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의 실력을 올리는데 중요한 점 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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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문학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국어 공부, 더 확장해서 공부, 더 확장해서 공부 외의 여러 분야에서 실력을 올리는데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말해보겠습니다.
일단 문학은 분위기를 파악하는게 중요합니다.. 출제자들은 그걸 기본 베이스에 깔고 문제를 냅니다. 다른 이야기도 해야하기 때문에 저번 글에 이어 논란이 있었던 문제를 선택하는데,
저도 부담도 되고, 좀 힘드네요. ㅋ
신계영의 월선헌십육경가를 예로 설명 들어가겠습니다.
일단 해석은 고전문학학자들이 해석한 것을 참고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해석을 하는 것으로 갑니다. 시험에 읽어본 작품만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
허접하다면 허접하다고 볼 수 있는 해석이죠? 그런데 저의 경우 이 정도 해석을 하면, 문제를 거의 다 맞추기는 합니다. ^^;
이 작품과 비교가 된 권근의 어촌기는 간단히 정리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나의 친구 공백공은 풍채와 인품이 소탈하다. 자호가 어촌이다.
그는 대과급제하고 높은 벼슬에 올랐으나, 강호를 취미로 흥이 나면 어부사를 노래한다.
그 음성이 맑고 밝아서, 듣고 있으면 내가 강호에 있는 듯 한데,
그건 아마 그의 마음에 사욕이 없어서 이리라.
그가 하루는 나에게 말하기를,
강태공은 성인이니 내가 감히 그가 주 문왕을 만난 것과 같은 그런 만남을 기약할 수 없고,
엄자릉은 현인이니 내가 감히 그의 깨끗함을 바랄 수는 없지만..
(철학자가 "내가 칸트는 아니지만..." 이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부의 삶을 한번 들어볼텐가..
..... (안개가 자욱한 산수화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말을 쭈욱 합니다.)
영달에 얽매여 벼슬하는 자는 영화에 매달리고,
빈궁하여 고기잡이를 하는 자는 이익을 계산하지만
나는 스스로 유유자적 즐긴다.
몸은 벼슬을 하면서도 뜻은 강호에 두어 노래에 의탁하는것이니..
라고 하기에, 기록하여 (공)백공에게 하나 보내고,
나도 스스로를 살피고자한다.. /
이런 내용입니다..
이제 '섯기다'를 '성기다'로 해석하신 분 때문에 많은 혼란이 생겼다는 기사가 나오고, 나중에 보니 학생이 '손해배상청구'도 들어갔다는 기사도 나온 25번 문제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⑤번 선지는 어떨까요? '섯긔다'를 '섞이다"로 해석한 학생은 '적절하다'라고 판단해서 답을 맞추고, '성기다'로 해석한 학생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려서, 그냥 무작위 선택을 하는게 맞는걸까요? 아니면 '성기다'로 해석한 학생도 ⑤번 선지에 물음표 하나 달고, ⑤번을 선택해서, 답을 맞추는게 맞는걸까요?
사전에서 찾아보면 '섯긔다'는 '성기다'의 옛말로 나와있습니다. 물론 고어사전이기 때문에 다르게 해석한 사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성기다'의 경우 저는 풀이 듬성듬성 나있을 때 쓰여지던걸 기억하는 정도인데, 사전을 찾아보면 .... 로 나와 있습니다. (직접 검색하거나 사전에서 찾아 보세요.)
아래에는 각각 '섞이다'와 '성기다'로 해석을 해 놓은 것입니다.
* 바로 앞의 "백발이 날로기니 공명은 계륵이나 다를소냐." 도 각각의 해석에 어울리게 해석을 해보겠습니다.
왼 쪽과 오른 쪽 어떻게 해석을 한 것이 더 자연스럽나요? 제가 보기에는 글의 전반에서 느껴지는 소탈함, 여유로움, 정취를 즐기는 모습들을 봤을 때, 또 사대부의 글임을 감안할 때에 오른 쪽이 자연스럽습니다.
왼쪽을 한번 대입 해볼까요? 왼 쪽 해석을 대입을 하면, 한참을 여유로움과 흥취를 느끼고, 달빛의 정취까지 느끼는 것을 말하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확 달라지면서, "공명이 가치는 없는건데 미련이 생긴단말이야." "강호의 맹세가 깊어지는데 거기에는 관직생활의 미련이 섞여있군." 라고 말하고 나서, "술에 온종일 취해버리자. 이것도 임금의 은혜다."라고 하는게 됩니다. 사대부가 이런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공개까지 했다는건데, 이건 납득하기 좀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오른 쪽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한가지 중요한건 선지 ⑤에서 작가의 의도에 대해서 말한게 아니라, 해당 부분이 나타내는 것에 대해서 말을 했다는 건데, 예를 들어서... 어떤 학생이 고2까지 공부는 안하고 매일 게임만 하다가 고3부터 게임을 일절 안하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던 중에,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공부하는 방식, 성취감 이런 말을 계속 하다가, "공부만 하다보니,
게임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줄었어." 라고 말을 한 경우. 그 학생이 말하려는 것은 '줄었다.'는 변화 이지만, 그 말한 부분은 가끔씩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 역시
마찬가지인데 의지까지는 아니지만, 미련 정도는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길게 말을 했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련이 살짝 보이네.." 이겁니다.
* ⓐ를 삭제해보면 ⓐ 부분이 미련을 나타내었던 것인지 아닌지를 확연히 알수 있습니다.
* 불편한 해석이지만, '섞이었다' 로 해석을 해도 물론 답은 ⑤입니다.
'성기다'로 해석을 하신 분... 그 분의 수업을 보지 않아서 그 분을 옹호하는 말을 하기는 조심스럽지만, 학생들이 조금만 더 능동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⑤번 선지에 물음표 하나는 붙일 수 있었을 겁니다.
ps) 이 문제가 제가 수능 국어 교재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문제입니다. (사회는 교육을 비추고, 교육은 사회를 비추는건데... 음...) 뭐 출제자의 출제 능력과 교육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어 지는 문제이기도 하고.. ( 출제자도 '성기다'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적어도 '섞이다' '성기다' 둘다 생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 이 외에도 사실 할 말은 굉장히 많은데, 너무 복잡해 질거 같아서, 여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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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고맙습니다. ^^
컨디션도 좀 안좋은 상태에서, 좀 무리를 했는데, 위에 두분 정말 힘이 되네요.
정말 고마워요~ ^^
문학에서 문제를 맞추기 위해서 분위기 파악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건 맞는데, 그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력이 필요한게 또 아이러니...
드라마 보고 분위기를 느끼고, 노래 듣고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정도면 분위기 정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어요. 고전문학은 워낙 오래전의 작품들이라서 그 시절 그 계층들이 주로 쓰던 몇몇 특정 표현법도 알아야 하지만, 수업을 들었으면 그 정도는 알기 마련이고... 사실 삼국시대 배경 사극이나 중세 유럽 배경 판타지 드라마를 처음 봐도, 감상 가능 하잖아요. 작가들이 보는 사람이 분위기 못느끼게 쓰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글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수험생 시절에 많이 느낀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 분위기라는 것을 문제에 적용할만큼 자연스럽게 제대로 뽑아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파악하기보다는 조금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였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