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조아 [590817]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20-02-20 00: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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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면 될 때까지, 미필 5수생 서울대 도전기 – 삼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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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xy, ‘미필 5수생 서울대 도전기를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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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xy,

윤리와 사상 모의평가검토해 보고 싶다면? : https://orbi.kr/00027634651

파급의 기출효과 카페 곧 본인 게시판 생길 예정 : https://cafe.naver.com/spreadeffect


 (전편에서 계속)


  합격한 지도 한 달합격의 기쁨이 점점 사그라들어갈 때쯤새터 날이 찾아왔다누구랑 버스를 타야 하나 걱정이 됐는데다행히 버스 자리는 제비뽑기로 결정됐다버스에 타자 과대가 자기소개 시간이 있는데자기가 아니라 옆자리에 있는 친구가 자신의 소개를 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특이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면서 옆자리 친구와 이야기를 시작했다그는 전주에서 온나보다 한 살 어린 친구로농구를 좋아한다고 했다이야기할수록 밝고 쾌활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자리 친구에 관한 기초 조사(?)가 끝날 때쯤자기소개 시간이 시작됐다과대가 자기소개 시간은 FM을 먼저 하고 옆자리에 앉은 친구를 소개해 주는 순서로 진행된다고 알려주면서, FM이 뭔지 모를 테니 공지방을 보라고 했다공지방을 봤더니 FM이라는 게일종의 자기소개 양식이었다우리 과 FM은 다음과 같았다.


  민족고대자주생명막강식경! (자기소개제 이름은 O! O! O! 당차게 인사드립니다!

 

  몇 번 읽어보자 쉽게 외워졌다세 줄밖에 안 되는데못 외울 리가 없었다하지만 선배들이 앞에’ 나와서 시범을 보이는 순간 내게  무대 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사이다른 친구들이 하나둘씩 자기소개를 마쳤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버스 맨 앞으로 가자처음 보는 사람 40여 명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고 내 머리는 하얘졌다


  민족고대!” ... 다시 할게요 ㅠㅠㅠㅠ 두 번 틀리면 병샷이에요~~

  민족고대자주생명최강식경!” / (약간 정색최강..은 우리 교류반 FM이에요;;

 

  우여곡절세 번 트라이 끝에 겨우 자기소개를 마쳤다자기소개를 마치고 깨진 멘탈을 수습하니어느새 버스는 새터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우리를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프로그램 하나하나에서 새준위들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가 느껴졌다제일 먼저 오늘 저녁에 할 술게임 OT를 했고동기들이 자기소개에 올려놓은 내용을 가지고 빙고를 하기도 했고여러 가지 협동 게임도 하면서 한두 명씩 동기들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그리고 이어진새터에서 빠질 수 없는 시간인 술자리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술게임은 어색했고태어나서 거의 처음 먹어보는 술은 썼다. 12시쯤 되자내일 응원OT가 있어서 일찍 파해야 한다는 선배들의 말에 대체 그게 얼마나 힘들길래 지금 자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술자리를 정리했다.


  둘째 날 오후대망의 응원 OT가 시작됐다원래 응원하는 걸 엄청 좋아해서 미리 응원가도 좀 들어놨을 만큼 제일 기대되는 시간이었다응원가 전주가 나오자선배들이 갑자기 미친 사람들마냥 뛰어다니기 시작했다그리고 응원가가 시작되자그들은 북한 매스게임 영상에서나 볼 듯한 동작들을 일사불란하게 해내기 시작했다고려대학교의 는 (校)가 아니라 교(敎)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처음에는 쭈뼛쭈뼛했던 우리도 점차 분위기에 녹아 들어가 고대 응원가를 배우기 시작했다처음으로 내가 고려대학교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여러 동아리의 공연이 있은 후에 또 응원OT가 있었다이번에는 생명대 전체에서 하는 응원OT였던 만큼응원단에서 직접 와서 OT를 진행해 주었다낮에 배워 익숙해져 있던 응원이었으므로 정말 신나게 응원을 했다응원이 너무 재미있어서체력 안배 없이 너무 놀았더니 마지막 날 “Infinity”한 술자리는 결국 즐기지 못하고 뻗어버렸다


  새터 다음날수강신청 OT라고 또 OT를 했다수강신청 OT는 여러모로 중요한 날인데수강신청뿐 아니라 뻔선*이 나오는 날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여기저기서 선배들은 자신의 뻔후를 찾아 인사하고내 뻔선은 수신OT에는 참석하지 않아 다른 선배가 와서 내 번호를 받아 갔다

뻔선이란 고대의 경우 내 학번이 2017aabbcc 열 자리라고 하면, 17은 학번, aa는 단과대, bb는 학과, cc는 과 내 번호다그니까 2016aabbcc가 내 뻔선이 되고, 2018aabbcc가 내 뻔후가 되는 것.


