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이 작품의 지은이 [799225]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07-07 21: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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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쉬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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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작년 저는 하루도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컨디션 관리 목적으로 일주일 중에 하루를 쉰다거나 하는 건 저랑은 거리가 먼 얘기였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저는 고3 재학생이었기 때문에 n수생에 비해 평일에 공부를 하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해서 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둘째, 의도적으로 휴식을 취해도 될 만큼 실력이 완성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매일같이 학교에 나와 수업시간에는 필요한 수업을 듣거나 자습하고, 저녁 먹고 난 이후에는 매일 심야자습 끝까지 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아침 8시쯤 학교에 나와서 중간에 학원 가는 것 제외하고는 수위 아저씨가 자습실에 들어와서 정리하라고 할 때까지 학교 자습실에 남아 있었고요.


여름에는 몇 주 동안 매주 일요일에 서울로 면접 대비 학원을 다녔습니다.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하루에 많은 수업을 잡아 놓았고, 그 결과 새벽에 올라가서 밤 11시가 넘어 집에 도착하는 일정을 매주 반복했습니다.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다른 날들은 평상시와 똑같은 패턴을 유지했습니다. 오히려 수능 공부 양이 줄어들까봐 불안했습니다. 특히 6월, 7월 모의고사에서 제가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었기 때문에 쉴 생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에어컨 때문에 감기에 걸려서 목이 나가고,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를 쓴 채 자습실에서 문제를 풀었습니다.


9월 모의고사 직후 며칠 동안은 수시 원서 제출 직전 자소서 마무리에만 집중해서, 학교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난 이후에 공부는 일체 하지 못했습니다. 원서 제출 이후, 수시에 대한 모든 생각을 잊어버리고 전에 하던 것처럼 공부에만 집중했습니다. 9평을 매우 잘 봤지만 그것 때문에 공부 양을 줄인다거나 하지도 못했습니다. 9잘수망의 예시가 되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그냥 예전처럼, 똑같이 공부했습니다.


10월에 연세대학교 의예과 면접형 1차 발표가 있었습니다. 1차 서류 탈락이었습니다. 도대체 내가 서류에 쏟은 시간은 무엇인지, 내 학교 생활 전체가 부정당한 느낌이 들었고 공부하다가 울컥한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시로 뚫어버리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실제로는 그렇게 못했지만).


11월이 되었고, 수능 직전 마지막 주말도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보냈습니다. 화요일까지 평소처럼 공부했고, 수요일에는 짐을 챙겨서 집에 와서 남은 공부를 조금 하다가 일찍 잤습니다. 그리고 목요일 아침에 수능을 치러 갔습니다. 밤에 잠들면서, 내가 공부 양이 부족해서 수능을 못 치는 일은 절대 없겠구나.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충 제 작년 수험생활의 후반기를 요약한 것입니다.

여름에 정말 많이 지칠 거라는 걸 압니다. 공부하다가 자리에서 뛰쳐나가가고 싶다는 심정 저도 많이 느껴봤고요. 쉬고 싶다는 강한 유혹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항상 수능 전날 밤 잠들기 전의 나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원망하지 않을지. 아.. 그때 공부 좀 더 할걸 하고 후회하지 않을지. (특히 현역은 휴식에 대해서 더 인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 양에 대해서 자기 객관화를 하세요)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들 하는 만큼 해서는 안 됩니다. 누구나 대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 것입니다. 그 멋진 목표를 다시금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그것이 젊음의 한 조각을 불태워, 모든 노력을 걸어서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도전하십시오.


여러분의 2021 대입을 응원합니다. 이상 꼰대의 잔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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