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와 타인의 생명을 지지하는 방식 - 남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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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는 많은 의료인이 동시에 근무한다. 내가 속한 대학병원 응급실은 한 번에 네댓명의 의사가 일한다. 이들은 동등한 전문직으로 진료의 모든 부분을 나누어 담당하고 수행한다. 하지만 서로의 직책과 업무는 약간 다르다. 근무 첫해는 인턴으로 일하고 이후 사 년간 레지던트로 일한다. 이 과정을 마치면 전문의를 취득하게 된다. 우리 권역 응급의료센터는 항시 인턴 한두 명과 레지던트 두 세명, 전문의 한 명이 팀을 이루어 돌아간다.
병원도 다른 모든 분야처럼 아래 단계부터 숙달을 거쳐 차근차근 올라간다. 응급실 인턴은 가벼운 술기나 설명을 주로 담당한다. 초진 차트를 작성하거나 동맥혈 채혈, 비위관이나 도뇨관 삽관, 조영제, 수혈 동의서를 받는 등의 일이다. 레지던트는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을 내며 진료 결과를 설명하고 기관 삽관이나 중심정맥관 등의 어려운 술기를 맡는다. 이 과정을 전부 수료한 전문의는 이 모든 일을 관리 감독하거나 더불어 수행하며, 전반적인 응급실 상황을 조율하고 환자 전원과 교육까지 담당한다.
처음부터 모든 일을 한꺼번에 배울 수가 없다. 진료 현장에서 술기를 반복하고 관찰할수록 경험이 많아진다. 한 단계를 마치고 그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며, 아무리 뛰어난 전공의도 시간을 단축해서 전문의가 될 수 없다. 또한 응급실에서는 각자가 세분화된 고유의 업무를 수행하는 편이 효율이 높다. 응급실에 누워 있으면 다양한 의사가 방문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하루 백 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한다. 그 책임자는 당연히 전문의다. 나는 다른 동료들의 모든 행위에 상급자로서 책임이 있다.
지난 7일 대한 전공의 협의회에서 파업을 결정했다. 대다수의 인턴, 레지던트가 의료 현장에서 하루간 업무를 중단했다. 의료 현안의 구체적 개선과 지방에 의무 복무하는 의사 선발 재고를 위해서다. 개인적으로는 법과 정책을 통해 지방 발전을 강제적으로 조율할 때 성공한 선례가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이 의제에 다양한 시선이 존재할 것이다. 하여간 그 동안 전문의가 응급실 업무를 모두 수행해야 했다. 전부 오래도록 해온 일이기에 가능했지만, 인원이 대폭 줄었으며, 소수가 다양한 일을 전부 도맡는다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어쩌면 위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기꺼이 출근해 본래 인턴과 레지던트와 전문의에게 주어진 모든 업무를 수행했다. 의사 다섯 명이 수행할 일과를 다른 전문의와 두 명이서 마쳤다. 어떤 면에서 전공의 파업은 선배들에게 업무를 부담시키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병원과 의사회에서 파업을 대비해 논의한 내용은, 후배들을 면박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며 진료를 수행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내 동료들을 무조건 지지할 의무가 있다. 또한 젊은 의사들에게는 단체 행동으로 의견을 내보일 권리가 있다. 나는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며, 상급자로서 그들의 의견과 권리를 모두 존중한다. 그것이 내게 업무가 과중되는 방식일지라도. 또한 응급실로 찾아오는 중환자 치료가 조금이라도 미진하면 안 되었기에, 당일 자원해서 근무했다. 약간의 부침은 있었지만 무탈히 근무를 마쳤고, 전공의들은 바빠서 힘들었던 헌혈을 했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이것이 우리가 동료와 타인의 생명을 모두 지지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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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523906?sid=110 + 남궁인 페이스북
'만약은 없다' 랑 '지독한 하루' 라는 책 쓰신 응급의학과 전문의 분이신데 책 꼭 읽어보세요 진짜 글 잘 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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