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준(수능국어행동영역) [846144]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1-02-27 18: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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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병원을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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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올렸던 글인데 오르비 이용층이 물갈이되기도 했고 꼭 많은 수험생들이 3월 본격적인 수험생활 시작 전 한 번쯤 봤으면 좋겠어서 다시 올려봄


고3 3월, 난생 처음 보는 등급이 찍힌 성적표를 받았다. 원인을 알 수가 없었고 그러니 당연히 해결책도 없었다. 고2부터 의대와 정시만을 보고 달려온 나에겐 너무나도 절망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윈터스쿨에서 제대로 공부를 안 했나?', '그냥 고3이 돼서 떨어진 건가?', '애초에 이게 내 능력이었던 건가?' 온갖 고민을 다 했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당연히 4월 모의고사 성적은 그대로 엉망이었고 5월 사설 시험 때는 시험을 치다 중간에 포기하고 뛰쳐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시험을 칠 때마다 좌절을 겪으면서도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6월 첫 평가원 모의고사를 치고 성적표를 받은 날부터는 너무 절망스러워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등급들이 성적표에 찍혀있고 단 한 과목도 제대로 된 등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하루하루 그냥 버티기만 했다. 모든 게 허무하고 내 인생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정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는데 내 성적표는 매일 잠만 자던 애들이랑 다를 게 없었다.


그러다 친척의 권유로 병원으로 가 검사를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우울증이었고 고3이 되며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증상이 심해져 뇌기능, 기억력, 집중력이 떨어졌는데 나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뒤로 약을 복용하며 꾸준히 치료를 받았고 6주 만에 모든 과목 성적이 2~3등급씩 오른, 아니 원래의 성적대로 회복된 9월 평가원 성적표를 받을수 있었고 그 해 수능은 아쉬웠지만 다행히도 중앙대에 입학할 성적은 받을 수 있었다.


우울증은 수험생들에게 매우 무서운 병이다. 일단 심한 우울감=우울증이라는 오해가 너무 많은데 우울증과 우울감이 필연적인 상관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나는 심한 우울증을 앓으면서도 우울감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 실제 우울증의 주요 증상은 우울감이 아닌 기억력 저하, 시력 저하, 뇌기능 저하, 의욕 상실, 집중력 저하 등등이다. 적고 보니 모두 수험생에게 치명적인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결국 우울증에 걸리면 모의고사 성적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성적 하락의 원인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인지하기가 쉽지가 않아 다른 데서 원인을 찾으려 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수능에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는것이다.


특히 수험생에게 우울증은 심각한 질병이다. 경미한 상황이 아니라면 정신력이니 운동이니 극복 같은 헛소리하지 말고 제발 병원을 가서 치료를 받고 약을 먹자.

이 글이 원인 모를 갑작스러운 성적 하락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좋겠다.


Q1 검사비용은 어느정도인가요?

A1 30~40만원 사이입니다.


Q2 치료비용은 어느정도인가요?

A2 tDCS등 특별한 치료를 따로 받는 게 아니라면 1회 방문시 상담비용+약값으로 2만원 내외입니다. 다른 치료 포함시 1회 방문시 7만원 내외입니다. tDCS등의 치료는 물론 필수는 아닙니다.


Q3 병원 가서 뭐라고 말하죠?

A3 그냥 수험생이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등 증상을 말씀드리면 알아들으실 겁니다.


Q4 어느 정신과를 가야하죠?

A4 특히 대치동엔 정신과 소개에 '수험생'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있는 병원이 많습니다 이런 데 가시면 됩니다.


Q5 검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A5 병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심리검사, 뇌파검사, 지능검사 등여러 검사가 종합적으로 진행됩니다.

rare-더 멋있는 이해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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