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새로이 [966253] · MS 2020 · 쪽지

2020-06-03 16: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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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주의)재수생 엄마한테 선물드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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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집이 유복하지도 않고 찢어지게 가난하진 않지만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다 누리면서 살아왔어요


어렸을 때는 더 좋은 것 더 멋진 것 그런 것들 사고 싶어서 조르곤 했는데


나이가 먹어가면서 필요한 것들의 가격이 제법 무거워진 순간부터는 웬만하면 사달라는 말을 잘 안 하게 되더라구요 가격도 부담스럽고 부모님이 맞벌이로 열심히 일하시는 거 뻔히 알면서 용돈도 꼬박꼬박 타가고 용돈도 헤프게 쓰고 그러는 제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더 커졌던 것 같아요


아 어렸을 때는 치킨 한 마리 시키면 엄마랑 아빠랑 앉아서 다리는 제가 다 먹고 엄마는 날개 아빠는 퍽퍽살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 요즘은 닭다리도 양보하고 맛있는 음식은 더 먹고싶어도 다 같이 나눠 먹고 그러면서 행복한 나날을 살아가는 중이에요 근데 부모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랑 있어도 닭다리는 은근히 양보하게 되더라구요 습관이란게 참 무서워요


항상 절 위해서 일하시고 제 행복을 위해 달리시는 부모님한테 제가 해주고 있는 게 뭔지 돌아보니 맛있는 음식 나눠먹기, 말 잘 듣기 말곤 뭐가 있나 참 아이러니하네요


그래도 어버이날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퀼트? 그거 한다고 5만원어치 천하고 재료 같은 것들 사드리고

아빠는 술 사드리려 했는데 차라리 엄마한테 더 사주라면서 마다하셨는데 그래도 이번에 엄마한테 선물 드리고 나서 아빠한테도 선물해드려야겠네요 :>)


선물 하게 된 계시는 빵꾸 난 양말을 엄마가 신고 다니는 걸 봤어요 새로 사자니까 좋은 양말이라고 꿰매 신는다는 거 듣고 별 일도 아닌데 찡 해지고 미안해지더라구요,, 어렸을 때 부터 그래도 싸구려 옷은 안입히려고 저한테 옷을 그렇게 사주셨는데 엄마는 정작 빵꾸 난 양말 신고 있고,,


그래서 모아놓은 용돈에서 비록 3만원짜리지만 예쁜 양말 사서 오늘 깜짝 선물로 드리려고 해요


빨리 공부 열심히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 이루고 돈 많이 벌어서 엄마아빠랑 가족 사진도 찍어보고, 쉬지도 않고 일하신 대가로 해외여행도 보내 드리고, 그렇게 가고 싶다던 치과도 보내드리고, 옷 30개씩 쟁여두고 아침마다 고민하고 싶다는 아빠한테 옷도 많이 사드리고 여태까지 받아온 것들 하나하나 배로 갚아드리고 싶어지는 하루네요


이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재수생은 이만 다시 수학 문제를 풀러 가보겠습니다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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