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학이순한맛 [869984] · MS 2019 · 쪽지

2020-08-31 17: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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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학이 칼럼] 이과생의 문학바보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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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학이 멘토 서울대 딤섬 (학학이 칼럼은 다양한 대학과 전형의 멘토들 글을 가져옵니다)


문학바보였던 이과생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에 재학중인 딤섬입니다! 오늘 저는 문학공부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현역 때 이과스럽게(?) 문학을 정말 못했습니다. 특히나 시의 그 감성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답의 이유를 납득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늘 문학 문제를 풀면서 '아니 이게 왜 답이지?' 라는 질문을 달고 살았습니다. 비문학보다 문학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러면서 많이 틀렸습니다(ㅠㅠ).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문학공부에 대해 스스로 고민도 해보고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며(feat. 많은 실패) 결국에는 문학공포증을 극복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저의 경험과 과정을 자세히 공유하며 문학공포증을 느끼는 학생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주의사항 

-  이 글은 정답이 아니라 경험과 추천으로 구성

-  이미 문학을 잘하는 친구들은 뒤로 가기!

-  테크닉보다 본질에 관한 내용

-  이과(공대생)이 쓰는 글임



왜 문학은 어렵고 두려울까?


문학, 문제는 머리에!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조금씩 모의고사와 국어 내신 시험을 보면서 명확한 문제를 느꼈습니다. 문학.. 특히 시만 읽으면 ‘아니 이게 왜? 이런 뜻이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저 '나는 이과라서 문과식 감수성이 없는 거야.' '수학과 과학을 얻고, 국어 특히 문학 공부 능력을 못 얻어서 그래' 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많았고, 정답 해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엉뚱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예를 들자면 시를 읽고 ‘왜 이 장면의 감정이 외로운 감정이지?’ ‘시인의 의도가 운율감을 주기 위해서라는 걸 내가 어떻게 알지?’와 같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누군가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실일지 몰라도 저는 그게 어려웠던 것입니다. 문제를 출제한 사람 그리고 이 문제를 푸는 사람과 나의 생각이 다른데 나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머리가 문제니까 머리를 바꿔야 이 문제를 해결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문과적인 머리가 없다면 연습을 통해서 비슷하게라도 머리를 바꾸어서 문제를 만드는 사람 그리고 손쉽게 풀어내는 사람들과 비슷한 생각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문학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굉장히 주관적이고, 개인의 감수성과 다양성이 반영되는 것이 정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어떤 시인은 수능에 출제된 자신의 시가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설되었다고 한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능을 출제하는 평가원은 그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문학 작품은 수많은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평가원은 그런 다양한 생각들 중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수십 년 간 수능 문제를 출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독특한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읽는 친구들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수능을 응시하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기준을 배우고 머리에 입력하는 것입니다.


문학, 문제는 문제에

문학 공포증의 첫 번째 이유는 출제자의 의도와 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 외에 또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바로 문학 용어를 정확히 모른다는 문제였습니다. 


 종종 ‘이게 정확하게 무슨 뜻이지?’ 하는 단어들이 보기나 문제의 선지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활유법, 수미상관, 내재율, 심상 등의 단어들이었습니다. 이것은 너무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에 애초에 문학 문제를 잘 풀 수가 없었습니다. 영어 문제를 푸는데 모르는 영어 단어가 있다면 풀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경우 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어림짐작으로 운이 좋게 정답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문학에서 범한 오류도 정확히 그 지점입니다. 


 모르는 용어를 만나도 문제를 푸는데 큰 문제가 없어서 잘 모르는 용어들을 계속해서 넘어간 것, 그리고 그것이 하나 둘씩 쌓여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문제를 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죠. 적을 알면 100번 싸워 100번 이긴다는 말, 문제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며 문학과 싸운 저는 백번 싸우면 백번 지는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현대시 극복기 

작품 읽기, 세모 동그라미 네모

 이 부분에서는 제가 위에서 언급한 문학이 어렵고 힘들었던 두 가지 이유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 방법들을 소개하겠습니다.


 현대시를 극복하게 된 가장 핵식점인 방법은 정. 태, 상을 생각하며 작품을 읽은 것입니다. 여기서 정, 태, 상은 정서 태도 상황으로 현대시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시를 읽으면서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정서, 태도, 상황만을 파악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에서 어떤 정서(슬픔, 기쁨, 외로움 등)가 나타나는 부분에는 세모를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태도(희망적, 절망적, 의지적 등)가 나타는 부분에는 동그라미를, 상황을 묘사하거나 보여주는 부분에는 네모를 표시했습니다. 간단해 보이는 이 공부 방법의 핵심은 반복과 단순화에 있습니다. 반복적인 연습으로 생각의 틀을 바꾸고, 복잡한 생각이나 주관을 배제한 뒤에 시에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정서, 태도, 상황에만 집중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이 연습을 할 때 주의할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시를 충분히 읽고 느끼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렇게 표시를 하며 시를 읽는 것은 시를 읽고 이해하는 보편적인 뇌를 기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답을 찾으려는 것에 집중하면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2. 충분히 많은 작품을 가지고 연습해야 합니다. 단순히 작품 몇 개를 가지고 이런 연습을 한다고 우리의 뇌, 생각이 금방 바뀔 리는 없습니다. 많은 작품을 이러한 방식으로 읽고 연습해야 나중에 모르는 시를 봐도 동일한 과정을 통해 정서, 태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3. 작품 읽는 연습을 하면서는 해당 작품에 대한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아야 합니다. 당연히 시와 관련된 문제를 풀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정서, 태도, 상황을 찾는 연습과 문제를 푸는 연습은 별도로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완벽하게 생각하는 방법이 머리에 들어오기 전에 문제를 풀면 생각하는 방법을 머릿속에 형성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충분한 연습 후에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거나 최소한 공부 시간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작품 읽는 시간과 문제 푸는 시간을 구분해 공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용어 정확히 이해하기

현대시를 공부하며 느낀 두 번째 문제점은 문제에 있는 용어를 정확하게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잘 모르면서도 대충 넘어간 것이 쌓여서 결정적 순간에 문제를 틀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대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을 모아서 별도로 이해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크게 감정에 관한 단어들, 표현방법에 대한 단어들, 문제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로 구분해서 공부했습니다.


문학을 공부하면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이렇게 단어의 정확한 뜻을 공부하는 디테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 문제를 풀며 둘 중 하나가 헷갈리는 경우를 많이 만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문제에 등장하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성 잃지 않기

현대시를 공부할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세 번째 방법은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작품을 읽으면서 시에 대한 접근법이나 기본적인 이해도를 길렀고, 용어들을 꼼꼼하게 공부하면서 문제를 맞추는 비율도 높였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어려운 문제, 헷갈리는 문제를 틀리지 않기 위한 단계가 남아 있었습니다. 문학 작품이 가진 해석의 주관성은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결국 답은 하나이기에 머릿속에 평가원의 기준을 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는 특히 파이널 기간에 수능을 준비하면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 작품을 읽고 답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객관성을 잃지 않고 평가원의 기준으로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출문제는 우리가 문학작품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평가원의 생각이 담겨있는 가장 좋은 자료입니다. 따라서 국어 공부에 있어서 기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히나 문학과 같이 내 생각과 다른 해석이 가능한 경우에는 뚜렷한 기준을 제시해주는 기출만큼 소중한 자료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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