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가자 [800487] · MS 2018 · 쪽지

2020-03-21 22:34:44
조회수 5,652

지방 일반고 출신 노베의 현역&재수 수기(2)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8729392

1편에서 갱쥐조련사님을 포함한 정말 많은 분들의 관심덕에 2편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별거 아닌 글을 5천분 넘게 봐주시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ㅎㅎ 정말 감사합니다!!



1편 여기있어용- https://orbi.kr/00028639042



강제재수행을 선고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흘렸다. 이 상황을 알게된 간호사들의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가 내 울음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잠시 후, 아까 그 의사가 다시 나한테 왔다.

“엄밀히 따지면 기흉은 아니지만 기흉과 거의 유사한 상황이며, 증세가 약한 편이라 다행히 수술은 면했으나 일단 입원은하고 수능 전에는 퇴원할 수 있을거야” 라고 하셨다.


입원실로 옮겨지자마자 퇴원할때까지 금식이라는 말을 들었다. 수능 5일 남은 시점에 공부도 못하고 생활패턴 도 다 깨지는 마당에 밥까지 못먹다니 ㅋㅋㅋㅋ..


소처럼 코에 무언가를 꽂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실모라도 푸는데 옆자리 할아버지께서 마카롱을 너무 맛있게 드시고 계셨다. 세상 그렇게 맛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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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몸 상태가 많이 양호해져서 의사가 화욜날 퇴원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1초 마저도 아까운 수능 직전인지라 의사에게 떼써서 월욜에 퇴원 하게되었다.

수능 잘 봐서 자기 후배가 되라는 의사의 말에 “저 문과예요 안녕히계세요 감사합니다” 인사를 남기고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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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에서 마지막 공부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매일 같은자리에 있는 비둘기들이 보였다. 몇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봐왔던 비둘기였지만 저 비둘기들은 이런 압박감이 심한 수능을 보지 않는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그들이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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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이 울린다. 

다행히 잠은 무난하게 잔 듯하다.

내가 매일 마음속으로 외쳤던 한 마디 ‘아직 나는 수능을 단 한문제도 풀지 않았다. 풀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다’를 마지막으로 되새겨본다.


부모님의 응원을 받으며 일부러 시험장의 정문에서 응원하는 분들을 피해 아무도 없는 후문으로 들어갔다. 나의 뒷자리와 뒷뒷자리가 아는 사람이라는거에 신기해하고, 오버슈팅 지문을 읽으며 예열을 했다.



오전 8시 40분


연습한대로 문법부터 폈다.

최소대립쌍..? 바투..? 음....

K군..? 로봇세..? 경주는 다보탑에.. 아니 다보탑은 경주에 있지.. 라며 어리버리 하다보니 국어 끝. 수학 끝. 점심 끝. 영어 끝. 탐구 끝.



순식간에 수능이란게 너무나도 빠르게 끝나있었다. 모의고사 볼 땐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데 수능은 그렇지 않았다. 왜이리 허무하지? 내가 겨우 이거 하나만을 위해 그렇게 공부했던건가?



결과 41233. 재수가 확정된 순간이었다.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마음과 대학교를 구경하고픈 촌놈의 마음으로 논술을 보러 갔다.

성대 경희대를 보고 마지막으로 내가 그렇게 가고싶어했던 중경경에 논술을 보러 갔는데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본 학교는 집 앞 쬐끄마한 교대밖에 없는데 중경경 310호 건물은 와... 거짓말 안하고 건물 보자마자 3초정도 멍때렸다.


결과는 당연히 광탈. 그 와중에 친구들의 수시 합격 소식이 속속히 들려왔다.



집근처 지거국에서 학고반수를 하기로 했다.

(학고반수:학사경고반수의 줄임말로 등록금만 내고 학교를 아예 다니지않는 것)

그 지거국의 유흥가가 우리 지역에서 제일 발달한 술거리?이다. 1월 한 달중 30일은 거기에서 친구들과 술마시며 보낸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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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다시 시작이다 하면서도 페북 인스타를 들어가보면 친구들의 행복한 순간순간들이 올라와있었는데, 이 행복감이 나의 슬픔, 좌절감과 대비되어 부각시켜 우울증을 유발했다.

몰론 나의 친구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 또한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내 처지는 그들과는 정반대라는것이 사실이고 그게 굉장히 뼈저리게 느껴졌다. 이건 겪어본 사람만 안다.


3주 뒤, 작년에 다녔던 재수학원에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 작년에 딱 한 달 그것도 독재로 다녔는데도 나를 기억하시는 재종반 쌤이 있었다. 현타가 강하게 밀려왔다.

고등학교 선배 한 명과 친구 몇 명으로 그룹지어 밥 먹고 산책하곤 했다. 이들과 있다보니 우울증이 금방 사라졌다.


그래도 페북 인스타를 들어가면 올라와있는 게시글 속 19학번들의 행복한 순간들이 나와 대비되어 슬픔을 유발하는건 변함이 없었다. 결국 페북 비활을 타고 인스타를 끊었다. 몇 달 뒤엔 그것도 거슬려 인스타 팔로잉을 모두 끊어버렸다.



4월.. 5월.. 솔직히 학원에서 뭐했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4월 초에 탈색하고 자취하는 동대생 친구 집에서 하루 자고온거만 떠오를 뿐이다.



6평 41112.


국어 백분위가 68이 나왔다. 4연속 4따리가 되었다. 반면 수학은 다맞았다. 이걸 좋아해야하나 말아야하나..  할 뿐 아무생각이 없다.



7월 15일


갑자기 학원에 풋풋해보이는 애들 몇 명이 보인다. 작년의 나처럼 여름방학에만 다니려고 온 고등학생들인가 보다. 그 애들을 보니 작년의 내가 떠오르며 만감이 교차한다.


약 2주 뒤, 갑자기 친구 한 명이 기숙학원으로 떠나버렸다. 오랫동안 고민했다는데 그걸 입소 전날 말해줬다,,, 나도 요즘 나사도 풀리고 공부도 잘 안되고 하는데 기숙학원이나 들어가볼까..?라는 생각이 점점 문득 들기 시작한다.


광복절이 지나고, 나는 그 늦은 시기에 기숙학원 입소를 결심하게 된다.




마지막 편은 월~화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재밌게 읽으셨다면좋아요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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