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퇴한 04년생 정시파이터 · 930197 · 20/07/16 11:32 · M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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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퇴한 04년생 정시파이터 · 930197 · 20/07/16 11:33 · M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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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emkite · 513308 · 20/07/16 20:25 · MS 2014

    글 다 읽어 봤어요. 지금 많이 지쳐 있는 것 같아요. 글만 읽어도 안에서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되네요.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정신과에 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몇달 째 먹지 못하는 것도, 지금 이 고민도, 축 처져 있는 지금 이 상태도 정신과에 가서 털어놓는 것을 권해 드리고 싶어요. 시쳇말로 글쓴이도, 글쓴이가 말씀하신 '주변애'들도 지금 제정신이 아닐 거예요.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 철장에 가둬진 듯 꼼짝도 못하겠는 그 상황, 저도 어렴풋이 알아요. 지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해도, 그곳에서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죠. 아, 내가 정말 엄청난 걸 견딘 거구나.
    저는 전국단위 자사고 자퇴생입니다. 고1에 자퇴해서 2년간 재수학원에서 공부한 끝에 현역 나이로 수도권 의대에 진학했어요. 지금은 어느덧 그 시기로부터 약간은 시간이 흐른 나이입니다.
    학교에서 나온 걸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닙니다. 저는 돌아간대도 똑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무사히 의대에 진학했으니, 그 점이 정말 다행스럽고 감사합니다. 자퇴하는게 나은지, 학교에 남는게 나은지 저는 모릅니다. 아직 그걸 조언할 수 있을 정도로 식견을 쌓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학교만 나가면 모든게 좋아질 거라 생각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나오는 순간, 예상치도 못하게 엄청난 불안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그 시절에는 몰랐는데, 지금에서야 알게 된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쉽게 불안을 느끼는 성향이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제 최종학력은 중졸이고, 여기서 무너지면 어디로 떨어질지 알 수가 없다는 점에서 한 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저도 물론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자퇴를 했습니다. 반드시 좋은 대학 갈거라고, 정시 공부에 모든 시간을 쏟아 반드시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하고 자퇴했죠. 그러나 이제서야 자퇴를 하고 대학에 오기까지 제가 운이 얼마나 좋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 poemkite · 513308 · 20/07/16 20:25 · MS 2014 (수정됨)

    인간관계의 단절, 이것도 생각보다 컸습니다. 저는 글쓴이처럼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걸 그렇게 즐기지 않았는데도, 친밀도와는 무관하게 1학년부터 알아왔고 같은 학교에 소속되어 입시를 함께하는 동기들이 없다는 것, 그게 생각보다 컸습니다. 18, 19살에 혼자 서울로 올라가 재수학원에 다니려니 저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해서 이 세상에 내 자리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성향과 기질, 환경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느꼈고, 지독하게 외로웠습니다. 또 심지어, 고3에는 11월에 수능이 끝나면 푹 쉴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앞으로도 이렇게 극심한 불안 속에서 쉬지 못하고 공부만 해야 할 것 같아서 공부를 포기하기도 했어요.

    이건 언니/누나로서 하는 말이예요.

    너무너무 힘들겠지만, 휴학도 있고, 재수도 있어.
    자퇴 생활이 너무 경험해 보고 싶으면, 휴학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원하면 독학재수를 경험해 보든지, 서울에 있는 재수학원으로 가. 그렇게 해서 자퇴했다 생각하고 공부해 봐. 이거 내가 하겠다 싶으면 그 때 자퇴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
    아니면, 당연히 쉽지 않겠지만 지금은 학교에서 정시 준비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고, 그렇게 해서 정 안되면 1년 더 하자. 하는 마음으로 하면 안될까? 1년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남들 다 다니는 고등학교까지는 그래도, 다녀서 졸업하는 게 좋지 않을까.


    코로나 시기에도 12시 취침 6시 기상 잘 지켰다고 하니, 저와 달리 천성이 부지런한 분일 수도 있겠지만, 아 이 친구 엄청난 긴장상태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단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게으름도 경계해야 하지만, 빙 돌아가고 싶으면 조급해 하세요. 조급함에 따라 행동하세요.
    급할수록 돌아가라, 급하다는 건, 무지하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 coawhite · 969591 · 20/07/16 23:31 · MS 2020

    혹시 고1때는 어느정도 선행이 된 상태로 자퇴를 하셨나요?

  • poemkite · 513308 · 20/07/19 11:36 · MS 2014 (수정됨)

    네 거의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긴 했지만 수학은 고3 것까지 한 번은 봤어요
    고2 1년 쉬고 그냥 수능 봤을 때 국어 영어는 1 나왔고,
    수학은 4등급, 과탐은 아예 노베였어요

  • 윾건희 · 956047 · 20/07/16 23:58 · MS 2020

    프로필 남잔데 언니/누나?

  • poemkite · 513308 · 20/07/19 11:34 · M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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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 917081 · 20/11/23 18:15 · MS 2019

    저도 고등학교 1학년 때 인간관계 때문에 정말 힘들어서 엄마랑 함께 진지하게 자퇴고민까지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 자퇴한 중학교때 친구 말을 들어 보니까 자퇴생은 자퇴생 나름대로 힘든 점이 많은 거 같더라구요 오히려 저보다 더 고민이 많아보였어요ㅜㅜ 물론 자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아무쪼록 충분히 생각해보시고 후회하지 않을 결정 내리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