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lockz [930587]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0-03-13 21:57:46
조회수 17,706

후기2. 많이 늦은 2020 수능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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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번째 후기로 다시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심심풀이로 올렸던 첫번째 후기 반응이 이렇게까지 뜨거울 줄은 몰랐네요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현재 7개의 후기가 계획되어있는데, 최대한 빨리 완료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예고드렸듯이, 오늘은 주제는 2020 수능 썰입니다. 지난 글과 비슷한 목적으로 쓰는 후기이지만, 이번 후기에 팁들은 딱히 없는 것습니다...(죄송해요ㅠㅠ) 대신 현장감을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했으니 부족하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2019 수능 썰은 5번후기에서 다뤄볼 생각입니다!)   

 

 

 

 

2-0. 예비소집일

- 수능 전날이었지만 내일이 수능이라는 실감이 1도 안났다. 평소처럼 독서실 갔고, 2시간 정도 공부했다. 수험표를 받으러 모교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우사인 볼트로 빙의해서 전력질주를 했지만 결국 버스를 놓쳐버렸다^^^^ 액땜했다고 치고 10분 후에 다음 차를 탔다. 덕분에(?) 긴 줄 설 필요 없이 바로 행정실 가서 받아올 수 있었다. 

 

- 학교로 가는 도중 같이 재수했던 가장 친한 고등학교 베프를 만났다. (얘네 집이랑 우리집이랑 5분컷) 그 친구는 수험표 받고 교문을 나오는 중이었는데,  


  베프: 아 ㅅㅂ 나 A고등학교 걸림 ㅅㅂㅅㅂ 나 5시에 일어나야 하는거 아니냐? ( A고등학교는 우리동네에서 왕복 1시   간 반 정도 걸리는 학교였기 때문이다)

   나: 아 ㄲㅂ 너 B고등학교 걸렸었어야 했는데: (B 고등학교에 베프가 싫어하는 선생님 계셨었음)

   베프: ㅗ ㄱㅅㄲ야  ㅗ  

   나: ㅂㅅ ㅋㅋ ㅅㄱ링~ 누가 고사장까지 가는데 40분 넘게 걸리냐?ㅋㅋㅋ 나 금방 받아올테니 잠만 ㄱㄷ 

 

   그리고 나는 A고등학교로 배정받았다고 한다. 

 

- 원래는 예비소집 안가려고 했는데....어....음....배정받은 학교 상태를 보니 필수로 가야할 것만 같았다. 갔는데 이게 뭐람. 1학년때 선생님과 3학년때 담임 선생님과 눈물겨운 상봉을 했다. 이런 꾀죄죄한 모습으로 뵙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도 누군가의 따스한 응원을 받고 올 수 있어서 행복했다. 

 

- 그 날 저녁, 자기 전 카톡을 확인해봤더니 여러 친구들, 선생님들에게서 과분한 응원 연락으로 넘쳐났었다. 심지어 엄청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왔었다.


 " 늘 잘해왔듯 긴장하지 말고 실력 다 뽐내고 와 가까이서 보지는 못해도 항상 응원할게"

 " 정말 너만큼은 내가 항상 응원하고 있어! 마지막까지 화이팅!"

 " A고 배정 미쳤냐 그래도 만점자 인터뷰 가자"

 " 갑작스럽게 연락해서 미안ㅠㅠ 그냥 그동안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너가 정말 존경스러웠어" 

 

- '그래도 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긴 했구나. 셜록 짜식 인생 헛살진 않았네.' 눈물로 한줄기의 은하수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감독관으로 담임 선생님을 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퉁퉁 부운 눈으로 가기는 싫었기 때문에 꾹 참았다. 

 

 

2-1. 입실

- 워낙에 거리가 있는 곳이 었기 때문에, 아버지 차로 엄청 일찍 출발했었고 덕분에 7시 20분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 일찍 도착했던 탓일까, 지역각지의 고등학교 응원단들 구경은 1도 할 수 없었다. 난 응원이나 관심 받을 학교도 없었지만ㅠㅠ 뭔가 은근히 속상했다. (제가 관종이라서요...) 

 

- 홀수형, 거기에 센터, 맨 뒤에서 2번째 자리.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풍수지리에 의한 명당이 아닌가? 뭔가 그냥 기분이 막 좋아지는 자리였다. 그래서였을까, 공부했던 자료들이 도저히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내 고사실이 있는 층 투어를 했다. 바닥을 기는 내 집중력은 역    시 이런 상황에도 전혀 오르지 않았다. 일단 화장실이 무슨 고속도로 화장실 마냥 칸이 짱 많았고 이뻐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우리집 화장실도 그렇게 고치고 싶었다.)

