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조 [916612]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1-05-10 15: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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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상관물 (feat. 감정이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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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상관물이란 무엇인가?


네이버 사전 왈 “자기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거나 생각하는 것”

하지만 이렇게 설명하면 객관적 상관물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학교 시험에서 객관적 상관물을 필수 암기 개념으로 다루기 때문에, 괜히 긴장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하지만 객관적 상관물은 거의 모든 소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객관적 = 나랑 상관이 없다) 로 보면 편하다.


내 소유의 핸드폰은 주관적일까? 아니다. 핸드폰은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다. 그렇다면 내 소유의 돈은 주관적일까? 아니다. 돈도 마찬가지로 객관적이다. 옷도, 신발도, 가방도,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직관과는 다를 수 있지만, 모든 물건은 객관적이라고 봐도 좋다. 그렇다면 자연물, 날씨, 사람, 건물 또한 객관적일 것이다.






(주관적 = 나랑 상관이 있다) 로 보면 편하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나의 생각과 감정, 마음, 육체를 제외한 모든 것은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육체도 때에 따라서 객관적이 될 수 있다. 틀니, 의수, 의족, 의안 등을 생각해보면 된다.





이를 종합해보면 객관적 상관물이란,



객관적 = 나랑 상관이 없는 것을

상관 = 나랑 상관이 있게 만드는 (의미를 부여하는)

물物 = 사물, 동물 등 만물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왜 나랑 상관이 없는 것을 나랑 상관이 있게 만드는(의미를 부여하는)걸까



화자는 정서를 표현할 때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쓴다. 하지만 ‘나는 슬퍼’, ‘나는 외로워’와 같이 직접적으로만 정서를 전달하면, 시 특유의 함축미와 세련미가 감소할 수 있다.






*객관적 상관물은 화자의 정서를 심화하는 기능을 한다.



객관적 상관물과 화자의 관계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ㄱ. 대비 (대조)

ㄴ. 유사 (일치)

ㄷ. 환기 (생각나게 함. 떠오르게 함. 불러 일으킴)





*스토리텔링을 통해 각각 하나씩 살펴보자.



애인과 헤어졌다.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 화자는 매우 우울한 상태(정서)다. 혼자 있는 방이 싫어 거리로 나왔다. 거리엔 예쁜 음악이 울려 퍼지고, 행복해 보이는 수많은 커플들의 웃음 소리와, 아름다운 조명들, 게다가 화이트 크리스마스여서 축복하듯 눈이 쏟아진다. 덕분에 나의 기분은 몇 배로 똥이 되었다.


a. 크리스마스 이브

b. 예쁜 음악

c. 행복한 커플들

d. 아름다운 조명

e. 축복하듯 내리는 눈


이 모든 것은 나와 전혀 상관이 없다.


a크리스마스라는 기념일은 365일 중 하루일 뿐이고, b음악과 d조명은 가게가 손님을 끌기 위한 장치일 뿐이며, c행복한 커플들과는 모르는 사이다. e아름답게 내리는 눈 또한 수증기가 응결되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는 기상 현상일 뿐이다.


이 모든 것들은 단지 내가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다. 그리고 나의 처지와 반대되어 보이며, 결과적으로 나의 정서를 심화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버려진 곰인형을 봤다. 눈에 쫄딱 젖어 매우 초라하고 쓸쓸해보였다. 집에 들어와서 영화를 봤다. 영화 속 주인공은 애인과 이별하고 술에 취해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새 눈은 진눈깨비로 변해 가 처량하게 오고 있었다. 게다가 밖에서는 바람이 울부짖듯 휘몰아치고, 의 울음소리가 서글프게 들렸다. 덕분에 나의 기분은 몇 배로 딥deep해졌다.


a. 버려진 곰인형

b. 영화 속 주인공

c. 진눈깨비

d. 바람 소리

e. 새 소리


이 모든 것은 나와 전혀 상관이 없다.


a곰인형은 솜과 천을 재료로 이용해 곰의 형태로 만든 잡동사니에 불과하고, b영화 속 주인공은 허구의 인물일 뿐이다. c진눈깨비d바람소리 또한 눈과 마찬가지로 기상현상에 불과하며, e새는 슬피 우는 게 아니라 짝짓기를 위해 소리를 낼 따름이다. (이는 의인화에서 다시 다루겠다.)


이 모든 것들은 단지 내가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다. 그리고 나의 처지와 비슷해 보이며, 결과적으로 나의 정서를 심화한다.


그런데 이 상관물들은 나의 정서와 유사하다. a곰인형에게 느끼는 초라함쓸쓸함, b영화 속 주인공에게 느끼는 연민, c빗소리 처량함, d바람소리 황량함, e새슬픈 울음. 모두가 사실은 나의 정서를 대변한다. 그리고 이때, 상관물과 나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포개지며 겹쳐진다.


이것이 바로 감정 이입의 실체다.





더 이상 괴로워하기 싫어 화자는 잊기로 했다. 선물들을 처분하기로 한다. 품목은 편지, 향수, 커플티선물들을 펼쳐 놓고 보니 기분이 더욱 심란해졌다.


a. 편지

b. 향수

c. 커플티


이제 더 말 안해도 되겠지만 이 모든 것은 나와 전혀 상관이 없다.


a편지는 종이 위에 써진 글자의 나열일 뿐이며, b향수 c커플티는 시중에 널리고 널린 게 향수고 커플티다.


이 모든 것들은 단지 내가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다. 이 상관물들은 선물을 준 주체와의 추억을 생각나게 하며, 좋았던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 일으킨다. 국어에서는 이를 환기한다고 한다.


대비·대조, 유사·일치 관계가 아니라면 대부분 환기 관계라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a



대비·대조, 유사·일치, 환기 외에도 객관적 상관물의 관계가 있다. 바로 ‘동경’이다. 


백석 시인의 작품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나오는 ‘갈매나무’

유치환 시인의 작품 ‘바위’ 속의 ‘바위’가 바로 그것이다. 


화자가 동경하고, 닮고 싶고, 되고 싶고, 롤모델로 삼는 대상도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한다. 


‘환기’ 속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해두면 유용할 것 같다.





지금까지 세 가지 관계 상황과 +a를 통해 객관적 상관물의 종류를 알아봤다.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보편적이라고 생각했다면 다행이다. 객관적 상관물은 거의 모든 소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듣는 노래 가사 속에도 수도 없이 많다.


즉,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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