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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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
논술 문제에 어떤 내용에 대한 배경이나 맥락 생략이 심하고 압축적으로 쓰인 글들을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이를 읽을 때는 생략된 부분에 살을 붙이고 압축된 내용을 펼쳐가며 읽어야 합니다. 심하게는 제시문에 쓰인 분량과 실제로 펼쳐서 읽힌 분량이 3배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정규반 논술' 수업들은 완전히 반대로 진행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생략된 텍스트를 한 번 더 생략해버리고 압축된 내용은 한 번 더 요약하며 정리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앙상하게 왜곡된 요약을 “핵심 뼈대”만 남겼다고 하면 곤란한 거지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런 식의 '정규반 논술'은 논술대비를 꽤 했다는 기분만 들게 할 뿐 제대로 된 이해를 방해할 뿐 아니라, 잘못하면 치명적인 독해 습관을 만들 수 있어요.
압축적이고 생략된 제시문들, 특히 철학이나 특정 문학작품처럼 언어 사용이 극단적일 수밖에 없는 분야의 텍스트들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문자 그대로 한 줄 한 줄 따라가면서 심하게는 단어 하나까지 이해 가능한 언어로 주석을 붙이며 읽어야 합니다. 무식하고 무리한 방법처럼 들리지만, 사실상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말하면 조선상고사 시절의 케케묵은 배경지식 수업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단순한 오해에 불과합니다. 논술 문제 안에 모든 “배경적(조건적) 사용 근거들”이 들어차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실제로 제대로 된 논술 공부는 대학 논술에 대한 엄밀한 비평까지 포함합니다. 논제의 지시적 요구사항과 함축이 제시문 전체를 통해 확보 가능한지, 논제 사이의 정교한 프로세스가 있는지 등을 비평하는 것까지 가능하다는 겁니다. 정규반 초반에는 고작 몇 문제 소화 못한다는 건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런 곳에서 훈련 받으며 반년이 넘게 되면 선생이 특별히 요구하지 않아도 학생이 알아서 이리저리 궁리를 하며 읽는 모습을 목격할 수가 있습니다. 논제와 제시문의 연결점, 제시문의 개념과 개념의 연결점, 개념과 사례의 연결점, 사례가 개념을 뒤집는 포인트 등을 체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현상(자료)이 어쩌라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추적
자료가 아니라 목적, 내용이 아니라 맥락
논술의 답안이 얼마나 정답에 가까운가는 내용의 구체성 보다는 오히려 논제의 명확한 이해에 더 많이 의존합니다. 논제가 표면적으로는 통계분석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서 아무리 온갖 숫자를 들어서 치밀하게 답안을 쓴다고 해도 정작 이 통계분석을 하는 원인과 취지 그리고 최종적 가치에 대해 의식하지 못한다면 절대 좋은 답안이 나오지 않습니다. 현행 논술시험에서 과거 논술에 비해 단어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는 건 요구분량이 짧은 데에서만 연유하지 않습니다. 이 통계(현상)가 노리는 목적이든 전개과정이든 결과적 대안점이든 어떤 특정한 독해가 그 하나의 단어로 드러나야만 하기에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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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럴 에반데
주석을 붙여가며 읽는다. 그 주석을 붙이기 위한 배경지식을 미리 학습한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특히나 논술에서는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매번 인사이트가 담긴 글 올려주셔서 읽으면서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바나나기차 컨텐츠는 항상 신뢰가 가더라는. 늘 N수생들에게 추천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기회가 되면 또 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빨리 이 시국이 끝나기를..ㅜ)
고대하겠습니다.
선생님 논제의 지시적 함축이 제시문 전체를 통해 확보될 수 있음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어떤 분명한 출제의도와 채점기준이 논제에 들어가는데 그게 제시문을 통해 얼마나 치밀하게 짜여져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말하는 겁니다. 논제에서 나오는 직간접적인 요구사항이 타당한지를 학생이 평가하는 수준을 염두에 두고 적었습니다.
선생님 주석을 붙여가며 읽는 것이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