* 현역 여러분들, 화장실 칸 수 진짜 ㄹㅇ 너무 완전 진심 베리very 중요해요. N수생 분들은 공감하실겁니다.....ㅠㅠㅠ

 

- 학교 동네 한바퀴 셀프 투어를 마치고서는 하나 둘씩 빈 고사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들어오면서 내 마음도 이내 차분해졌다. manual대로, 2019 수능 생명I에서 까다로웠던 문제들을 10분간 풀며 머리를 가볍게 예열했다. 근수축이랑 유전확률 계산문제를 풀다보니 뇌가 말랑말랑해지면서 유사 아인슈타인이 된 기분이었다. 그 기세를 몰아, 간쓸개 36주차(화작 공부용), 김민정T 원포인트 문법특강 print(문법 공부용), 한줌 EBS+ 출새곡과 관동별곡 전문 (문학 공부용), 2020 6평과 9평 비문학 지문을 빛과 같은 속도로 리뷰했다. 감독관님이 들어오셔서 책 다 집어 넣으라고 할 때 갑자기 심장이 20200313배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얼마나 빨리 뛰었냐면 수험표에 쓰여진 글씨조차도 읽을 수 없을 정도였다. 놀란 새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다리 한 쪽을 요염하게 꼰 채로 제빨리 와X껌 하나를 집어 무슨 일진 양아치마냥 짝짝 씹어댔다. 아마 다들 얘는 뭐하는 애지 싶었을꺼다

* 이게 진짜 어이없긴 한데.... 덕분에 주변의 경쟁쟁자들+감독관 분이 모두 뽀시래기들(?)로 보이는 효과와 더불어 나는 우주최강킹갓제너럴마제스티로 빙의되기 시작했다.

 


2-2. 국어 시험

- 좀 당황했던게 감독관 선생님께서 파본 검사 허락을 안해주셨었다... 

 * 만약 이런 경우가 생겨도 우리 똑똑한 오르비언들은 감독관 선생님을 때리면 안돼요. 손을 들어 정중하게 여쭤보세요 파본검사 안하냐고.


 띵ㅡㅡㅡㅡㅡ동 


- 종 치고서 나는 문제 풀기 전에 먼저 파본검사를 했었다. manual대로 맨 뒤에서부터 확인을 했다. 


   ' 아싸 현대시 어려운거 안나왔고, 롸? 자전거 도둑이라고?? 이게 나와버리네; 작년에 학교에서 이거 영화봤었는데 ㄱㅇㄷ인 부분?'

   ' ㅁㅊ 인공장기? 이거 내가 자소서에 쓴 내용이잖아? 와 지문 읽지도 않고 내용 다 아는 부분 오지고지리고렛잇고;' (실제로 4번째 문단까지 전부 아는 내용이었음)

   ' 아 월선헌 나오지 말라고 그렇게 빌었는데...결국 월선헌 나왔네^^^^^^하...어쩌지...' 


    하지만 나는 우주최강킹갓제너럴마제스티이지 않은가? 월선헌 따위는 다 씹어먹어도 남는 게 당연한거 아님????????? 


- 파본 검사 끝내고서는 가장 먼저 13, 14, 15 번 문제를 풀었다. 민정T 원포인트 문법 특강에서 찝어준 내용이 14번애 고대로 나와서 소름돋았었다. 알고보니 틀렸다고 하더라. 선생님 이 못난 제자를 부디 용서해주세요... 

   화작 문제도 6,9평과 비슷한 유형들이 많았기 때문에 특별히 막히는 부분도 없었다. 제시문 문제도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서 1차 당황했고, 화작문까지 다 풀었을때 계획 시간보다 8분이나 빨리 풀어서 2차 당황했다.

   'ㅋ 평가원, 역시 넌 내 적수가 되지 못해' 

 

- 월선헌이 가장 자신 없었기 때문에 현대시, 현대소설, 고전소설, 인문지문, 인공장기지능, 월선헌, BIS 순으로 풀자고 결심했다. 

   ' ㅋㅋㅋ 문학 너무 쉬운거 아닌가; 올해는 물수능이라 사과하셔야 할 거 같은데;' 그런데 다른 이유로 사과를 하시더군요

   ' 베이지 정리도 간쓸개에서 봤던 거 같은데...? 헷갈리긴 하지만 어느정도 할만은 하네' 

   ' 믿고 보는 ★빛공장기★'


- 알고보니 월선헌만 단독 출제된 것이 아니라 다른 작품과 함께 묶여 나왔었던 거라 그 파트를 아얘 못 풀진 않았다. 22, 25번은 기껏 팔빠지도록 민정T 강의 들으면서 열심히 적어둔 필기 내용을 통으로 까먹는 바람에 힘들긴 헀다....그치만 그것도 어찌어찌 생각해서 저러저러하게 답은 구했다. 일단 답은 체크해두고 BIS 끝나고 와서 검토해보기로 하고 남겨두었다. 시험 20분정도 남은 시점에서 BIS로 진입하려는데....





