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e [930864]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0-04-10 1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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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인 지금, 내가 늦었다고 생각 안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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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 시기만 되면 떠오르는 친구가 하나있다.


딱 2년 전 2018년 4월 중순이었다.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대학에 입학해서 잘 살고 있었다.


학교가 만족스럽든 아니든 새내기생활은 모두 즐거워보였다.


당시의 난 중3때부터 쭉 몸이 안좋아서 군면제까지 받았다.


몸이 아프니 당연히 공부와는 멀어졌고 대학진학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도 은근히 소외감을 느꼈다.


나 혼자 대화 주제가 고등학생에서 멈춰있었고 


당연히 대학생인 친구들과 어울리기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래도 친구들 중 가장 친한 친구 한명은 날 매번 챙겨줬었다.


하루는 친구가 내게 다가와 다음에 따로 보자고 해서 봤다.


그 친구는 수도권에 있는 평범한 4년제 대학을 재학중이었는데


갑자기 자퇴하고 연세대를 목표로 반수를 한다고 했다.


제대로 공부와 부딪혀 보고 싶었다나..


우선 그 친구는 수시만 준비했던 친구라 정시는 해본 적이 없었다.


오랫동안 옆에서 봐왔고 그 친구의 부모님과도 잘 알았기에


남 얘기마냥 듣고만은 있을 수 없었고..


당연히 나는 친구의 반수를 말렸다.


집안사정이 넉넉치않은데 지금 장학금 받고 다니는 대학을 

그만두는게 맞는가?


지금 시간이 200일 남짓 남았고 더군다나 정시를 해본적이 없는 상황에서 연세대를 가는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당장 위 두가지 이유들이 떠올랐고 


진짜로 친구얘기 듣자마자 바로 저렇게 얘기했다.


친구는 예상했다는듯이 웃으며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하고


나와 헤어졌다.


그 후로 그 친구에게선 연락이 오지 않았다가


9월 모의고사 보고 한번, 수능 보기 이틀 전에 한번 연락이 왔다.


9월 모의고사를 보고선 먼저 점수들을 얘기해줬는데


31311 이라 해서 되게 놀랐다.


나한테 공부한다고 얘기한지 5달됐나.. 친구가 대단해보였다.


그에 비해 내 친구는 못한거라며 되게 우울해했다.


"사람들이 너무 잘한다.. 난 너무 어려웠는데.. 어떡하지.."


당시 9모 국어 1컷이 97점인가 98점이었는데


생각보다 컷이 너무 높다는게 이유였다.


난 솔직하게 얘기했다.


"너가 이정도로 열심히 할 줄 몰랐고 지금처럼만 하면 충분히 넌 이룰 수 있을거야"


내 말을 듣고 친구는 넋두리를 계속 했다. 


 2시간가량 들어주면서


당시에 수험생도 아닌 내가 하기엔 주제넘었지만 나름대로 내 생각을 얘기했다.


"국어가 대학갈 때 중요하다니까 남은기간 국어를 더 열심히 해봐


지금 컷이 높으니까 다들 쉽다 생각하고 국어공부를 안할 때 


바짝해버리면 충분히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친구는 고맙다고 이제 국어 공부만 해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수능 이틀 전에 곧 수능이라 떨린다고 연락이 왔고


친구는 수능이 끝나고 저녁에 만나자고 했다.


난 궁금한게 많았지만 묻지않았고 그냥 힘내라고 격려해주었다.


그렇게 수능이 끝난 후 저녁을 먹고


친구가 부끄러워하며 갑자기 나랑 같이 가채점을 하고싶단다.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아 흔쾌히 허락했고


제 2 외국어까지 나오려면 9시 40분이었나에 나온다해서


그때까지 피씨방에서 같이 있었다.


그렇게 같이 롤을 하다보니 10시였고


같이 채점을 시작했다.


국어는 본인이 못 보겠다고 내게 맡겨서


내가 국어와 사탐을 채점했고


친구는 나머지를 채점했다.


채점했더니 9모에 비해 국어가 5점인가 6점이 올라 92점인가 93점이었고


탐구는 다 맞았길래 진짜 연대가겠네 축하해주었다.


아쉽게도 영어가 2등급이라서 


당시에 친구는 연대를 갈 수 있을까 우울해했다.


그날은 그렇게 친구와 헤어졌고..


다음날 국어 예상등급컷을 보고 바로 전화했다.


너 어떻게 됐냐니까 예측으로는 서울대도 된다고 그러더라


진심으로 난 눈이 동그래졌다.


그때 네 말 듣고 국어만 판게 도움이 됐다 정말 고맙다며 친구는 울었다.


친구가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파노라마처럼 얘가 나한테 왔던 200일 전부터 


같이 수능을 채점한 날까지 내 머릿 속을 지나갔다...


유감스럽게도 난 당시에 몸이 좀 나아지면 


수능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솔직히 자신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의문뿐이었다.


몸이 나아지면 뭐하냐 밀린 공부를 몇년을 해야하는데..


과연 내가 될까??? 갑갑했다.


운명의 장난인지 그때 친구는 내게 수능을 도전한다며 다가왔다.


나보다 더 악조건에서 친구는 무조건 될거라며 부딪혔다.


그리고 결국 쟁취했다.


난 이 사건을 계기로 스스로 반성했다.


해보지도 않고 고민만 늘어놓는게 얼마나 추잡한 일인지..


내가 안된다고 생각하고 믿어버리는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정말 안된다고 생각하고 시작하면 되는 일도 안되는 일이 된다.


세상엔 내가 될까?고민할 때 진짜로 그걸 이뤄내는 사람은 꼭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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