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비히 [783567]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20-11-12 01:24:10
조회수 3,408

루드비히 국어칼럼 - 마지막 마무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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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 수능 얼마 안남았으니 신규유입 분들은 이전 칼럼들 찾아보며 시간낭비 금지

- 이 칼럼은 말그대로 '마무리', 즉 시험장에서 자신의 국어실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 써진 것이지 성적 향상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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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글에 들어가기 앞서, 흔히 이 시기와 수능 국어 시간에 생길수 있는 상황들을 간단히 제시해봅시다.


실전

1) 갑자기 수능 국어 시간이 시작되었는데 화작부터 글이 튕기고, 1번부터 모든 선지 근거들이 의심스러워서 속도 조절을 하게됨. 근데 이 속도가 느린건지 빠른건지 모르겠고, 결국 페이스를 놓쳐 우왕좌왕하며 본능적으로만 풀다 결국 시험이 끝남.

2) 잘 풀다가 중간에 한 문제가 막힘. 근데 나는 69를 나름 1~2등급 맞아서 이번에 점수를 좀 잘맞고 싶은 욕심이 있어 못버리겠음. 결국 한 문제에 과도하게 시간을 투자하다가 다른 문제를 날림으로 푸는 사태가 발생.


현재

3) 지금부터 하는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음.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공부하기 싫고, 대충 실모 풀면서 시간이나 때우게됨. 이미 성적이 결정되어 있는 것 같음.

4) 집중이 그냥 안됨. 실모를 풀든 ,뭘 하든 집중이 안되고 쉽게 피로해지며, 짜증이 나고 잠이 옴. 



1~2는 간단히 말해. '실전에서의 돌발상황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로 요약됩니다.


1번의 상황은 '글이 튕겼을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 보시면 됩니다.


이에 대해 보통 흔히들 심호홉하고 천천히 읽자. 아니면 잠깐 쉬자. 또는 귤을 깐다(?) 던가 명확하지 못한 대비책만 내놓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명시적인 대비책을 준비해놓는 것이 실전에서 여러분의 성적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에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문장을 끊어가며 천천히 읽어서 완급조절하기' 입니다.


여기서 문장을 끊어읽는다는것은, 단순히 문장 사이에 슬러시를 긋는 것이 아니라, 문장의 안긴문장과 절에 ()나 <>등으로 표시하여 읽기 편하게 만들며 동시에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의 경우, 작년 수능을 보던중 갑자기 첫 비문학 지문에서 글이 안 읽히고 문장이 이해가 안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너무 당황스러웠고, 안그래도 19수능을 경험한 저로서는 트라우마가 발생하는 상황이었지만, 침착히 미리 준비해둔대로 이해가 안가고 잘 튕기는 문장의 안긴문장과 절들을 끊어서 읽기 편하게 만들고, 이를 곱씸으며 이해한뒤 천천히 남은 부분을 읽어나갔습니다.


글이 튕기는 것은 여러분만의 일이 아닙니다. 글이 튕기는 것의 90퍼센트 이상의 원인은 여러분이 읽은 그 부분의 문장이 더러워서 또는 정보가 많아서일 확률이 지극히 높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글이 튕기는 부분이 비슷한 지점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습니다.


시험 도중 갑자기 글이 안 읽히는 것은 어쩌면 출제자가 마련해둔 준비된 함정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넘어서냐일 것입니다. 반드시, 이런 돌발 상황에 '명시적인' 해결책을 준비해놓으십쇼. 시험장에서 심호흡은 그저 한숨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2번 상황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원인으로...


a) 평가원과 수능에 대한 과도한 신뢰

b) 자신의 실력에 대한 과신


그러나 '시간만 있으면 맞출 수 있다'는 환상입니다. 수능이 그정도로 깔끔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당장 가능세계만 보더라도 그렇고, 또한 이미 지문 읽는 과정에서 뭔가 깜빡하고 놓쳤을 경우, 또는 문제의 전제를 까먹었을 경우 등... 너무나도 '시간만 있으면 맞출 수 있다'의 반례는 넘쳐납니다.


반드시 기억하십쇼. 현장의 모든 문제를 내가 풀 수 있다. 라고 마인드컨트롤 하고 들어가는 것은 중요합니다만.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문제가 막히면. 일단 못푸는 문제임을 인정하고 넘어가는 태도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3~4는 제가 이시기에 작년에 겪었던 (수능 한달전) 일이라 간단히 끄적여봅니다. 이부분은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담겨있을수 있습니다.


3~4는 사실 흔히 '정신력'의 문제,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사실은 '체력'의 문제입니다.

체력하면 흔히 폐활량, 근육량... 머 이런거를 떠올리기 쉽겠지만. 제가 말하는 것은 육체적 체력, 정신적 체력 모두입니다.


먼저 육체적으로. 재수하는 사람들 중 특히 중고딩때 공부좀 하다 재수한 사람은. 몸에 근육도 안 붙어 있고, 허리는 이미 곱창날대로 곱창났고, 승모근은 항상 긴장되어 있으며, 너무 앉아만 있다보디 폐활량은 이미 저질스러워져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당연한겁니다. n수를 열심히 했다면, 책상앞에서 많은 시간을 불살라가며 20살을 내 인생을 위해 태워나갔다면. 몸은 이미 연약해져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당연히 정신에도 영향을 줍니다. 운동없는 몸이 신진대사가 비교적 활발치 못하다는 것은 뻔히 증명된 사실이고,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운동이 거창한게 아닙니다. 3일에 한번, 1km 이상만 '뛰세요'. 집 옆에 공원이든 어디든 말입니다.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면 적당히 운동하는 것만큼. 컨디션에 도움되는 것이 없습니다. 비타민. 영양제. 다 좋습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걸 놓치지 맙시다.


정신적인 체력은 어떨까요. 사람이 흔히 생각하는 존재라고는 하지만. 사람은 본능적으로 생각을 거부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말초적인 것에 더 강한 자극을 받으며, 최대한 생각을 안하길 지향하게 되있죠. 생각은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니 당연합니다.


이런데도 여러분은 1년 내내 공부만 했으니, 이미 혹사당할대로 혹사당한 머리가 생각을 '거부'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뇌한테 윽박지르며 실모로 과도한 정보량을 소화하게 하면 할수록 악순환만 반복되겠죠.


하루 이틀만 쉬어보세요. 실모를 내려놓고 잠깐 지난 책들, 지난 오답들을 천천히 되돌아보는겁니다.

버티면 부러집니다. 눈 앞의 실모를 해치우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모? 그까짓거 좀 버리거나 나중에 후배들한테 뿌려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한 번만 더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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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사실 옛날부터 쓰고 싶었던 건데, 계속 미루다 이제야 올리네요.

곧 끝입니다. 몇 주전의 여러분이 존재했듯, 몇 주 후의 여러분도 수능이 끝난 저녁에 밥을 먹고, 결과를 맞이하고 있을 겁니다. 부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저처럼 실패하지 말아주세요. 입시판은 빨리 뜨면 뜰수록 인생에 매우 좋습니다.


특히 현역분들은. 재수를 하면 20살이 없어진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곰씹으며 최선을 다해주세요. 나중에 그거 생각보다 서럽더라고요 ㅎ


이 칼럼은 아마 저의 마지막 칼럼이 될 겁니다. 이제 저도 수능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학생의 입장으로 돌아가 가끔씩 컨텐츠 평론이나 질문하러 오겠네요내년에 여기서 저를 볼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n수생분들 화이팅입니다.


+ 제발 잠좀 일찍 자세요.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면 됩니다.  동생보니까 한숨나와서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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