  수신OT가 끝나고역시 오늘도 뒷풀이가 있었다별로 생각나는 건 없지만옆자리 테이블에 술게임 못 하신 지 참 오래 되셨는지 매섭게 술게임으로 후배에게 대학의 참맛을 보여주는 선배들이 계셨던 기억은 정말 생생하게 난다한 끗 차이로 술게임을 안 하게 되었다는 안도감과 옆자리에 앉아 선배들에게 참교육을 당하는 친구에 대한 연민이 들었다얘는 다음 해 새터에선 후배에게 술게임으로 고통받았다


  드디어 개강이 찾아왔다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안암역 4번 출구로 처음 나와전공 수업에 내 이름이 불리자 진짜 고려대학교 학생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개강 날 바로 진행된 개강총회그리고 개강파티새터 때부터 딱 봐도 인싸의 풍채가 느껴졌던 친구들은 역시 선배들과동기들과 잘 어울려 놀았지만 나는 뭐.. 처음부터 잘 나대는 성격은 아니라 새터 때 함께 놀았던 친구와 조용히 구석에 앉아 과일소주를 깠다내가 생각보다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을처음 알게 된 날이었다.


  3명실상부한 새내기를 위한 달이지만나를 위한 달은 아니었다선배들과 동기들은 마음이 열려 있었지만나는 그들에게 먼저 다가갈 용기도 없었고, 어차피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이나 재수학원 때 친했던 친구들 중에 고대 온 친구들이 많고주 3일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이들하고 놀 시간도 없는데 굳이 잘 못 하는 일에까지 내 힘을 쓸 필요성을 못 느꼈으니까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저렇게 살았는데도 전공 수업 하나가 지정좌석제여서 옆에 있는 친구랑 밥도 몇 번 같이 먹을 만큼 친해졌고뻔선은 밥 먹으면서 이  얘기를 했더니 자기가 밥 많이 사줄 테니까 굳이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좋은 사람이어서 혼자 밥을 먹거나 밥약을 한 번도 못 해보거나 그렇지는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었다하필 친해진 애가 과대여서 맨날 다른 선배랑 밥약하러 가시는 바람에가끔 잘 모르는 사람들하고 밥을 먹는 날이 있다는 점이 문제긴 했지만나 좀 데리고 가지


  4그리고 5일주일에 3일은 일하고, 3일은 노는 인생이 계속됐다뭐 하고 놀았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주로 고등학교 친구랑 춘자와 한추에 앉아서 왜 나는 아싸일까’ 하면서 술 마셨던 것 같다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가 참 착했던 것 같다누가 나한테 물어봤으면, ‘왜 아싸냐니머리로 생각을 좀 해 보렴.’이라고 했을 텐데.. 아쉽게도 그렇게 노는 와중에도 미팅은 많이 하지 않았다미팅이라는 게 일단 8(또는 6명이)이 날짜가 맞아야 하는데일단 내가 1주일에 4일은 안 되기도 했고학기 초에 미팅을 나갔는데 그게 워낙 노잼이었어서 차라리 그 시간에 친구들이랑 노는 게 훨씬 재밌다고 느끼기도 했기 때문었다.


  6월이 되었다일하고 있던 학원에 고3이 많았어서그들의 질문을 받아 주려면 6월 모의평가를 풀어보아야 했다3이었던 동생을 시켜서 학교에서 시험지를 가져오게 한 후 학원에 앉아 시간을 재고 문제를 풀어 보았다오랜만에 맡아 보는 평가원 시험지의 냄새가그리고 오랜만에 느껴 보는 수험생으로서의 긴장감이 좋았다이런 거 조심하세요;; 이게 다 수능중독의 증상입니다


  98 96 1 50 50


  학원에서 질문을 받다 보면 문제만 풀어주는 게 아니라 개념 설명도 조금씩 해 주고 해야 되니까 거의 까먹은 게 없긴 했지만점수가 의외로 좋았다실전 감각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생각에그냥 한 번쯤 시험을 다시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종강하고장장 두 달에 걸친 방학이 시작되었다방학이 시작되자 제일 먼저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었던 일윤리와 사상 모의고사를 쓰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오랜만에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을 사고기출문제를 다시 풀어보면서 문제를 만들었다대략 2주에 걸쳐 원고를 쓰고 나서떨리는 마음으로 출판하고 싶다는 원고를 오르비에 보냈다마이너한 과목에 시기상 늦기도 해서 얼마나 팔릴 지는 모르겠지만다행히 출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기분이 좋았다.


  방학은 정말 빨리 지나가고, 2학기 수강신청 날이 다가오기 시작했다강의계획서를 보면서 이것저것 수업들을 보던 중에문제를 하나 발견했다전공 수업 하나가 화목인데목요일은 인강으로 대체하는 수업-흔히 말하는 거꾸로 수업(Flipped Class)-이었다근데 이 과목은 시험을 세 번 보는데 시험은 꼭 목요일 날 본다는 점이 문제였다재수 없이 2차 고사랑 수능이 겹치면 수능을 못 보러 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갑자기 마음이 떨리면서강의계획서와 달력을 확인했다확인 결과다행히 전공 2차 고사는 12주차 목요일수능 다음 주 목요일이었다


