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ible [256289] · MS 2008 (수정됨) · 쪽지

2020-12-06 09: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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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해도될까, 고학년 반수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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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르비에 글을 쓰네요

저는 지방 국립대 사범대에 08학번으로 다니다 자퇴하고 수능을 봐서 원광대 치대를 13학번으로 들어갔고 지금은 졸업해서 공중보건의사 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문과였고 다시 수능보면선 이과로 봤는데, 국어랑 과탐에 나름 자신이 있었고 영어를 잘 못했어요.

당시엔 언어, 수리가형, 외국어 영역이었죠 이름이..세대차이 느끼네요.


지금 다시생각해도, EBS연계 없었으면 치대 못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진짜 아마 그랬을거예요. 수학은 어찌저찌 EBS공부 안하고도 잘 봤는데. 마지막에 포카칩이랑 난만한(이해원) 한석원 모의고사 계속 반복학습하고 들어갔더니 수능문제가 다 아는문제 같더라고요.


아무튼 25살에 치대에 입학했으니 늦게 입학을 했지요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그 때 학교 자퇴하고 수능 본 게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잘못한 게 있다면 휴학을 할걸 괜히 자퇴해가지고 수능 공부하는 중간에 군대 영장도 두번이나 날라오고 별거에 다 멘탈이 흔들려버렸다는 거? (반수할거면 절대 선 자퇴하지 마세요)


근데 제가 수능보길 잘했다는게, 치대에 늦게라도 붙었으니 망정이지

25살에도 의치한 못붙었으면 어떻게됐을까요?

수능 또 볼 수 있었을까요?

또 보면 그땐 붙었을까요?


그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해요. 수능 못봐서 의치한 전부 떨어졌다고 상상해보면.

군대도 현역으로 가야했을 거고, 졸업해서 평생 벌 기대소득도 굉장히 낮아졌겠죠.

치대 다니면서 학비며 생활비 교재비해서 빚을 좀 졌는데, 걱정은 됩니다만 그래도 갚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거든요? 근데 만약 메디컬이 아니었다면 이런 희망보다는 걱정이 더 컸겠죠. 지금은 걱정보다 희망이 크고요.


제가 만약 25살에도 메디컬 대학에 못왔다면, 정말 거기서 포기할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지방거점 국립대에 가서 학점 잘 챙겨, PEET보고 약대 가는것도 생각해봤지요.

아무튼 수능은 24살에 보는 게 마지막이었어요. 제 딴에는 그게 기준이었어요. 25살엔 수능준비 안한다.


주식투자할 때도, 다들 '기준'이 있어야된다고 말해요.

손실을 어느정도 보면 손절한다.

이익을 어느정도 보면 익절한다.

어떤 주식은 손실을 어느정도 봐도 갖고간다.

어떤 주식은 언제까지 처분한다.


하물며 우리 인생에 투자할 때는 어떨까요

기준 없이 '수능'이란 주식을 막연히 들고가다 내 인생까지 상폐위기에 처하진 않을까요?


주식은 기업을 통째로 매각했을 때의 추정가치와, 주가X주식발행수를 계산한 시가총액을 비교해서 투자가치를 평가해보곤 하더라고요. 시가총액이 기업실제가치보다 크면 고평가 된 상태라고들 하지요. 물론 이 산출방법은 정확하지 않고 대략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수능을 볼까말까 고민하시는 장수생이나 학부고학년 반수생분들이 있다면

본인의 가치, 그러니까 현재의 모의고사 성적, 혹은 올해 수능 성적, 아니면 가장 최근의 성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가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그러니까 현재성적이 아니라 '성적향상'을 얼마나 잘하는지를 평가해보세요.


저는 23살에 수능 준비 하면서, 6평에서 수리가형 6등급 받고 바로 성적표 버려버렸어요 너무 충격받아서. 그리고 9평에서 2등급이 나왔거든요. 수능은 3등급 맞았지만 이걸 가능성으로 보고 24살에 재도전을 했어요. 그래서 100점 맞아왔고요. 운좋게 영어도 잘 봐서 치대에 왔고요.


여러분도 막연히 '지금부터 빡세게 공부하면 성적이 잘 나오겠지' 그게 아니라... 그 목표성적을 이루기까지 과연 얼마나 걸릴지.. 여기다 물어보지말고 직접 답을 찾아보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메타인지능력'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내 능력이 얼마인지 어렴풋이라도 아는거요.

그럼 여기다 1년만에 의치대 가능한지 여쭤보지도 않겠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자기것으로 만들어 가시기는 하시겠지만요.


제가 수능공부할 때, 외국어 지문에 이런 지문이 있었어요.

아는 것과 익숙한 것은 다르다.

전에 자주 봤던 내용을 '익숙'하기때문에 '아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지문이었는데, 정말 전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이었어요. 그 지문을 읽고나서 그동안 내가 안다고 착각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거든요.


여러번 수능을 보고계신분들 중에 또 한번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으셨다면,

여러분도 꼭 저 말을 마음에 새기고

익숙한 것을 진짜 '아는 것'으로 만드시길 바라요.


저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았던 것 같아요.

꼰대소리 읽느라 고생했어요 이제 여기 기웃대지말고 공부하러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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