드르렁 


???


드르르르르러렁ㄹ얼얼어렁렁


????????


- 내 뒤에서 대각선에 앉은 학생이 코를 골면서 엎드려 자고 있었더라. 

  ' 아니 하필 중요한거 남았는데 왜 코를 고냐.....하....' 빡침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감독관 분이 깨웠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들렀다. 

  '@#&$*$(%)#($)#$(@#@(#&(*#' (대충 엄청 심한 욕) 


하지만 나는 우주최강킹갓제너럴마제스티이지 않은가? 이런 거 쯤은 대인배처럼 온화한 마음으로 모두를 포용하는 것이 당연한거 아님????????? 


' 그래, 저 친구는 인구절벽으로 인해 부족한 수험생 수를 채워주려는 평가원의 착한 스파이일지도 몰라. 


- 이렇게 생각하니, 문제가 거짓말같이 너무 잘 풀렸다. 비록 BIS 40번에서 쓸데없이 시간을 많이 허비하긴 했지만...그래도 어느정도 평타는 했던 시힘이었다. 



2-3. 국어 시험 끝난 후 쉬는 시간

- 베프가 내 고사실로 내려와줘서 같이 노가리 깠다. 그렇다고 답을 맞추진 않았고. 대충

  "작년 수능보다 개꿀 ㅇㅈ?"  "아 이번에 국어컷 100아님?" 이런 별 시덥지 않은 대화를 10분정도 나눴다. 사실 어느정도 진심이기도 했다. 2019수능을 현장에서 맛봤다는 자신감과 꼰대 마인드(?) 때문인 거 같다.


- 베프 가고서 남은 10분동안은 내가 처참하게 무너졌던 2020 9평 시험지 원본을 피고 1번부터 14번까지 풀면서 미리 수학시험에 맞춰 머리를 예열했다. 예열 후에는 실수 노트들을 보며 주의해야 할 점들을 최종 점검했다. 

 

 

2-4. 수학 시험 

- 이번에는 다행히 파본검사를 시험 전에 할 수 있었다. 파본 검사할때 가장 많은 충격을 받았던 과목이 아니었나 싶다. 

  ' 13번, 14번 비주얼이 왜 이래????' 

  ' 19, 20번은 왜이렇게 쉽지...? 아무리 봐도 문제 순서 바뀐 거 같은데' 

  ' 21번이 기벡이 아니라니....거기에 ㄱ,ㄴ,ㄷ? 이러면 그냥 문제도 안읽고 5번으로 찍어야지

  ' 27번 뭥미?? 30번은 6평 21번 짭인가ㅋㅋㅋ' 

   이렇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때 쯤, 


띵ㅡㅡㅡㅡㅡ동  


- 역시 종 치고나서 manual대로 행동했다. 미리 외워둔 1,2번 답 바로 적고 3번부터 시동 걸었다. 열심히 푸는데 1차 고비가 왔다. 

  7, 8번이 안풀리네??????? 

 '아니야, 이건 3점짜리를 빙자한 21번 문제일지도 몰라' 


- 평정심을 되찾기도 잠시, 2차 고비가 왔다. 

  17번이 안풀리네????? 분명 2020 9평 21번 변형인건 빼박인데....이거 진전이 없네....? 

  '아니야. 이건 17번을 빙자한 21번 문제일지도 몰라. ㅉㅉ 나약한 평가원 자식. 국어 난이도 괜찮다 싶더니 올해는 수학 난이도 조절 실패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1컷은 강철 92


- 아이러니 하게도 18, 19, 20, 28번이 앞의 문제들보다 훨씬 쉽게 느껴졌다. 1회독 하고 남은 문제는 7, 8, 13, 14, 17, 21, 27, 29, 30번이었다.이제 본격적으로 부스터 달아볼까하던 참이었는데....




드르렁 


???


드르르르르러렁ㄹ얼얼어렁렁


????????


- 맞다. 아까 그 국어시간 잠자던 친구였다. '인생이 걸린 순간에 이런 악재가 터지다니....' 아까와 마찬가지로 감독관님이 깨웠지만 계속 코 골더라. 


하지만 나는 우주최강킹갓제너럴마제스티이지 않은가? 이런 거 쯤은 대인배처럼 온화한 마음으로 모두를 포용하는 것이 당연한거 아님????????? 


