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지지않는신념 [745044]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20-09-30 14:41:47
조회수 8,534

친척집에 발 끊고 제사에 참여하지 않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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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친척집에 가지 않은지 6년 정도가 흘렀다. 당연히 다같이 지내는 제사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제사를 왜 지내는지 그 의미도 없이 사람들에게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분위기를 혐오하기 때문이었다. 





2.물론 그렇다고 평생 안지낼 것은 아니다. 다만 외할아버지를 비롯한 외가 분들과 아버지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등등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만 내가 따로 지낼 생각이다. 내가 제사를 독립하여 지내려는 이유는 외가분들이 내가 수능을여러번 준비하는 긴 세월동안 재정적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셨을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지지도 무한하게 해주셨기에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어머니와 관련된 분들이기때문이기도 하다. 





3. 내가 친척들의 꼰대 문화를 혐오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어머니에 대한 과도한 착취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제사에 굉장한 열의를 가지고 있었고 그에 따라 나와 어머니도 제사에 여러번 참여해야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제사에 참여하는 것에 큰 불만이 없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작은 불만도 없었다. 형제가 없던 내게 제사는 친척 형제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4. 하지만 어머니까지 항상 참여하게 하는 것에는 불만이 있었다. 어머니는 병에 걸린 환자였다. 그런 어머니를 꼬박꼬박 제사에 참여하게 하는 것에는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10년전인 2010년까지만 해도 지금과는 달리 아버지에게 찍소리 못하는 겁많은 소년이었기에 그저 묵묵히 제사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누적되기 시작하자 내 안의 악마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저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누구도 몰랐다. 나는 내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 소심한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5. 어머니는 병에 걸린 상태에서도 제사에 꼬박꼬박 참여했다. 하지만 친척놈들은 어머니를 끊임없이 착취했다. 외할아버지께서 아버지에게는 재산을 물려주실 생각이 없냐고 자꾸 물어볼 뿐만 아니라 조언을 해주는 척 하면서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집을 미리 넘기는게 어떻겠냐는 말도 서슴없이 했다. 어머니께서 필요한 약을 대리 구매하는 과정에서 약을 몇개 빼돌리기도 했다. 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나 또한 어머니의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아프다보면 약간의 피해의식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을 빼돌린 사건은 직접 물리적인 증거를 봤기 때문에 더 이상 착각의 영역이 아니었다.





6. 아버지는 단 한번도 어머니가 아프니 제사에 안가도 된다 또는 집에서 쉬는게 좋겠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어머니의 남은 수명이 1년이 될지 6개월이 될지 3개월이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버지는 그저 제사에 참여해서 형제끼리 웃고 떠드는 것을 즐길 뿐이었다. 내게는 그 장면이 하나하나 영화의 장면처럼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누적된 분노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터지게 되고 그 이후 아버지와 나의 관계는 완벽히 역전되었다.





7. 제사는 분명 좋은 의도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의도를 모르면서 그저 과거에 행해왔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이나 친척들을 강제로 참여하게 한다면 언젠가 이런 문화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어떤 문화든 폐해가 누적된다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8. 나는 외가의 우려를 무릅쓰고 모든 친척들에게 카톡으로 내 의사와 이렇게 하는 이유를 장문으로 적어서 전달했고 더 이상 나를 회유하려 하지도 아는 체 하지도 말라고 했다. 나는 어머니처럼 외가분들처럼 타인에게 당하고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힘이 없고 어렸기에 그에 대항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내게는 가장 큰 아픔으로 남게 되었고 힘있는 사람이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가장 혐오하게 되었다. 만약 이런 일들이 없었다면 나는 절대로 검사를 장래희망으로 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타인과 충돌하는 것을 싫어하는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를 보면서 악의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으면 언제든 크게 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뿌리깊게 남게 되었고 법을 알고 강한 사람이 되지 못하면 강자에게 당할 수 밖에 없으니 반드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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