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램(김민재) [476057] · MS 2013 (수정됨) · 쪽지

2020-05-17 03:48:00
조회수 10,062

국어) 시간에 쫓겨도 배운 대로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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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피램 김민재입니다.


자려다 어떤 쪽지를 받고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서...


이 쪽지를 준 학생 뿐 아니라 정말 많은 학생들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교재나 강의를 통해 배운 내용을 시간을 재지 않고 풀면 완벽하게 이용하면서 읽고 풀 수 있는데, 시간을 재고 풀면 아무것도 못 잡고 멍한 상태입니다 ㅠ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와 같은 질문입니다.

  

무언갈 배우기는 했고, 나름 체화연습이라고 한 것 같은데 막상 실전 연습만 하면 그걸 써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죠.


이런 고민의 끝에 선 학생들은 결국 ‘국어강의무용론자’가 되고는 합니다. 어차피 실전에선 써먹지도 못하는 걸 배워서 뭐하냐는 거죠.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실전에서도 시간을 재지 않을 때처럼 배운 걸 잘 적용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강의나 교재에서 배운 것들은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강의나 교재에서 배운 내용이라면 국어를 나름 좀 하는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고, 이를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도 국어를 잘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위의 질문에 묻어 있는 고민을 해결해야 한다는 거예요! 

  

아니 그럼 어떻게 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선 먼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미 많은 강사분들이 강조하시는 것처럼, ‘배운 걸 버리는 연습’이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아니 배운 걸 활용하자면서 버리라니 이게 뭔 개소리인가요?

  


쉽게 생각해봅시다. 실전에서 우리는 어차피 ‘그읽그풀’이라는 것을 하게 됩니다. 머릿속이 하얀 그 상황에서 배운 걸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읽고 풀기는 아주 어렵다는 거예요.

  

그럼 시간을 재고 풀 때도, 이렇게 ‘그읽그풀’하는 연습을 해보는 겁니다. 실전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사실 ‘그읽그풀’의 뜻인 ‘그냥 읽고, 그냥 풀기’에는 하나의 과정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바로 ‘그냥 읽고, (든 생각을 통해) 그냥 풀기’!

  


읽기만 한 것 그 자체로는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읽은 뒤에 든 ‘생각’을 이용해서 지문을 이해해가고 문제를 푸는 거죠.

  

그리고 우리가 강의나 교재에서 열심히 배운 것들은 결국 저 ‘생각’들이라는 겁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강의나 교재에서 저 ‘생각’들을 잘 배우고, 시간제한 없는 가운데 많은 연습을 거치시며 ‘체화’라는 걸 하기 위해 노력하셨다면

  

실전에서 그냥 읽고 해야 하는 올바른 ‘생각’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럼 우리는 실전에서 ‘생각’하는 연습을 하면 되는 겁니다.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는 다 배웠으니까요.

  

뭔 소리인지 애매하죠? 예를 들어 봅시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여러 약속을 한다. 계약도 하나의 약속이다. 하지만 이것은 친구와 뜻이 맞아 주말에 영화 보러 가자는 약속과는 다르다. 일반적인 다른 약속처럼 계약도 서로의 의사 표시가 합치하여 성립하지만, 이때의 의사는 일정한 법률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 예로 매매 계약은 팔겠다는 일방의 의사 표시와 사겠다는 상대방의 의사 표시가 합치함으로써 성립하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매매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하여야 할 의무를 짐과 동시에 매매 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 반대로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매매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소유권의 이전을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 양 당사자는 서로 권리를 행사하고 서로 의무를 이행하는 관계에 놓이는 것이다

  

2019학년도 수능 비문학 지문의 첫 문단입니다. 일단 실전처럼 속도감 있게 읽어 보시든, 연습처럼 하나하나 뜯어 보시든 먼저 읽어보고 어떤 ‘생각’을 한 다음 계속 따라와보세요.

  

  

  

  





되셨죠? 아주 친절하게 한두 문장씩 천천히 봅시다. 이 문장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말이죠. 실전에서 해야 하는 생각과, 배운 내용을 적용하면 그 생각이 어떻게 도출되는 것인지 나눠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피램 국어’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설명할게요.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여러 약속을 한다. 계약도 하나의 약속이다.

(실전 생각) ‘약속’이라는 걸 이야기하는데, 그중에서도 ‘계약’이라는 약속에 대해 이야기하는구나.

(배운 내용) ‘약속’이라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계약’이라는 ‘화제’를 던져주는구나

  


하지만 이것은 친구와 뜻이 맞아 주말에 영화 보러 가자는 약속과는 다르다.