  수강신청 날긴장된 마음으로친구와 카톡을 하면서 수강신청을 했다시간이 돼서평소에 하던 대로 Alt+Tab을 누르면서 수강신청을 했는데 이상했다수강신청이 됐다/안 됐다가 아니라 수강신청 페이지에서 로그아웃이 되는 것이었다친구한테 물어봤는데 자기는 안 그랬다고 했다폭주하는 서버를 뚫고 20분 후 수강신청 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역시나하나도 안 돼 있었다일단 전공필수는 들어야 하니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고 최대한 남은 수업 중에 재밌어 보이는 거를 주웠다. 2학기가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8월 23내가 만든 책의 예약판매가 시작했다내가 쓴 책이 나온다는 사실이그리고 그걸 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9월 2. 2학기 개강 날이 다가왔다. 1~2교시 / 6교시라는 하이퍼 공강에 현타가 와 있었는데, 6교시 아잉 수업도 말도 안 되게 재미없었다. 3시간 반 공강 이후에 이 수업을 한 시간 15분씩 듣고 앉아있어야 하다니그냥 드랍하고 나중에 듣기로 마음먹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집으로 돌아와서 아잉 드랍이라니이번 학기도 아싸인가.. 이제 곧 군대 갈 때 되는데 군대는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진한 현타를 느끼고 있던 와중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4달 전쯤다시 시험을 보겠다고 잠수를 탄 친구였다.


  원래 공부를 꽤 잘 하던 친구여서잘 될 거라고하소연을 들어주면서 이야기하다가 그래서 이번엔 어느 과를 가고 싶냐고 물었다그 친구가 잘 나오면 한의대 가고..’ 라고 한 순간귀가 탁 트였다내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았기 때문이었다한의대에 가면 일단 기본적으로 면허가 나오니까 먹고 살 걱정은 크게 안 해도 되고무엇보다 군대를 늦게 가도 되니까 내가 해 보고 싶은 일을 계속 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적성에 맞느냐 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어차피 경제학도 그렇게 엄청 적성에 맞는 것도 아니라 그건 큰 문제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곧 카투사 지원이 있으니카투사 떨어지면 한의대 쓰고 카투사 붙으면 서울대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도 역시 동생을 시켜 시험지를 가져오게 한 후 학원에 앉아 시간을 재고 문제를 풀어 보았다오늘도평가원 시험지의 냄새와 묘한 긴장감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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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모의고사 점수가 뽀록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수능에서 이대로만 나온다면 서울대고 한의대고 다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작년이라면 이런 점수에도 불안했겠지만어차피 지금 대학생이고 이보다 좀 안 나와도 가천대 한의대는 여유 있게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편하게 가졌다.


  수능 원서접수를 하고 나자 카투사 접수 시즌이 찾아왔다공부 정말 하나도 안 하고 하늘에 맡긴 토익 시험은 다행히 780점을 겨우 넘겨카투사 원서를 쓸 수 있게 되었다있는 자격증 없는 자격증을 다 첨부해서원서접수 마감 전날 기도를 하면서 카투사 원서를 썼다


  한 달쯤 후카투사는 당연히 떨어졌고이제 올해 수능을 못 보면 강한 육군이 나를 부를 거라는 불안과 함께 수능 D-30을 맞았다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학교 생활알바를 하고 남는 시간에 공부를 하려다 보니 공부를 할 시간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그래도 국어랑 수학은 과외 및 학원 알바윤리와 사상은 모의고사 출판에 과외까지 해서 크게 망할 걱정은 없었는데남은 세 과목이 걱정이었다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최대한 점수를 지킬 수 있을지계획을 짰다.


  일단 사회·문화는 문제 푸는 감이 중요하고 개념은 거의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기출문제를 풀면서 모르는 개념을 채우는 방식으로 공부하기로 했다영어는 전공 공부를 하던 짬에 맡기고 수능 2주 전부터 2년 치 기출을 분석하기로 했다우리 과는 고려대학교에서 영강(영어 강의)이 두 번째로 많은 과라경제학 수업이 영어였기 때문이다평소에 그렇게 원망스럽던 영강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제2외국어는 재수 때 그랬던 것처럼시험 2주 전에 ‘20점 플랜으로 3등급을 사수하는 메타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약속을 안 잡아도시간은 부족했다중간고사가 끝나자 학교는 맨날 과제를 던져 주었고재밌어 보여서 들은 한국사학과 전공 수업이 말도 안 되게 어렵길래 알아보니 그 수업은 원래 3학년이 듣는 수업이어서 수업을 따라가는 게 너무 힘들었고과외와 알바에 쓰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평가원 시계는 야속하게도 흘러 2017년 11월 15수요일이 되었다그날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하나과학관 지하 2층 – 미디어관 6층을 10분 안에 주파하고맨 뒷자리에 앉아 사회·문화 기출문제집을 폈다몇 문제나 남았나 문제 수를 세 보니 백 문제가 남았다교수님이 출석을 부르시는 동안, ‘딱 1주일만 더 있으면 이걸 다 풀 수 있을 텐데..’ 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오늘은 서양의 계몽주의에 대해서..”


  출석을 다 부르신 교수님은 수업을 시작하셨고나는 사회·문화 기출문제집을 펴서 급한 대로 도표 문제부터 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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