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d [914860] · MS 2019 · 쪽지

2020-12-10 19:36:41
조회수 982

악몽같은 한 해 정말 수고많았어 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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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줄요약

1. 학원에서 공부하다 전화와서 받으니까 어머님께서 정신병원입원할 예정.

2. 가서 못 막고 퇴원때 가족분열.

3. 멘탈 펑!! But 멘탈 잡고 수능공부해서 89 100 97 50 50







코로나때메 많이 화날텐데 공부하느라 다들 수고했어!

나는 올해 정말 잊지 못할 한 해였던거 같아.

다들 그렇겠지? 근데 재수한 내 얘기 한 번만 보고 가.

나는 나 같은 애들이 있을까봐 위로되면 좋을 것 같아서 써봐. (6평과 9평 사이에 있었던 일이야.)


대략적으로는 '가족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공부하면 좋을까?' 와 관련해서

어떻게 했는지 적은 글이야. 나는 기숙사있는 고등학교, 기숙학원을 가서 가족이랑 4년정도 떨어져있던걸 감안해야해!


7월즈음 학원에 전화가 왔다?

엄마가 울고 계셨어. 아니  정확히는 우는 것 같았어.

나는 계속 물어봤지. 무슨 일이냐고. 괜찮다고 말씀하시더라. 나는 아닌 것 같은 거야. 한 5분동안 계속.

진짜 괜찮으신거 맞냐고. 무슨 일 있는거 아니냐고 물어보니까 그제서야  울음 터뜨리면서 말씀하시더라.

'ㅁㅁ아 너네 아빠가 나 정신병원 보낸데'

말씀하시고 진짜 서럽게 우시는 거야.

나는 뇌정지가 왔어. 우리 엄마는 정상인데? 어째서?

자세히 정황을 들으려고 옆에 경찰아저씨한테 상황을 들었어. 자해하셨데. 부엌칼로 손목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으셨데(저녁이랑 다음날 아침).

정말 순간적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더라.

내가 4년동안 집을 비우면서. 부모님 사이를 중재 못한 것이

이렇게까지 가는구나. 내 탓을 했어. 집에 없었으니까. 

그런 생각이 지나고 나니까. 엄마가 부탁하시더라.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힘든데 모른 척하고 그냥 공부하라고.

근데 그냥 바로 택시타고 정신병원 갔어. 긴급입원인가?

응급입원인가 하신다길래. 내가 아는 엄마는 밝고 쾌할하신 분이어서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 절대 입원 못하게 할거라고 어머니 안심시키면서 택시타고 갔어.


한 1시간 30분? 9만원내고 도착했다. 의사 앞에서 어머니랑 같이 서니까. 말이 안 통하더라고. 팩트만 짚는 거야.

자해 자살. 충동적인 행동. 우울증이래.

난 전혀 몰랐어. 그 순간에. 그럴 리가 없다고 울부짖었다?

입원시키려는 아버지가 중증알코올 중독자라고 말하면서.

입원시키면 후회할거라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의사는 차갑게. 그냥 입원시킨데.

그대로 진짜 입원했어. 지금도 안 믿긴다.

멘탈 나갔지. 엄마랑 아빠는 싸우면서 이혼한다고하고

엄만 정신병원 들어가고. 멘탈이  가루가 되더라.


그렇게  학원 다시 들어갔어. 한 이틀있다가 정신병원에서 연락오더라. 퇴원한다고. 내가 데리러 와 달라고  부탁하시더라. 아버지 보기싫다고. 그래서 또 갔는데 아버지 있으시더라. 결국엔 셋이서  한 차 타고 왔는데 분위기 살벌하더라.

서로 이혼하자고 으르렁거리시고 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지. 학원 들어가기 전에 어머니께서 통보하셨어.

이제 아는 척 하지말자고. 가족이 싫으시데.

그 동안 너무 힘드셨데. 철 없는 나는. 왜 그렇게 말씀하시냐고.이렇게 일주일동안 공부도  거의 못하고 이렇게 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들어가서도 공부 어떻게 하라고.

내 마음은 어떻게 되냐고  울면서 말했어.

하루종일 울면서 ' 아 재수도 제대로 못 끝내겠다. '

하며 학원에서 주변을 봤어. 진짜 애들 공부 안하고 노는꼴보니까 화가 치밀더라.

 '아 나는 진짜 이런 상황에서도 공부해야하는데 쟤넨 뭘까.' 

진짜. 인생 ㅆ발.. 하면서 당일날 밤에 바로 바리깡으로

머리밀면서  생각했다.

신은 선물은 시련이라는 상자에 싸서 주신다.

시련이 클수록 선물이 큰 거야. 절대 난 이 상황에 굴하지 않을거야.


그렇게 다음날  7월 더프를 쳤다.

어땠을까. 잘 해냈을까? 

놀랍게도 재수중 처음으로 수학100을 받았고.

국어 2점 나가고 과탐 화1물2 2개씩 틀렸다.

재수중 최고점이었어. 놀랍더라.

집중해낸 자신이 대견하더라.


그래도 지나서 계속 날 괴롭히더라고.

선생님이랑 상담했다. 가장 믿음직한 선생님께.

그러니 말씀하시더라.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는 이야기하지 말고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봐달래.

자기는 고1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데. 그래도 잘 이겨내서 지금 결혼도 하고 학생도 가르치고 그게 좋다는 거야. 

그러면서. 하시던 말씀이 니 삶이랑 가족의 삶은 구분해라는거야. 너가 살아가야 하는 길과 가족과 살아가는 길은 구분하래. 그러니까 '너'라는 물줄기랑 '가족'이라는 물줄기가 섞이어서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영향을 주지 말라하시더라.

덤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걸 놓을 줄 알아야 한다더라. 그리고

니가 뭘 해야해야 할 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생각하는 그대로 하면 된다 하시더라. 

혼자 기숙사 방 가서 생각해봤다.

차피 이미  이렇게 된 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보자.

결국 지금 해야하는 건 공부가 맞고.

앞으로  내가  먹고 살아가는 것도 공부로 먹고 살거니까.

공부 진짜 열심히 하자고.


그렇게해서 올해 수능.

잘 극복해서 잘 쳤다.

국어치고 아.. 설의 못가겠네. 싶었지만

수학 영어 과탐 최선 다 해 쳐서 다 만점받았다.


다른 친구들도 이런 사정 있겠지 ㅎㅎ..

그럼에도 수능 공부하느라 진짜 수고많았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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