(실전 생각) 아 그런데 ‘계약’은 영화 약속 같은 일반적인 약속과는 ‘다르다’고 하는구나. 뭐가 다른 거지?

(배운 내용) ‘계약’이라는 ‘화제’를 ‘영화 약속’과 ‘비교’하는구나. ‘공통점’과 ‘차이점’을 잡아야겠다.

  

  

일반적인 다른 약속처럼 계약도 서로의 의사 표시가 합치하여 성립하지만, 이때의 의사는 일정한 법률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전 생각) 둘 다 의사 표시가 합치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계약’은 ‘법률 효과의 발생’이라는 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한 것이구나.

(배운 내용) 둘은 ‘의사 표시의 합치’라는 ‘공통점’과 ‘법률 효과의 발생’이라는 ‘차이점’을 바탕으로 ‘비교’되는 것이구나.

  


한 예로 매매 계약은 ‘팔겠다’는 일방의 의사 표시와 ‘사겠다’는 상대방의 의사 표시가 합치함으로써 성립하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매매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하여야 할 의무를 짐과 동시에 매매 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 반대로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매매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소유권의 이전을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 양 당사자는 서로 권리를 행사하고 서로 의무를 이행하는 관계에 놓이는 것이다. 

(실전 생각) 예시다! ‘매매 계약’이라는 ‘계약’의 예시인데, ‘의사 표시의 합치’가 필요한 것이구나. 앞에 나온 말이네. 어 그런데 ‘의무’와 ‘권리’를 갖는다고? 이건 처음 보는데? 아 앞에서 ‘법률 효과의 발생’을 강조했으니 ‘의무’와 ‘권리’라는 말이 ‘법률 효과의 발생’인 것이구나!

(배운 내용) 예시다! 예시는 설명하고자 하는 원리와 붙여야 한다. 설명하려는 원리가 ‘계약과 일반적인 약속의 공통점 및 차이점’이니까, ‘의사 표시의 합치’라는 말과 ‘법률 효과의 발생’이라는 말을 찾아서 연결지어야 한다. ‘의사 표시의 합치’는 있는데, ‘법률 효과의 발생’이 어딨지... 아 새롭게 발생되는 ‘의무’와 ‘권리’가 ‘법률 효과’겠구나! 그럼 이 지문의 ‘화제’는 ‘법률 효과’겠구나.

  

  

조금 감이 잡히시나요? 사실 ‘실전 생각’과 ‘배운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보이실 겁니다. 실제로 다르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가 ‘배운 내용’은 실전에서 꼭 해야 하는 ‘생각’이니까요.

  

다시, 만약 여러분이 나름대로 배운 내용을 적용하려고 연습하셨다면, 실전에서도 그 ‘생각’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갖춰지셨을 겁니다.

  

연습할 때는 ‘사례-원리 연결’, ‘공통점/차이점’처럼 배운 내용을 억지로 떠올리면서 읽었다면, 실전에서는 ‘그냥 읽고 드는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읽어 보는 겁니다. 제대로 배웠고 연습했다면, 그 생각이 결국 배운 내용과 같을 겁니다.

  

물론 실전에서 정말 완벽하게 ‘해야 할 생각’들을 떠올리며 읽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드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아무 생각없이 읽는 학생들에 비해 훨씬 압도적으로 지문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올바른 ‘생각’들을 배웠으니까요.

  

새벽에 써서 약간 횡설수설하는데, 조금 정리하자면

  

  

1. 일단 뭔갈 배웠으면 체화의 연습을 많이 해라.

2. 그러면 실전에서 ‘해야 할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거다. 

3. 이 ‘해야 할 생각’은 우리가 ‘배운 내용’과 다르지 않다.

4. 그러니 시간을 재고 풀더라도 ‘배운 내용’을 떠올리려고 하는 게 아닌, ‘읽고 드는 생각’을 정리하려고 해라.

5. 그 생각들이 정제화되고, 그 생각들을 출력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시간 내에 다 풀 수 있는 것이다.

  

정도겠네요.

  

  

시간은 흐르는데 시간이 줄지 않아 고민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좋다는 인강/교재 다 접해도 결국 다 사후적인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하나만 기억하도록 합시다. 우리의 목표는, 지문을 읽고 ‘해야 할 생각’을 올바르게 출력하는 것이라는 걸. 배운 내용을 잘 복습하고 체화했다면, 결국 그 내용들과 같은 ‘해야 할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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