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다... [452147] · MS 2013 (수정됨) · 쪽지

2020-02-19 12:22:49
조회수 6,469

한의대 때려치우고 컴공가면 미친 짓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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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이고 

한의대는 1학년 1학기만 마친 상태.

'근데 왜 그렇게 나이가 많냐?' 하실 텐데.. 


저는 고등학교 때 서울대에 환장했던 놈이었고..

모의고사야 어땠는지 몰라도 수능 결과는 그만큼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점수 맞춰서 서성한라인 신소재공 갔다가... 

학벌에 대한 미련, 단지 그것 하나 때문에 자퇴 후 

부모님 말씀 듣고 한의대로 옮겼었는데... 


스스로 믿지도 않는 학문을 

오랫동안 배우고 평생의 직업으로 삼는 일에 회의감이 들어서.. 

휴학하고 2~3년 정도 방황하던 공백이 있었습니다. 


방황하는 동안 

히키코모리 생활도 해보고, 알콜중독자처럼 살아도 보고, 

돈 벌고 유흥으로 탕진하고 빚지고 또 벌어서 갚고.. 

수학 과외부터 인력사무소 노가다판까지 다 해본 것 같습니다. 


현재 군복무중인데 

전역 후 한의대에 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흥미가 있던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쪽을 업으로 삼고 싶어 

컴공 쪽으로 다시 수능 준비해보려 합니다. 

군생활하면서 공부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머니는 제가 뭘 하든 OK고, 아버지는 제가 뭘 하든 일단 뜯어말리고 보십니다..

친구들은 자기 인생 챙기기 바쁩니다. 물어볼 곳이 없네요. 


실은, 서울대에 대한 미련이 조금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고, 

한의대로 돌아가지 않을 구실이 필요한 것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입시를 다시 준비하는 게 맞는 일인지 궁금합니다. 

만약, 정말 만약이지만 올해 수능을 정말 잘 봐서 

26살 나이에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하여 

배우고 싶은 걸 배운다고 한들, 

그 뒤에 미래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회원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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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수생 강예서 · 875576 · 20/02/19 12:25 · MS 2019

    본인하고 싶은 거 하셔야죠

  • 고전녀칵 · 890500 · 20/02/19 12:26 · MS 2019

    군생활 하면서 한번 질러보는것도...

  • beginners · 952183 · 20/02/19 12:26 · MS 2020

    한의사 면허가 좀 아깝긴 한듯..

  • jimpa · 749591 · 20/02/19 12:30 · MS 2017

    컴공에 입학전부터 고수가 많지 않을까요

  • 가로수 · 506899 · 20/02/19 12:33 · MS 2014

    그럴수있다고생각해요~본인이 맞지않음 빨리바꾸는게 답

  • ☆라무☆ · 829647 · 20/02/19 12:33 · MS 2018

    이미 본문에서부터 한의대만큼은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게 명확한데 걍 컴공 가십쇼 형님

  • 깨Gang · 882639 · 20/02/19 12:57 · MS 2019

    하고 싶은거 하시는게 맞지 않겠습니까
    저는 컴공에 질려서 한의대로 온 케이스라서...
    글쓴님이 한의대를 떠나 컴공에 가셨을 때 컴공이 글쓴님 적성에 꼭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 감사은 · 910118 · 20/02/19 13:24 · MS 2019