' 그래, 저 친구는 인구절벽으로 인해 부족한 수험생 수를 채워주려는 평가원의 착한 스파이였지....심지어 가형을 신청해주다니....전생에 저 프렌드는 독립운동가가 틀림없어' 


- 이렇게 생각하니 아까와 마찬가지로 거짓말처럼 7, 8, 13, 14번, 17번을 스무스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 이제 남은 문제는 4개. 문제를 풀지, 검토를 먼저 할지 고민의 기로에 섰던 나는 역시 manual대로 검토를 먼저 했다. 아니 이게 웬걸. 덕분에 농담아니라 9점이나 깎일뻔한걸 구제할 수 있었다. 1번(....), 18번, 24번을 틀렸었더라. 2/2=2이라고 하는 멍청한 실수 때문에 하마터면 1번을 틀린 빡머가리로 영영 남을뻔 했다. 18번은 문제를 잘못 읽었었고...24번도 1번과 똑같은 실수를 했었는데 1+2=2라고 써놨다고 카더라.... 

* 여러분 진짜 3문제 남으시면 무조건 검토부터 하세요....시험은 확보할 수 있는 점수를 최대한 지키는 게임입니다. 막말로 3문제  틀려도 2등급은 나와요. 그리고 킬러 문제 푸는 것 보다 검토해서 계산실수 수정하는게 점수를 획득할 확률 더 크잖아요. 이거 발견 못했었음 전 ㄹㅇ 삼수였어요ㅠㅠ (저는 국어를 만점 받았다는 생각에, '수학은 2등급만 받으면 되지' 하고 큰 욕심 버리고 검토했었는데 이게 절 살렸네요...)


- 파본 검사 할때 내가 PICK했던 문제는 27번 이었다. 사관학교 시험문제랑 매우 비슷한 유형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찌어찌해서 잘 풀었다. 시계를 보니 대강 20분을 썼던 것 같다. 남은 시간은 30분 정도였고, 나는 3문제 중에서 유일한 기벡문제였던 29번을 마지막으로 건드려보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29번은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27번보다도 계산이 깔끔했었다. 마찬가지로 20분 정도 걸려서 잘 풀었고, OMR 마킹까지 완료하니 대강 5분이 남았더라. 현실적으로 남은 문제 풀 시간은 안되고.....미련은 남고.....


- 결국 국민정서에 내 뇌를 맡겨서 21번은 5, 30번은 3학년때 내 학급번호로 찍어서 두번째 답안지를 제출했다. 



2-5. 점심 시간

- 베프가 자기가 쓴 노트 보고 과탐 질문해달라고 해서 퀴즈 몇개 내주면서 밥을 챱챱챱 먹었다. 작년 수능과는 다르게 밥이 술술 넘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국어, 수학 만점 받은 줄 알았기 때문이다.


- 베프랑 이닦으면서 시원한 공기 마시며 refresh 했다. 돌아와서는 2020 9평 영어 지문 읽으면서 미리 영어시험에 맞춰 머리를 예열했다. 한 10분정도 여유가 있어서 미리 쪽잠 자뒀다. 2019 수능때의 악몽을 절대 네버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2-6. 영어 시험 

- 2019 수능때의 악몽을 절대 네버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22 (후기 1 참고) 


- 한달간 영어 시험 볼 때 깨어있는 연습을 했더니 잠 극복 성공했다ㅠㅠ 문제도 술술 잘 풀렸다. 사실 4년간 영어 모의고사 보면서 95점 밑으로는 내려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쩌면 한국사때보다 덜 긴장했던 것 같다.  


- 다행히 뒤에서 잠을 자던 친구는 영어 이후로 코를 골지 않았다.

 


2-7. 영어 시험 끝난 후 쉬는 시간

- FEEL이 굉장히 좋았다. 솔직히 말하면 난 이때까지 내가 전과목 만점 받은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ㅈㄴ 병신같다. 텐션이 high high 지붕을 찔렀다. 

 

  ' 와 ㅁㅊ 이러다 나 수능 만점 하는 거 아님?'

  ' 하 ㅅㅂ 수시 납치 되겠네...그냥 정시로 밀어 붙일걸' 

  ' 수능 만점 받으면 인터뷰 해야하는데 나는 재수생이랑 어떻게 연락오는거지?' 

  ' 인터뷰 할때는 누구 먼저 언급하지? 부모님? 내 최애? 베프? 3학년 담임 선생님? 나랑 짱친 먹어서 같이 술도 먹은 수학 선생님?' 

  

  뭐 대충 이런 쓸데없는 공상들을 했었다......

