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y1W4maPtEeSR [764977] · MS 2017 · 쪽지

2020-12-06 22:55:09
조회수 2,576

전직 사수생이 감히 글 적어봅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3639406

수능 공부하느라 먼 길 힘들게 걸었을 수험생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목표로 하는 대학 합격유무가 여러분들에겐 성공과 실패의 유일한 기준이 되겠지만,

부디 여러분들이 열심히했었다는 그 과정또한 여러분들의 인생에 있어 큰 도움인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또한, 4번이나 수능을 치면서까지 만족을 못하고 억울해서 수능에 도전과 재도전,재도전,재도전을 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중에도 재도전을 하겠다는 분, 더 이상은 너무 힘들어서 혹은 사정때문에 못한다는 분,

등등 각자마다 다양한 사연이 있을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노력하는 사람은 많고 뽑아주는 인원은 적은 시험 속에서 

모두가 성공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도대체 쟤가 서울대를 못가면 누가 가?' 라는 생각도 들어봤고

'나도 진짜 엄청 독하게 공부했지만, 얘는 나보다도 더 했는데 왜 저런 결과가...' 라는 생각도 들어봤습니다.


한편으로는 다행히도,또 다른 한편으로는 죄송하게도 저는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글을 쓴다는게 한편으로는 오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배신당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니까요.


저는 고대 경영에 합격했고, 2학년 1학기까지 정말 바보처럼 살았습니다. '고대 입학하면 학점도 만점받고

좋은 친구들 사귀어서 고연전도 재밌게 해보고 그렇게 살아야지! 공부도 열심히해서

취직준비도 잘하고 영어공부도 하고 뭐 다해야지!' 라는 생각하면서 입학했지만, 제 천성이 

게으르고 게임만 좋아해서, 사수까지 한 사람이였던 거 같습니다. 시험 전날에도 밤새 pc방 가서 롤하고, 

성격이 좋지 않았는지 인간관계도 안좋아져서 고연전도 못 가게 됐습니다. 그토록 갈구했던 대학인생과는

다른 삶을 살고, 허무하게 코로나가 터지고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군대 와서 뭐 하면서 군생활을 보낼지 고민하다

CPA에 꽂혀서 책을 시키고 공부를 시작하니, 사수했던, 정말 열심히 멋지게 공부했던 제 진지함을 2년만에 느끼게 됐습니다. 이는 고대생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수능 공부를 했던 그 시절 누구보다 간절하고 열심이였던, 아무 것도 잘난 것 없던 그 때의 제 모습으로 돌아간 걸 느꼈습니다.


만족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 억울하고 피눈물 흘리는 심정,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감히 이런 말씀 드립니다.


지금 억울하고 피눈물 흘리는걸 해결해줄 방법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억울하게 날라간 것 같은 노력은 반드시 빛을 발휘할 때가 올 것이라는 건 압니다.



다시 수능을 준비하셔도 괜찮습니다.

수능을 포기하고 적당히 맞는 대학에 입학해도 괜찮습니다.

대학자체를 포기하고 취업을 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그 시절 공부에 간절하고 멋지게 살았던 그 순간들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내 결과가 나를 배신할 순 있어도, 내 노력은 나와 평생 같이 간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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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_ㅋ · 878947 · 20/12/06 22:56 · MS 2019

    좋은글이네요

  • 유규일 · 569522 · 20/12/06 22:57 · MS 2015

    고경->CPA면 충분히 멋지시네요. 난 둘다 시도조차 못 함 ㅠㅠ

  • 멜랑콜리커:) · 974109 · 20/12/06 22:58 · MS 2020

    저 너무 힘들어요. 한 번 더 한다고 뭐가 나아질까요. 남들 다 즐기는 20살 버리는 거 아닐까요

  • rBy1W4maPtEeSR · 764977 · 20/12/06 23:00 · MS 2017

    저도 20살을 못즐겨봤고,21살을 못즐겨봤고,22살을 못 즐겨봤습니다.
    다만, 한번 더 하면 즐기는 것을 포기한 만큼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멜랑콜리커:) · 974109 · 20/12/06 23:02 · MS 2020

    고대 갈 때는 좋으셨나요. 저는 10월 모고까지 보고 고대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들떴었는데, 고대 가신 분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 rBy1W4maPtEeSR · 764977 · 20/12/06 23:07 · MS 2017

    2000년, 사수끝에 고대경영 특차합격하고도, "도저히 고대는 못가겠다"라고 유서에 적고 자살한 수험생이 있었습니다. 과연 그때 그런 결정 안내렸다면 지금 불행속에 살고 있었을까요?
    좋은 학교의 기준, 좋은 삶의 기준은 모두 주관적입니다.
    저도 그토록 서울대경영을 갈망했지만, 도저히 못오를 벽이라고 생각하고 고대에 만족하니 너무 행복하더군요.
    어느 정도의 성적대인진 모르지만, 스스로 행복한 삶을 만드시길 바랄 뿐입니다!

  • 멜랑콜리커:) · 974109 · 20/12/06 23:09 · MS 2020

    주관적 삶의 만족감이네요. 심찬우쌤이 말씀하신 한계를 인정하고 자신의 그라운드를 찾으란 것의 예시가 작성자분인 것 같네요. 12월 동안 제 내면을 좀 더 살펴봐야 겠습니다. 최선의 선택을 하고 나중에 쪽지 하나 남길게요 :)

  • rBy1W4maPtEeSR · 764977 · 20/12/06 23:14 · MS 2017

    힘든 시간이 되겠지만, 잘 이겨내시고 좋은 결정 내시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