    컴공 전공자이고 현역에서 일도하고 사업도해보고 프로그래밍실력도 어릴때부터 보통이상이었어요. 대학땐 교수님께서 추천서 써줄테니 박사학위 유학도 권유하셨고요. 근데 전 일로하는건 재미없더라고요. 컴퓨터와 씨름하는것도 지겹기도하고요. 만일 본인이 사람들하고 얘기하는것보다 컴퓨터와 프로그램언어로 이야기하는것이 더 즐겁고 돈에 상관없이 프로그램짜고 뭔가를 만들어내면서 희열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논리적 언어와 구조에 탁월한 감각이 있다면 추천드립니다. 모라그래야하지..좀 프로그래밍에 매니아틱한 성향이 있으면 좋습니다. 저는 그런게 없었어요. 그냥 머리써서 뭔가 해내는게 잼있긴했는데 그 자체를 막 좋아하는게 아니였던것 같습니다. 님이 정말 하고싶다면 중퇴하시고 도전해보세요. 늦지않았어요. 그리고 이왕 제대로 프로그래밍 하실거면 우리나라도 좋지만 미국이나 유럽으로 나가는것을 추천드립니다. 학부마치고 석사하러 나가는 것도 좋고요. 우리나라는 여전히 시장이 너무 좁아요. 삼성전자들어가서 일하시는 것이 목표시라면 그냥 한국에 있는것도 좋고요.. 절대 늦은나이는 아닙니다. 실력이 중요하죠

  • 하고싶다... · 452147 · 20/02/19 14:15 · MS 2013

    상세한 답글 감사합니다.

  • 녹차라떼2 · 828450 · 20/02/19 15:43 · MS 2018

    고고ㄱ ㄱ ㄱ ㄱ ㄱ~~

  • 르누아르 · 214884 · 20/02/19 15:47 · MS 2007 (수정됨)

    1. '학년 올라가면 나아진다'고 하는 사람들 싫어하지만, 한 학기면 학교 다닌 시간은 4개월 정도인데 이 정도의 경험으로 '믿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쓰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믿고 말고의 영역도 아니고요. 컴퓨터 좋아하시니 그 쪽으로 비유를 하자면 CS101 들으면서 파이썬 4개월 배운 새내기가 인공지능은 이제 끝물이다, fMRI 딥러닝 할 때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에 결함이 있다던데 난 딥러닝 못 믿겠다고 하면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4개월이면 텐서플로우 설치도 아직 안 해봤을 타이밍입니다.

    저는 졸업 후 병원 인턴 마치고 카이스트에서 데이터마이닝이랑 확률모델 같은 거 하는 한의사인데 연구를 하더라도 면허 가지고 하는 게 좋긴 합니다. 연구, 과학 이런 거 말만 멋있지 실상은 불확실한 미래 그 자체입니다.

    2. 혹시 CS 관심 많으시면 뷰노라고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주로 흉부 X-ray나 Brain MRI, 안저영상 등 분석하는 곳인데 의료 AI 쪽에서는 탑티어거든요. 경희대 한의대 출신으로 뷰노에 계시는 분도 있습니다. 검색해보니 얼마 전에 RSNA에서 '딥러닝 기반 전립선암 자동 분할 다중 파라미터 MRI 진단 기술'이라는 이름의 논문도 발표하셨네요[1]. 작년에는 동신대 학부생이 육안으로 감별이 어려운 본초를 이미징해서 감별하는 딥러닝 모델을 만들어 SCI급 논문 내기도 했죠[2].

    요새 AI 안 쓰는 분야 없습니다. AI나 딥러닝 이런 건 그냥 도구고, 그보다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자기만의 전문성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해요. 물론 저도 카이스트에 와있으니 CS 비전공자의 한계를 절감할 때가 많지만, 그보다 의료 전문가로서의 대체불가능한 specialty를 확인할 때가 더 많습니다.

    3. 저도 후배님처럼 한의학보다는 통계, 컴퓨터 이런 걸 더 좋아해서 학부생 때부터 연구도 그 쪽으로 하고 졸업할 때는 학사편입까지 진지하게 고려해봤습니다. 하지만 연구라는 건 얼마만큼의 originality를 가지고 좋은 환경에서 하느냐의 싸움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돌아간대도 한의대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이건 다시 말하자면 결국 오리지널리티를 뭘로 잡을 거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비전이나 영상처리, 강화학습 같은 거 빡세게 하실 거면 시작부터 컴공 하는 게 더 좋을 거고요.

