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3258777
무엇하나 보잘 것 없는 나라는 인간은
지난 8개월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죽을만큼은 아니지만
10시간 미만으로 공부 안한 적이 없었고
학원을 갈 형편도 지리적 여건도 되지않아서
인강에만 의존해서 공부해왔다
나는 별 생각없이 살아서 몰랐는데
사실
나는 노래 듣는 것도 좋아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낙서하는 것도 좋아하고
부모님과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것 또한 좋아한다
또 나는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드라마 보는 것도 좋아한다
또 돈은 많이많이 벌어서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게 내 꿈이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해왔다
공부의 재미도 재수를 하면서 알게 됐고
취미생활이 뭔지 드디어 알게 됐다
어렸을 때 부터 게임에 빠져서 시력도 완전 나쁘고
시골 촌구석에서 용이나는 경우는 드물다 생각해서
그냥저냥 하루벌어 하루먹고 살겠지라는 생각으로
공부도 안하고 놀기만을 좋아하고
툭하면 대들고 싫은 소리 하고
항상 이기적이였고 이중적이였다
밖에서는 가면을 썼고 집에서는 짜증을 냈다
또 나는 태어났을 때 의사 선생님들이
두개골이 벌어지지 않아서?
하여튼 모종의 이유로 얼마 못산다고 했다
내가 태어났을 땐 주위 어른들의 환호가 아니라
한숨과 눈물로 태어났다
누구보다 사랑받았어야 할 내가
누구보다 연민을 받게 된 것이다
심지어 엄마는 나를 낳기 전 삼신 할머니 꿈을 꾸셨고
삼신 할머니는 썩은 복숭아를 건네주셨다고 한다
그렇다 나는 썩은 복숭아다
우리 부모님은 날 남부럽지 않게 키워줬는데
난 스스로 날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어렸어서, 세상을 몰랐어서 라고 변명하기엔
그당시 나도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침대에 누우면 그날 하루동안 내 잘못이 뭔지 알고 있었지만,
고치겠다는 다짐은 하루를 넘어가지 못했다
그렇게 썩은 복숭아처럼 살았는데
2020년 올 한해는
나에게 너무도 많은 선물을 줬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뭔지 진짜 알게해줬고
내 인생의 목표를 세울 수 있게 해줬고
내 모난 마음과 성격을 조금이나마 유들유들하게 바꿀 수 있게 해줬다
그래도 나는 지금 존나 무섭다
내 그간의 노력이 하루만에 평가받는다는게
그리고 내 결과를 내가 어느정도 짐작이 간다는게
내 노력의 씨앗의 결과가 발아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해서
분명 난 그날 밤 혼자 울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사는게 뭔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뭔지
하루하루가 너무나 새롭고
시간이 가는게 너무나 아깝다
이런 감정의 영향이 내 대학 입학에는 못미칠지라도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좋은 영향력을 미칠거라고 굳게 믿고있다
엄청 역설적이지만
내 수능은 망할거다 사람들은 속으로 피식 웃고 지나갈 것이다
거봐 공부가 쉽나라는 소리도 들을거고 난 동네에서 쪽이란 쪽은 다 팔것이다
수능은 실패해도 내 인생이 실패하진 않았다
8개월 공부하면서 올라간 성적과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순간들
육체적으로 얻은 잔병치레들
그냥 이 모든게 2020년 이라는 전쟁을 끝마치고 남은
흔적이고 상처고 후유증이고
이것들을 그냥 훈장쯤으로 간직하고 싶다
전쟁이 끝나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서 강대국이 될거다
난 지금 현재가 너무 만족스럽고
누군가 내 노력의 시간들을 인정해줬으면 좋겠지만
스스로도 얻은게 많아 만족스럽고
남들보다 늦게 인생을 의미있게 사는걸 시작하지만
누구보다도 돈 많이 벌어서 한살이라도 젊을 때
다 갚아주고 싶다
이 지긋지긋한 빚더미와
나를 괴롭히는 열등감에서
이제 나는 더이상 썩은 복숭아가 아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심금이 울린다..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우울하다 너무 0
내일이 시험인데 이렇게 누워있다 그냥 힘이 없다 박카스 세 병에 몬스터 한 병...
-
원래 인공지능 가려고 물화생 물2화2 미적 확통 들었는데 갑자기 우주공학에...
