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전 성직자가 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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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름 착실히 신을 믿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신을 사랑했었거든요
그 분의 넘치는 자비로 모두를 용서하고 사랑할줄 알았죠
그 때 전 자타공인 아싸 은따였어요 순진했었죠
사회에 재수생 신분으로 발 들인 뒤부터,
좀 나중에 가선 신을 원망했어요
갈수록 인생이 좆같아지고
늘 실패하고
몸은 아파 2주에 한번 병원 가서
배때기에 주사를 받고 지내는 지경이고
전 갈수록 무능한 사람으로 자리를 잡고
모두가 절 고정된 시선으로 비웃거나 질타하거나 동정하더군요
결국 모든게 집착인걸 알았어요
그래서 신을 잊기로 했어요
사람들은 못난 제가 신앙으로 고민하고 자기위안할 시간에
남들을 최대한 무시하거나 깔아뭉개면서, 아부하고 질투하면서,
저 같은 건 급 낮은 버러지 등따리 또라이로 보면서, 잘만 살더라고요
신을 계속 잊다 보니까 이제 남은 건 저 자신 뿐이었는데 더이상 살 자신이 없는 거에요
이런 일들로 한두해는 잘 버텼어요 특히 신앙보다도 제 의지로 다 버텼어요 근데 이게 수년이 되어 제 청춘을 다 써버렸어요
저도 제 쪼만한 의지에 매달린 삐적 마른 괴물이 아니라 희로애락을 느끼는 사람이고 싶었어요
사람다운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괴로움 외로움 다 부둥켜안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겠더라고요
고흐처럼 튜링처럼
죽어서 그들만큼 칭송 추모는 못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그 때 그 순간의 심정처럼...
죽어야 겠다!
그렇게 해서 동네 호수로 가 당당하게 몸을 날리고
다리가 굳어지고 안경이 날라가고
그 때 깨달은 건
신은 내가 만든 마음 속 괴물이었고
단지 내 필요를 위해 존재해야만 했던 상상속의 존재
죽은 뒤엔 아무것도 없고
죽음만이 살아있는 현실이라는 것
살려는 의지라기 보단
일종의 본능의 잔재 같은 거였는데
그냥 살려달라고 외쳐봤어요
한 젊은 커플이 와서 구해줬어요
지금은 원룸에서 혼자 살아요
그 때 일 생각하면 심장이 검정색이 되는 기분이에요
그냥 주어진 일상이라 사는건데,
이것도 답 같진 않아요
마음 속 신과 함께 했던 모질고 한심한 20여년이 그러했듯
순수하고 달콤한 암흑으로 다가온 죽음의 찰나가 그러했듯
모든게 피차일반이더라고요
이 세상에 정답은 정말 안 보여요
선이 악일 수도 있고 악이 선일 수도 있어요
근데 딱 한 가지! 제가 요즘 생각하는 것은,
누가 됐든
여러분이 옆에 있거나 있었던 또다른 존재를,
지켜야 할 상황에 있다고 느끼신다면,
그 존재의 정신이나 육체가 무너지기 전에
진심으로 사랑해주셔야 해요
풀도 물 안 주면 죽고 햇빛 안 받으면 죽어요
사람도 마찬가지에요
저를 꼭 위로해달란게 아니에요
저에게 애정 가진 분들은 따로 계시니깐...
주변 사람을 지키고 싶으면 사랑해주셔야 되요
일종의 생명에너지 같은 거에요
그 급여가 떨어지면 대단하다는 사람도 알아서 무너져요
또 불씨같은 거에요
불씨가 꺼지면 모든 건 끝이에요
사랑이란 이름으로 장작을 늘 제공해야 되요
그게 꺼지면 그 사람은 진짜 죽고 말거나
살더라도 좀비같은 여생을 보낼거에요
이런 말을 하는 저는 제 개인의 삶이라는 또다른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어요
전 이런 고상한 이야기를 할 상황도 안되고 처지 주제도 안되요
그래서 여러분에게 전할 메세지가 여기까진거 같네요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여러분만큼은 희망과 도전 가득한 내일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도 내일을 어떻게든 살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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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요 동문님
감사합니다 ㅠㅠ
저도요 ㅠㅠ
해당 성직자가 혹시 어떤 종교였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전 기독교인이었지만 성직 지망은 천주교였습니다
교회를 다녔지만 가톨릭 사제가 되길 원했다는 이야기 인가요? 불가능 했을텐데?
성당에서도 세례 견진 받고 3년 이상 되면 가능하죠 유수일 군종교구장님도 개신교 선교사 교육생 출신이시죠 아마? 굳이 자세한 걸 아시려는 이유가 뭔가요? 말투가 경직되셔서 놀랐습니다.
유수일 교구장님이 누군지는 내가 모르겠지만 그럼 예신 과정도 거쳐서 신학교를 지원한건가요? 자세한걸 말하는게 불편하면 더 안물을게요.
음 전 현실상 일반 대학 졸업 후에까지도 고려했었거든요. 고등학교 때야 순수하게 장래를 꿈꾸던 거였고 원래 계획으론 23~4세 쯤부터 본격적으로 성소식별을 위해 예신 일반성인 모임을 나갈 계획이었습니다. 복사단 출신, 청소년 예신, 집안과 본당의 적극 후원이 보편적인 교구사제보다는 개인적으로 직장인 출신, 타 교파 출신 가톨릭 신자까지 고려해주는 수도사제 쪽을 지망했었습니다. 특히 예수고난회나 가르멜회같은 영성 수도회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가장 기본적인 성당교리교육도 몇개월 만에 그만 두고 가족 및 주변인들과의 갈등에 못 이기고 이름뿐인 교회 신자로 남아 있습니다.
자세한 상황을 몰라서 적당한 말이 생각이 안나는데, 개인적으론 종교에서 살짝 멀어져서 일상적인 장작들을 찾아보는게 어떨까. 신은 일상 속에 있다고 믿어서. 아무튼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고명하신 분 같아서, 조언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ㅠㅠ
왜 이렇게 글이 잘읽히고 가슴을 찌르지..
저랑 같은 트랙을 지나오신 분은 아니지만
저 읽으라고 작정한 글마냥 표현이 마치 흡수되네여
정말로 잘 읽었습니다 달필이시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재수해서 대학도 잘 가셨고 앞으로는 긍정적으로 변화하실 진로가 무궁무진하십니다. 어떤 미래를 그리시는지 잘은 모르지만 충분히 해내실것같네요. 또래에 비해 다채로운 깨달음을 가지신 것 같아요
응원 고맙습니다 ㅠㅠ 힘낼게요
홀로 반수하면서 우울감에 휩싸여본 입장으로서 생명에너지 비유 대목은 정말 절절하게 이해공감되네요ㅠㅠ 스바,, 하찮은 동정따위 베풀고 잇는거 아닙니다 ㅈㄴ 공감되네요 글이
님도 늘 잘 되시길 바래요
감사합니다.
니체의 책을 읽어봤으면 하네요.
차라투스트라는 읽어봤습니다
그건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책인 것같아요..
이 사람을 보라라는 책도 추천드려요.
글 잘보고 있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글 잘쓰시는...
님은 뭔가 응원하게되네요
감사합니다...
과거의 저와 비슷했던 상황이라 더 공감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형제님
저랑 거의 똑같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