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임 · 882694 · 20/09/29 02:18 · MS 2019

    전신이 검은 까마귀,
    까마귀는 까치와 다르다.
    마른 가지 끝에 높이 앉아
    먼 설원을 굽어보는 저
    형형한* 눈,
    고독한 이마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
    얼어붙은 지상에는
    그 어디에도 낱알* 한 톨 보이지 않지만
    그대 차라리 눈발을 뒤지다 굶어 죽을지언정
    결코 까치처럼
    인가의 안마당을 넘보진 않는다.
    검을 테면 철저하게 검어라.
    단 한 개의 깃털도
    남기지 말고……
    겨울 되자 온 세상 수북이 눈을 내려
    저마다 하얗게 하얗게 분장하지만
    나는
    빈 가지 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먼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
    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 리얼루 · 894387 · 20/09/29 02:20 · M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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