-
바로 실전개념 가도 될까요? 임정환선생님 림잇 드랍하고 임팩트 하려고하눈데 조언 부탁드려요
-
가, 나, 다를 P1, 라를 P2로 잡았는데 P2가 3이랍니다. P1 어디서 구하는 거임요?
-
모정컷41233에 원점수는 화작61 미적80 영어2 생명29 지학24입니다
-
오랜만에 수능 판 복귀인데 한종철쌤 개념돌리고 있습니다 . 막전위 스킬 체화하는데...
-
수시가 아무리 사기라지만 꿈만휘 수시라이팅은 진짜 레전드네 ㅋㅋ 2
아니 꿈만휘 눈팅 하다가 어떤 학부모가 고민글 올린걸봤음 내용이 고3 모고 국수 1...
-
이젠 뭘할지모르겠다 고1 기말 때 핸폰 울려서 0점 생기고 내신 바로 버림 정시...
-
애들이 질문하는 수학 과학문제 풀어주는것도 나도 같이 퍼즐푸는거 같아서 재밌고...
-
지금 과제하기vs미루고 내일부터 하기
-
비트코인갤러리 2
-
오랜만입니다 8
-
엔수생살려주십쇼 0
국어중에서 특히 문학이 좀 막막해서 적어봅니다 삼반수생이고 당장 인강패스를 못사서...
-
공부하다 물컵을 쳤는데 물이 책상 밑에 있는 화분 위로 쏟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
감사하다고 꼭 해야 될려나 가끔씩 문제 잣같이도 안 풀려서 그냥 별점 5점만 주고 마는데
-
맨날 하는짓이 다 똑같음 ㅈㄴ 귀여움 그냥 ㅋㅋ
-
고1 1학기 중간이 저렇게 나왔으면 수시로 인서울 못쓰나요? 심리상담앱에서 상담...
-
큐브는 5
산책하면서 몇 문제 받는게 가장 좋은듯
-
저는 4규.... 뭔가 이상하게 안풀림 어렵다는게 아니라.. 뭔가 짜증나게? 틀려서...
-
근데 ㅅㅂ 이젠 이 길밖에 답이 없다
-
살려줘 0
-
내가 왜 정신병 짓을 해가지고 하... 콘서타 부작용인지 내 정신이 이상한건지 뭐가...
-
내세울게그나마수학밖에없는데 수학을망했네
-
실수하니까 등급 털리네;; 분면 정시보다 쉽다고 했는데...
-
요즘 너무 피로하네요..
-
이래서 내가 야구를 못끊어
-
댓글에 팁 적어주싯ㄹ수있나요.. 진행할만한 사람이없음....ㅠㅠㅠㅠ
-
개재밌는데...
-
그냥 역함요 실제로 보셨던분들은 ㄹㅇ 혀깨무셨을듯
-
기출학습 잘 안되어있는거죠? 음 나는 왤케 응용능력이 없지......
-
뭐지 과외생 0
왜 은근 잘하지..! 3일만 빡세게 하자!!!
-
저랑 맞팔해요
-
충무로 근처 혼밥 맛집 추천부탁드려요
-
육군 d-68 0
메인스트림과 서브스트림을 느끼며 독해했던...
-
아 사정해야겠다 6
20분 뒤에 올게요 ㅎㅎ
-
궁극의 인문학, 뇌과학은 미래다!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오픈랩) 2
휴 오늘 대학교 중간고사가 끝났습니다. 진이 다 빠지네요 ㅎㅎ 지난 4월 20일...
-
아 사정해야겠다 2
사문정법 해야겠다
-
라이더 0
이대로 가면
-
조금만 끊어도 머리가 지끈지끙
-
이게뭐냐
-
시험이 못풀정도로 어려운건 아닌데 그렇다고 쉽지도 않음 애들도 다 열심히 해서...
-
요새 라이프코드 강연들은 내용이 꽤 괜찮은거 같음 내가 평소하던 생각들을 정리해주는 느낌
-
폼 정신나갘ㅅ네
-
진대인천사명 2
화이팅 동요하지않고 꾸준히 하는 마음
-
공부해야되는데 1
오늘 화제의 기자회견 보느라 공부가 안됨
-
오르비는 뭐 얼마나 양지라고 고작 오르비에 나타날 용기도 없으시고 비갤 아니면 말...
-
제가 자살한다고 정병짓해서 진짜 좋은 친구한테 시험 시간 다 빼앗고 불안하게 만들고 그랬어요
-
뉴런 들을 짬이 안날 것 같은데, 그냥 혼자서 N제 고민하면서 푸는게 더 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