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세아린 [546] · MS 2002 (수정됨) · 쪽지

2020-10-01 21: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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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이벤트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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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라고 해서 출근했더니 꽝이라 허탕치고와서 쓰는


명절 한정 평소랑 다른 패턴을 보이는 환자 유형입니다.




패턴1. 입원하고싶어요.


종족 : 아줌마

주 속성 : (기혼자중) 막내 속성

특징 : 건강함


추석 전주부터 외래에 리젠되기 시작하고 추석이 다가올 수록 응급실 출현빈도가 올라갑니다.


특히 응급실에 출몰하는경우 요리보고 조리봐도 멀쩡해 보이지만


입원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버프 때문에 딜이 잘 안들어갑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방어력과는 달리


그럼 입원해서 쉬다가세요라는 말 한만디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0에 가까운 공격력 때문에 위험도는 낮습니다.


어차피 추석 당일이 지나면 페이즈2에 돌입하게되면서 버프가 풀리고 알아서 퇴원하게 되어


추석전날 응급실 통해서 입원한경우 연휴 끝나기 전에 퇴원해버려서 담당 교수는 그런환자가 있었는지조차 모르지만 의무기록에만 남아있는 유령같은 존재입니다.


대부분 이런 케이스를 한두해 본게 아니라서 그냥 그려려니 하지만 이런 환자 싫어하는 교수님들은 계속 불편하시면 정밀검사를 해봅시다 하고 병원비라는 방무뎀을 때려박기도 합니다.


참고로 저같은 경우에는 솔찍하게 명절때 힘들어서 쉬러왔어요라고 하면 금도끼은도끼에 나오는 착한 나무꾼을 본 산신령의 마음으로 곱게 입원시켜주는 편입니다.





패턴2. 퇴원하고싶어요.


종족 : 할아버지할머니

주 속성 : 친화력 높음

특징 : 분명 환자인데 자꾸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회진때 가보면 자리에 없음


패턴1과 정확히 반대되는 패턴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입원해서 치료중인데 많이 회복되었지만 의사가 봤을때 아직 퇴원은 불안한 환자분들로


문제는 의사가 봤을때 불안한 상태지 환자가 느끼기에는 다 나은 상태여서 자꾸 추석이라고 퇴원시켜달라고 때씁니다.


평소에는 퇴원하라고 해도 갔다가 다시 않좋아지면 어떻게 하냐고


완전히 치료하고 가겠다고 버티던 분들이


명절만 되면 갑자기 갔다가 아프면 다시 오면 된다는 우디르급 태세전환을 합니다.


사실 연휴동안 특별한 치료나 검사가 있는건 아니어서


의사 입장에서도 가급적 명절전에는 최대한 퇴원시켜드리는데 그러고도 남아있는분은 정말로 안되는거라 때써도 소용 없습니다.


하지만 안된다고 해서 그려려니하면 그건 때쓰는게 아니죠.


연휴 전날쯤 되면 퇴원은 포기하고 차례지내야 하니까 오전에 외출만 시켜달라고 하는데


제가 주로 쓰는 스킬인 "아버님~ 이번에 차례지내시면 내년에는 차례상 받으셔야되요." 로 딜을 넣어 봅니다.


내가 나이가 몇인데 까짓거 죽으면 그만이지 하고 남자들 유언같은 소리를 하면서 딜을 튕겨내면


자녀분께 이르면 됩니다.


자녀분입니다. 며느리나 사위는 뎀이 안들어가니까 꼭 자녀분께 일러야 합니다.


그럼 알아서 제압해줄겁니다.


불쌍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살아서 내년 추석을 맞이하셔야죠.


다만 다음 명절을 기약하기 힘들다고 생각되면


보호자랑 면담하고 좀 무리하더라도 퇴원 혹은 안되면 외출이라도 시켜드립니다.


이번이 친인천들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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