  화장실 가니까 벌써 쉬는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한국사랑 생명 공부 했었어야 했는데...

 


2-8. 한국사 시간 

- 1학년때 선생님이 감독으로 들어오셨었다.... 엌ㅋㅋㅋ....설마가 현실로


- 그치만 나에게 선생님의 시선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는 이미 난 예비 수능 만점자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도 고생했다고 나 자신에게 꿀맛같은 잠을 선물해줬다. 

   

   아, 물론 시험은 풀고 잤다 5분컷 한건 안 비밀 

* 영어까지 딱 끝나면 긴장김이 그냥 사라져요. 누가보면 시험 끝난 사람인줄 



2-9. 과탐 시간

- 솔직히 이때부턴 세 가지 기억만 남는다. 대출 풀었다는 증거

 

   물리 시험 4페이지 풀기 시작했을때 7분 남았던 오싹한 기억과 (마킹 1도 안했었음)

   생명 시험 19번 비쥬얼 보고 X됐음을 직감한 기억과

   생명 시험 다 풀고서 남은 시간 5분동안 자주 실수하는 유형들 검토한 기억

* 여려분들, 과탐 검토하실때는 어려운 문제보다는 내가 자주 실수하는 유형들 위주로 검토하시는게 훨씬 성공률이 높답니다. 저는 ADH 문제 나오기만 하면 족족 실수했었는데요, 이번 수능도 실수했었더라고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 물리는 저번보다 어려웠고, 생명은 저번보다 훨씬 쉬웠던건 확실했다. 근데 물리는 작년보다 쉬우면 1컷 53점...?



2-10. 가채점 시간 

- 베프랑 지하철 타고 집가는데 베프가 이대로 집가기는 싫다면서 피씨방에서 가채점이나 하자고 했다. 차피 폰 사려면 가채점 해야해서 같이 동네 피씨방에 갔다.


- 가장 먼저 채점한건 영어였다. 내 멘탈보호차웡네서 효자과목 먼저 채점했었는데 응...? 역대 최악의 점수가 나왔다. 

  아 이게 아닌데.... 


- 제빨리 국어 답안을 하나하나 입력했다. 국어도 내 효자과목이었다. 6, 9평 모두 백분위 99가 나왔었고 4년간 2등급 받았던 적은 작년 수능이 처음이었으니까.

   답안을 제출했더니 점수가 바로 나왔다. 그런데 응...? BIS 다 맞아놓고 문법에서 3개나 틀렸었다. 마찬가지로 역대 최악의 점수가 나왔다. 


   'ㅅㅂ 이게 사람 새낀가? 난 이제 삼수구나...부모님께는 뭐라고 말씀드리지? 담임 선생님께 추천서 또 부탁드려야하네...죄송해서 어떡하지.....하 여태껏 나 항상 예뻐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수학선생님 사회선생님 생명선생님 물리선생님 국어선생님 영어선생님 일본어선생님 기가선생님....성적표 자랑하면서 웃는 얼굴로 뵙고 싶었는데 다 끝나버렸네....또 투지폰 한 해 더 쓰게 생겼고ㅎㅎㅎㅎㅎ...설날에 가기 싫은데 집에 은둔하면 안되나?'

   

 잠만 나는 우주최강킹갓제너럴마제스티였잖아? 국어 1컷이 올해도 낮을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이때까지만 해도 등급컷이 안나왔었기 때문에 행회 열심히 돌렸음) 


 '그래 난 최저에 수학이 필수로 들어갔지....수학만 2나와도 성공이지....'


- 뺨을 찰싹찰싹 때려가며 정신줄을 겨우 부여잡았다. 오르비를 들어갔는데 이럴수가. 21번 답이 ㄱ,ㄴ,ㄷ란다. 베프와 하이파이브하며 부여잡고 방방 뛰면서 PC방 의자에 앉아 유나카멜스핀을 시전했다. 




탁ㅡㅡㅡ탁탁ㅡㅡㅡㅡㅡ


- 답안을 제출했더니.......






96점. 인생 최고 점수였다. 내 인생에서 수학 덕분에 최저를 맞추는 날이 오다니......






형편없는 필력으로 6달전 기억을 옮겨 적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꽤 재밌었네요ㅎㅎ 확실히 영어 이후에는 집중력이 흐려졌네요ㅠㅠ 분량이 갈수록 줄어드는걸 보니....

추가로 궁금한 부분 있으시면 댓 달아주세요. 좋아요도 눌러주세요  열심히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 드리면서 저는 내일 밤 10시에


3. 2019 한 해 동안 공부했던 내 커리 목록 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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