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쥬✨ [979083]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1-01-26 18:24:45
조회수 338

연글2, 지금이 좋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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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육십 먹은 사람들이 내게 말하길, 지금이 좋은 때. 뭐라, 말할 수는 없었다. 위해주는 말인 건 알았는데. 근데, 그 순간 내 목을 조이던 질문이 있었다.


‘그럼, 지금 당신의 현재는 어떤데?’


그 때는 좋을 때가 아닌가? 그래서, 내게 20대가 제일 좋을 시기라고 얘기해주는 걸까. 20대.


미래를 무한히 꿈꿀 수 있고, 이 세계에 고유한 의미를 투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점에서는 이 젊음은 참 마음에 들지만, 반대로 끝없는 불안과 혼란을 마주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금방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시기이기도 하다.


처음, 학교에 염색을 하고 왔을 때. 담임이 나를 부라리던 두 

눈을 기억한다. 떠올리기만 해도, 정말 지겨운 느낌. 왜 그런 것에 내가 기죽어야 하나, 굳이. 뭐 그런 생각까지도 든다.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시기. 자유와 싸우는 시기. 결국 내가 나로서 살아남기 위해 지날 수밖에 없는 흑색지대. 그게 젊음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보이는 여러 문제점들.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아니 적어도 그걸 내 인생에 멀리 두기 위해서는 그들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 필연적인 것.


대학에 계급을 세우고, 학문에 귀천을 나누는 것이 옳은가? 

아니 병신아. 6년 전까지만 해도, 너는 여자가 롤을 한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분명 그랬잖아. ‘여자가 롤도 하냐고.’


머리가 커지자마자 들어오는 불편함, 강박감. 그걸 이겨낸 사람들이 50,60대인가? 아니, 꼭 그렇지만은 않지. 그저 멀어진 것 뿐이지. 너무 가까워져서 역설적으로 그들에 무뎌진 거지.


난 내 자유를 찾는 도중에 우울과 공황을 얻었고, 가장 행복했던시기가 언제냐 물으면 항상 ‘The next episode’라고 부르짖던 놈이었다. 젊음을 가로 지르는 과정에 서 있는 내게 현재란 늘, 불안과 혼란, 공포였다고 말해야 하나. 이 과정에서 얻을 것 얻고, 배울 것 배우면 미래에는 조금이라도 더 나다워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런 날 손가락질하는 어른들.


이상주의? 


세상은 알아서 변하니까 네가 할 것은 없다고. 이 세상의 권력자들이 항상 말하던 바. 여러가지에 힘을 쓰게 되는 이 시기가 꼭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다. 파트너만 찾는다면, 이성만 찾는다면 섹스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기, 자유롭게 여행이라도 한 번 맘편히 다녀올 수 있는 시기, 많은 걸 해볼 수 있는 시기라고 다들 칭송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던데.


대학생은 대학과 취업에 종속되어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 했고, 지식을 쌓는다는 명분으로 분노를 참았지. 난 그게 너무 불편해서 소리 질러본 사람이고, 아직까지도 그게 이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건 사람이면 존나 당연해야 되는 거야.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게, 잘못인 거면, 나를 낳은 사람들이 죄인이지. 자유를 충만히 머금은 사람들의 삶의 고통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자유의 맛을 알아.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탈피하는 기분을 잘 알아. 


그래서 찾아낸 답.


지금부터 ‘나’로 살아내야 되겠다고.


언제까지고 미래를 부르짖을 수 없으며, 언제까지고 지금이 좋을 때란 말을 가볍게 흘려보낼 수는 없다고. 그건 사람마다 다른 거지. 지금이 좋을 때? 너무나도 복잡한 씬들로 이루어지는 이 시기를 ‘좋음’으로 요약하기엔 존나 더러운 게 많아. 그리고, 비단 젊음 뿐만이 아니라 늙음도 누군가에겐 분명 좋은 시간일 수 있어.


젊음이란, 그냥 내 삶을 뜯어 고치기에 좋은 시기라고 해두자. 내가 불편한모든 것들을 마주하며 그들을 게워내는 시기. 그게 행복은 아니지만, 그게 그를 위한 길임은 분명한 것.


그렇게 계속 걷다보면, 언젠가 나는 나로 살게 되겠지.


지금이 좋을 때냐고...?


아니, 난 당신들이 살고 있는 50,60에도 좋은 사람이고싶어.

그런 말은 그러니 잠시 넣어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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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이미밈 · 1000095 · 21/01/30 07:29 · MS 2020

    남들이 옳다고 하는 말과 숨어있는 차가운 시선에서도 확고히 자신을 지켜나가는 태도가 참 부럽습니다. 물론 그런 자세를 얻기까지 가히 제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고뇌와 고독과 싸웠겠지만요.... 공주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내가 틀린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항상 위로를 받습니다. 감사해요.

  • ✨공쥬✨ · 979083 · 21/01/30 08:31 · MS 2020

    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더 멋진 생각으로 두둑해진 젊음이 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