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kkia [332350] · MS 2010 · 쪽지

2020-11-29 22:07:58
조회수 11,670

지금 이 시점에 안 불안한 사람 1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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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가? 제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벌써 12월인데 이번 해에는 유독 안 추운 것 같다고


그래서 그랬습니다.


아직 수능을 안쳐서 그렇다고, 12월 3일 되면 추워진다고




제가 이제까지 10년동안 수능 8번 봐오면서 11월만 되면 수능때문에 지독한 우울증에 걸렸어요.


불안하고, 후회되고, 걱정되고, 이제진짜마지막수능인데내인생은어디로...(이 생각 6번 함ㅋ)


이제까지는 내가 공부를 드릅게 안해서 그렇다~ 목표가 너무 이상적이어서 그렇다~ 나만 그렇다~ 생각했는데

수능과 관련없는 사람이 되어 우울증 하나없는 말끔한 가을을 맞이하고 깨달았습니다.


'나만 힘든 것 아님'


세상에 어느 수능치는 수험생이 목표에 걸맞는 실력을 확신할 수 있을까요?


목표에 대한 가능성, 희망, 기껏해야 자신감 정도 가질 수 있을 지언정

오히려 큰 자신감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은 더 큰게 정상이에요.


하루에 18시간씩 365일 매일같이 공부한 수험생?


아마도 그렇게 열심히 한 학생이라면 본인의 노력과 그 고통을 알기에 오히려 더 불안하고, 우울하고, 힘들거에요.


내가 20대 인생을 수능에 몰빵하다 실패한, 누군가의 눈에는 인생ㅈ망한 잉여인간처럼 보이겠지만

이런 저도 진짜 더이상 없을만큼 최선을 다 해본 해도 있고,

또 반대로 이게 사람새끼인가 싶을만큼 안 해본 해도 있거든요.


그런데 똑~같이 불안하고 힘들고 허무하고 후회되고 자괴감듭니다.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모두가 다 같이 힘든거에요.


이 말은 나만 유독 이 한 해를 잘못 지낸 것도 아니고, 이 힘든게 이상한 것도 아니라는 말이구요.


수능을 앞두면 누구나 겪은 당연한 관문이라고 생각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편하게 마음먹는건 어떨까요?




그런데 이 불안감이 커지고 여기에 공부를 안했다는 후회가 섞이는 순간 이런 생각으로 발전해요.


'이번 해는 틀린 것 같다. 내년엔 누구꺼 듣지?'


내가 공부를 안한 해의 내 상태를 알고, 그때의 감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요.


수능 치기도 전에 내년 커리큘럼 짜고있는 사람은 딱 제 꼴 납니다. 내가 장담해요.


그리고 내년에 다시 또 그런 생각 하게 될거에요.


'시발 시간다갔네 내년엔 누구꺼 듣지?'


악담 퍼붓고 저주하는게 아니에요. 


끝이 나지 않았는데 포기하지말고, 마지막까지 한번 마무리하고 부딪혀보자구요.


지금 힘들고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더 그런 생각 가지는거 진짜 누구보다 잘 이해해요.


그만큼 본인 인생에 밝은 미래를 꿈꾸고있고 멋지게 성공하려고, 행복해지려고 그러는거잖아요?


그런데 밝은 미래 꿈꾸는만큼 지나온 내 과거도 인정해줘야하는거 아닐까싶어요


지난 1년간 한게 있잖아요.


잘 뛰어가다가 힘들면 걸어갈 때도 있었고, 너무 지치면 좀 누워서 쉴 때도 있었겠죠?


그래도 이제껏 지나온 길이 있는데 왜 그 길을 인정하지 않으세요


이제까지 해온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과거를 소중하게 생각해서라도 마무리 한번 해보자구요.


이제 남은 날이 고작 3일밖에 안된다구요?


이제부터 공부한 것들은 수능날 시험지 폈을 때, 방금 본 것들처럼 생생히 기억나요.


3개월 전에 했던 공부 하나라도 기억납디까ㅋㅋ




제가 그동안 11월만 되면 우울증 왔다고 했지요?


그런데 그렇게 어김없이 찾아온 우울증이 12월 초 성적표 받고 한 일주일만 지나면

이렇게 말끔할 수 있는가? 너무 뻔뻔한 것 아닌가 싶을만큼 말끔해졌어요.


내가 수능을 쳤었던가? 싶을만큼..


그리고 수능을 망치면 무슨 자연재해가 전국에 일어나 세계가 처참히 박살나고 내 사지가 찢겨 죽을 것처럼 두렵고 무서웠었는데


현실은 멀쩡했고, 내 인생 또한 여전히 빛나고 있었어요.


여러분이 보기에 좀 어이없을지 모르겠지만, 전 여전히 제 미래에 대해 밝다고 생각하고 있고, 자신 또한 있습니다.


10수생도 이런 생각과 자신감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여러분이라고 뭔들 못하겠어요.


지금 타이밍에 맞지않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하려구요.


여러분이 수능을 잘치든 못치든 여전히 여러분 인생은 가치있고, 미래는 열려있습니다.


나이가 깡패야~ 20대중반? 초반??? 19살????? 아오 졸라게 부럽네 서울대 의대보다 19살이 더 부러워 진심


이 사실만 기억하고 최선을 다해서 수능 마무리 잘해요.


마무리잘해서 수능 대박나서 명문대 가라는 의미가 아니라, 인생에 최선을 다한 기억 하나쯤 있으면 힘이 되더라구요.


대박나시면 더더욱 좋겠네욤 명문대가면 쪽지한통 주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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