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초콜릿상자 [731371]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20-12-03 22:17:30
조회수 2,004

21수험생분들, 시간나시면 꼭 읽어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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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도 오르비 정말 오랜만에 와보네요.

고3, 재수, 삼반수 시절 자주 오르비 했었는데 ㅎㅎ

일단 고3분들, N수생분들 정말 지금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더더욱 힘들고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오늘 하루만큼은 지금까지 늘 봐왔던 시험지나 성적표가 아닌, 

본인에게 한 번씩 “정말 수고했다”라는 말을 해주시길 바랄게요:)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해주고 싶은 말을 해보려고 해요.

뻔한 응원, 위로와 축하는 이미 많은분들께서 해주시고 계신 것 같아 다른 말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기분 나아지실 겸, 시간되시면 천천히 멍 때리면서 읽어보세요!


저는 대부분의 수험생들보다 입시 준비를 많이 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2018년수능, 2019년수능, 2020년수능을 본 3수생이었습니다.


2018년 수능, 정말 변별당했습니다.

고3 시절, 하루 공부 시간의 약 8할정도는 평소 어려워하던 국어에 투자하였습니다. 

그러나 공부 방법이 잘못되었는지, 실력이 부진했던 것인지 

수능에선 국어 4등급이라는 결과를 받게 되었습니다. 

정말 스스로에게 많은 실망을 하고 그동안의 노력과 과정들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았습니다.

논술도 썼었는데 다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수능, (다들 아시겠지만 국어 hell) 이때도 처참하게 국어가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약 300일간 정규 수업 시간 제외하고 하루에 약 5시간 이상씩 국어에 투자했는데 

또 4등급이라는 등급을 받았습니다. 진짜 그 당시 많이 힘들었습니다.

재수 생활(feat.강머기숙)도 힘들어서 많이 우울했었는데 성적을 보니 더 힘들더라구요.

3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 제가 얻은 건 국어 68점이 전부였습니다.

‘공부를 덜 했다, 방법이 잘못됐다’ 등 주변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었지만 

그런 말들은 제게 상처를 주지 못했습니다. 

그저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모든 것을 집어 삼켜버렸으며,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저보다 지금 수능 채점을 하시고 더 힘드신 분들이 많으실거라고 생각해요 ㅠㅠㅠ

그런데 여러분, ‘입시’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아직 대학에 합격한 것도 떨어진 것도 아니잖아요.

정시 원서 모집도 남아 있고 심지어 논술 시험도 남아 있습니다.

“수능끝=입시끝”이 아닙니다.

정시 원서 전략 잘못 짜서 대학을 못 간 친구도 제 주변에 있고, 

시험은 못 봤는데 전략을 잘 짜서 자신의 성적보다 훨씬 잘 간 친구도 많이 있습니다.

정말 못보셨다면 논술의 기회도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아직 포기하지 마세요.

오늘 하루 푹 쉬시고 내일부터 다시 파이팅 해봅시다!


저도 재수 수능 시험은 망했지만 운 좋게 논술로 대학에 붙었습니다. 

저는 정말 기대를 1도 하지 않았었습니다.

기만이 아니라, 저는 재수할 때도 정시만 바라봤고 

기숙학원 일정에 포함된 논술 수업시간 때는 매번 잠을 자다 논술 선생님께 지적을 매주 받았습니다.

그만큼 수능으로 대학을 가고 싶었었지만, 저의 의지와는 달리 수능을 망쳐버렸습니다.

저는 여러분들도 다 아시는 인서울 유명한 대학교 6개 논술을 썼었습니다. 

결과는 잘 썼다고 생각했던 5개의 대학교 모두 광탈하였습니다ㅎㅎ.


그러나 마지막 1곳, 진짜 생각지도 못한 대학교 논술 시험에 붙었습니다. 

최저 맞추고 난 뒤 경쟁률을 보니 그냥 같이 시험 보는 반에서 1명만 되는거였더라구요.

진짜 저는 살면서 입시 논술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재수 이후에 수능을 망해 그때부터 논술 공부를 처음 시작하였는데

제가 논술로 붙은 학교는 논술 학원 다니기도 전에 시험을 봤던 학교였습니다ㅋㅋㅋ.

논술 당일 아버지와 함께 시험장을 찾아가는데 지하철을 이상한 걸 타서

거의 꼴찌로 시험장에 들어갔을거에요. 

논술 시험장에 들어가자마자 숨 헥헥거리고 땀 흘리고 장난 아니었어요.

더 심각했던 건 감독관님께서 수험표 검사를 하시는데 

제가 이 시험실에 응시하는 인원표에 이름이 없다는거였어요ㅋㅋㅋㅋ. 

이 정도 정신이면 거의 정신 나간 거 맞죠?

그런데 다행히 같은 계열 시험이라 그냥 여기서 봐도 된다고 하셨어요. 

진짜 난장판 그 자체였어요.

시험도 그냥 읽고 포기한 듯 끄적거리고 나왔어요.

시험보고 나왔을 땐 전혀 잘 쓴 것 같지도 않았고 그냥 망했다고 생각해서 아예 잊고 있었어요.

그런데 합격을 했습니다. 정말 믿겨지지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울컥하네요ㅠ)


삼반수는 간략히 제가 국어 성적에 대한 미련이 계속 남아 있었어서

대학을 옮기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고 ‘국어만 1등급 맞자’라는 마인드로 반수를 시작해서 

작년 수능에 1등급을 받았습니다. 

(여러분들이랑 시험보는 난이도 체감이 아예 달라요.

대학을 다니고 있는 저와 달리 여러분들이 보셨던 시험이 훨씬 더 어려운게 맞아요!)

마지막 붙은 대학도 정시 전화 찬스 마지막 날 마감 1시간전에...


별 대단한 이야기도 아닌데 너무 장황하게 쓴 것 같네요 ㅠㅠ 

그저 여러분들께 제가 전해드리고 싶은 말은 

저도 절망할 만큼 절망해보았고 스스로한테도 많이 실망했었어요.

그런데 얼마 살진 않았지만 정말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저도 저한테 그런 기회나 행운이 주어질지, 상상도 못하고 살아왔는데

여러분들도 충분히 그러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럴 자격도 충분히 있으시고요, 진심으로요..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지금부터라도 준비해보세요! 

정말 저보다 더 고생하신 분들이고 더 똑똑하신 분들이라 모두 잘 되실거에요.


지금까지 제 이야기 읽어주신 수험생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글을 잘 쓰지는 못했지만 정말 본인에게 실망하신 분들께 꼭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수능’이 아닌 ‘입시’가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끝까지 가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진짜 여러분들도 다 하실 수 있습니다!

끝까지 가세요 정말 후회없게 끝까지가세요.


끝으로,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대사 하나 소개해드리고 갈게요.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너가 무엇을 고를지 아무도 모른다. 

+입시 끝나고 “포레스트 검프” 영화 꼭 봐보세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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