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교과서 보라는 게 거창한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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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II 천재교육 교과서 p.18, p.19입니다. 다들 돌림힘 문제풀 때 계산식만 보고 주구장창 계산하려 달려드는데, 문제 조건에서 말하는 '평형 조건'에는 위에 밑줄친 것처럼 2가지의 조건을 내포합니다.

1. 물체에 작용하는 알짜힘이 0이다.

2. 물체에 작용하는 모든 돌림힘의 합이 0이다.

각각 놓고 보면 당연한 말 같아요. 근데 이게 무슨 뜻인지 진정 이해하셨나요? 1번부터 봅시다.

1번의 의미는 쉽게 말해서 '얘 가속 운동 안 한데!' 입니다. 즉, 좀 더 와닿게 설명하자면 회전목마 안에서 돌림힘 실험하는 건 교육과정에서 벗어난다는 게 됩니다.(해당 운동은 등속 원운동이지만 등속 직선 운동이 아니기에 가속도가 매번 바뀝니다.)

혹여나 돌림힘 평형이 작용하는 물체가 내부에서 움직임이 있을 때도, 돌림힘 평형을 판단할 때는 물체의 움직임이 있기 전과 있고 움직임이 끝나고 난 후로 나눠야 한다는 거고, 이러기에 우리는 돌림힘 평형이 이뤄진 문제를 풀 때 거리를 변수 x가 아닌 상수 x로 두고 계산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전체 돌림힘 합이 0이라는 말인 2번의 의미는 우리들이 흔히 계산식을 세울 때 쓰는 방법 그대로, '축의 위치를 우리가 계산하기 쉬운 위치면 아무데나 놓고 등호가 성립하면 된다,' 입니다. 보통 2번만 잘 표현하기에도 처음에 복잡할 겁니다.

근데, 문제 푸는 거 보면 1번은 안 쓰는 것 같지 않나요? 우리가 문제를 풀면서 '알짜힘이 0이다.' 조건을 구체적으로 쓴 적이 있었나요? 써야 풀립니다. 한 번 그림 예시를 보고 제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살펴보죠.

해당 그림은 저에게 질문하셨던 어떤 분이 '어 이 물체는 맨 밑에를 축으로 삼지 않았으면 다른 부분에서는 돌림힘의 합이 0이 되지 않는데 그럼 돌림힘 평형이 이뤄지지 않는 건가요?'라고 질문하면서 예시로 든 그림입니다. 똑같은 생각을 하신 분들 분명히 있을 겁니다. 네, 이건 평형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고요?

돌림힘 합이 0이다라는 조건을 따질 필요도 없이, 알짜힘부터가 0이 아니거든요. 알짜힘으로 보면 이 물체는 왼쪽으로 F만큼의 힘이 가해지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좌측으로 가속될 겁니다. 이거는 애초에 '힘의 평형 상태'부터가 아니에요. 이런 걸 교과서를 읽으면서 잘 피드백해야 한단 말입니다.

그냥 문제 막 풀어 제끼면서 '음 이 문제는 여길 축으로 잡아야 하는군!' '음 이 문제는 좀 더럽긴 한데 어쨌든 여길 축으로 잡으면 풀리는군!' 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아 우선 알짜힘이 0이어야 하니까 물체에 작용하는 힘을 0으로 할 수 있게 힘 표시는 다 해 놓아야겠네? 그러고는 돌림힘이 0이 되어야 하는데 음....여기를 축으로 두면 크기를 정확히 모르는 두 힘이 알아서 상쇄되네? 여기로 축을 두면 계산이 간단해지겠네?' 하고 들어가서 계산하고 끝내는 겁니다.

고등학교에서 다루는 물리학 문제는 정말로 기본적인 식 몇 개로 눈으로도 풀 수 있을 정도로 간단명료하게 출제합니다. 절대 겁먹고 어려운 사설, 기출문제부터 손대려 하지 마시고, 이런 교과서에 적혀있는 기본 원칙을 빼먹은 게 있는지를 교과서를 읽어보며 살펴보세요. 단순히 암기 요소를 더 꼼꼼히 외우기 위해서만 교과서를 보는 게 아닌, 이런 역학에서 나온 조건을 더 꼼꼼히 파악하기 위해서도 교과서를 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