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충 [839947]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12-04 16:17:02
조회수 440

글 한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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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에 대해 만족하시는 분들의 연락도 많았지만, 반대로 기대에 결과가 못미쳐 속상하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도 덩달아 속상해지더군요. 모두 다 열심히 한 걸 아니까ㅠ 혹여 도움이 될까 싶어 짧은 식견으로 몇자 적어봅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오직 하나 뿐이고 그것은 우리의 의지를 넘어선 것에 대한 걱정을 멈추는 것이다." -에픽테토스 


100 마디의 해줄 말을 생각하며, 이 말은 이래서 맞지 않고 또 저 말은 저래서 맞지 않고 하나 둘 말들을 거르다 보니 결국 아무 이야기도 할 수가 없었다. 


얼마전 거리를 걷다 휘어있는 전봇대를 보고 신기하여 찍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전봇대가 굳세고 올곧은 것도 고정관념이다. 이렇듯 저렇듯 제 역할만 다 하면 그만이 아니겠는가.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이 더욱 그렇다. 인간에게는 심지어 태어나자마자 정해진 역할이랄 것도 없는데, 우리는 아둥바둥 나는 왜 더 잘하지 못했나, 나는 왜 이런가 후회를 늘 한다.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지만, 가끔은 부담감이 숨을 턱턱 누를 때도 있다. 스스로가 보기에, 또 남이 보기에 어때야만 하고, 그런 기대를 이루지 못해서 슬퍼하는 것은 인간만이 진 큰 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끔은 우리의 노력으로 되는 것 같아보여도 결국은 우리의 힘에 달리지 않은 것들이 있다. 애초에 "결과"라는 것이 그런데, 어떤 것이 결과가 되면 모두 우리 손에 달리지 않게 된다. 우리가 다만 자유로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생각이다. 우리의 탓은 없다. 따라서 슬퍼할 것도, 분노할 것도 없다. 우리는 우리의 결과를 바꿀 수 없지만 우리의 지금 감정은 다스리려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정을 다스리려는 시도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역시 자괴감이 드는 순환에 빠질 것도 없다. 그것 역시 결과이니까. 우리는 시도만을 할 수 있다. 사랑과 평화와 자유와 그 모든 우리가 좋아하는 관념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기분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우리의 탓이 아니다. 수고했다. 이제는 새로운 막을 열고 발걸음을 내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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