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련 [1016843] · MS 2020 · 쪽지

2021-01-28 2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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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발표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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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외대나무



하늘에서 영어2등급 한 마리 깃들지 않는

내 영혼의 외대나무를

무슨 무슨 주의의 훌리들이 가위질한 지도 오래 되었다.


이제 내 영혼의 외대나무엔

조기발표도 없고 반성도 없다.

있는 것은 흠집투성이 수험생들의 분노뿐



강대는 나의 나라, 여기서는 더 해 입을 것도 의무도 없으니

죽었다 생각하고 사라진 기출(記出)의 향기 맡으며 1년을 보내고

깨어나면 다시 국도변에 서 있는 내 영혼의 외대나무


귀 있는 입학처는 들었으리라.


원치 않는 조기발표 문의와 반수생들이

네 앙상한 몸통에 매달려 흐느끼는 소리,

그 뒤에 내 불안감이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소리를.



봄기운에

각 대학의의 훌리들이 시퍼런 살기를 띠고

입결들이 갈수록 뾰족하게 내려가나

살벌한 몸통으로 서서 반역하는 내 영혼의 외대나무여



잎사귀 달린 취업률을, 영광을 나눠 주는 아웃풋을 위해

언젠가 너는 할 수도 있으리라 초록과 금빛의 향기를 뿌리는 조기발표를.



입학처에서 새 한 마리 깃들어


조기발표 한번 지저귀지 않아도.



- 시집『고슴도치의 마을』(문학과지성사,1985)

[원작]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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