘 궁금합니다. 나만 억울하다고 생각해서 더 힘든 적도 많았거든요... 자꾸 연습하면, 우리 뇌가, 좋은 생각 자주 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제대로 도움도 못드려서 죄송하지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또 두서없이 쓰네요... 하지만, 우리가 우리를 믿지않으면 우리 자신이 너무 초라해요... 야구 좋아하시면, '머니볼' 영화 한 번 보세요. 러스트 앤 본, 라비앙로즈, 실버라이닝 플레이북도 취향이 맞으시면 보세요! 영화 싫어하시면, 죄송ㅠ 시간있으면, "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 책도 맞으시면, 한 번 읽어 보세요! 생각하는 것도 자꾸 연습해야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막연히 잘 할 수 있다는 마음만으로는 쉽지 않아요! 잘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작은 일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 내야 해요.
    몸이 많이 쇠약해지고 지금 같은 상태면, 우울증도 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한 가지씩 해 보셨으면 해요.!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은 더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아! 글쓰기 공책도 꼭 시도해 보시고요! 무슨 일을 하시든, 자잘하게 세운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면 힘드니까, 꼭 세밀하게 단계를 나누어, 계획을 세우시고, 성취한 것을 지워나가세요! 힘내세요!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편안해지셨으면 합니다. 너무 힘드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