    [1] https://www.medicaltimes.com/Users/News/NewsView.html?ID=1130770
    [2] Cho, J.; Jeon, S.; Song, S.; Kim, S.; Kim, D.; Jeong, J.; Choi, G.; Lee, S. Identification of Toxic Herbs Using Deep Learning with Focus on the Sinomenium Acutum, Aristolochiae Manshuriensis Caulis, Akebiae Caulis. Appl. Sci. 2019, 9, 5456.

  • 빙과맛 · 636021 · 20/02/19 15:58 · MS 2015

    글보고 이 분 생각났는데 바로 등판하시네 ㅋㅋ

  • 익산시 홍보대사 · 749948 · 20/02/19 17:02 · MS 2017

    학문에 믿고 안믿고를 따지는것부터가 넌센스.. 하고싶은거 하세요

  • QZKXJYPsbuoFem · 623059 · 20/02/19 17:23 · MS 2015

    그러네요. 다른 학과들은 '믿는다 안믿는다' 가 아닌, '적성에 맞는다 안맞는다'란 말이 나오는데, 한의학은 왜 '믿고' ' 안믿고' 같은 워딩이 나오는지 이상하죠. 실용학문일 뿐인대요.

  • QZKXJYPsbuoFem · 623059 · 20/02/19 17:12 · MS 2015

    당연 하고싶은거 해야죠. 25살이 문제가 아니고요. 지금 방황하고 고민하느라 버리는 시간이 아까운거지 그 나이는 무엇을 도전하고 시작하기에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 Mj23 · 901105 · 20/02/19 17:36 · MS 2019

    졸업하고 3년뒤정도에 받아들인 분들도 있더라고요

  • ⎝⎝⎛° ͜ʖ°⎞⎠⎠ · 472770 · 20/02/20 08:04 · MS 2013 (수정됨)

    남말듣고 꾸역꾸역 한의대 나오면 뭐해요.
    님 인생 책임은 아무도 안져주고.
    남는건 지나간세월, 텅빈머리, 바닥친자존감, 면허증달랑하나 끝인데요.
    30살? 31살?돼서 졸업하고 학교에서 방출되면 뭐하실래요.
    그때되면 푸념할 나이도 아니고 엄마빼고 푸념들어줄 사람도 없는데. 끔찍합니다.
    위에 한의사분? 엄청 열심히 사셨을거고.
    25살에 입학해서 저런길 걷는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뵈고,
    높은 확률로 텅빈 테크 타실걸요 ㅋㅋ

    먼저 한의대 졸업한 유경험자로 말씀드리는데
    그런 회의감? 예과때만있을 거 같은데
    본3, 본4가서도 똑같아요.
    사람이 뭐 자기의지아니고서야 변합니까.
    그런 사람들이 공부는 또 제일안해서 제일 무당질할 거 같은 사람들..
    옆에서보면 욕하고 싶기 이전에 실로 안타까운 인생임.
    그 선택 안하길 빌어요^^..

  • 달려달려 · 954912 · 20/03/10 14:54 · MS 2020

    안녕하세요 컴공복전하다가 의치한 목표로 수능 공부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컴공이라는 분야가 특히 공유문화가 많이 발달되어있고 공대중에서는 스터디가 가장 활성화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학벌보다는 실력위주로 뽑기 때문에 네이버나 카카오도 전공무관 블라인드로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
    컴공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전공이 아니더라도 유튜브나 스터디, 그리고 팀을 꾸려 공모전에 참가하면서 실력을 쌓기가 수월한 분야라는 것입니다. 당장 유튜브만 가시더라도 전혀 다른분야임에도 코딩을 잘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한의대 다니시면서 코딩을 따로 공부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다가 모르시는 거 있으면 학교 에타 컴공게시판같은데 물어보시면 워낙 덕후기질인 분들이 많으신지라 매우 친절하게 잘 알려주십니다!! 그리고 캠퍼스픽같은데서 스터디 알아보시면 실제로 앱이나 웹 혹은 데이터분석과 인공지능같은 다양한 부분에대해 스터디나 공모전 준비를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당!!
    충분히 생각해 보시고 코딩이 정말 본인에게 잘 맞는 분야인지 많이 공부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