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air 10220 [910619] · MS 2019 · 쪽지

2020-02-02 21: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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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고난도 역학 문제를 다루는 법(물1)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7308770

저번에 썼던 칼럼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분에 넘치는 관심을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열심히 써봤습니다 ㅎㅎ (4시간 가까이 걸렸어요...) 제목은 저렇게 달았지만 사실 쉬운 문제들을 풀 때도 똑같이 적용해야되는 사항들이고, 더 넓게 보자면 수학 같은 과목들에도 적용 가능한 내용들입니다. 시간을 들여서 느긋하게, 천천히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조건이 가진 의미 파악하기



 모든 문제는 상황에 대한 조건이 있습니다. 1페이지 1번 문제부터 4페이지 19, 20번 문제들까지 아무런 조건도 없는 문제는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풀 때 조건을 잘 봐야한다"라든지, "조건도 해석 못하면서 문제 풀겠다고 달려들면 안 된다" 같은 말들을 하며 조건 파악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만 말하면 조건이 왜 중요한 건지, 어떤 식으로 파악해야되는 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 단락에선 조건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 지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건은 문제 상황을 제한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게 뭔 소린지 잘 감이 안 오실 수 있으니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물체가 있다."


 이건 또 뭔 소릴까요? 저 문장 속에는 물체의 위치, 형태, 운동 상태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습니다. 저 "물체"는 우주 공간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수도 있고, 물 위에 떠있을 수도 있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고 있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제 조건을 좀 더 달아보겠습니다.


"수평면 위에 물체가 있다."


 아하. 물체가 수평한 면 위에 있군요. 이제 물체가 어디 있는지는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물체의 운동 상태에 대한 정보는 아예 알 수가 없습니다. 정지 상태일 수도 있고, 등속도 운동하고 있을 수도 있고, 일정한 알짜힘을 받으면서 운동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알짜힘이 계속 변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수평면 위에서 등가속도 직선 운동하는 물체가 있다."


이제야 좀 물리 문제같은 문장이 나왔습니다. 여전히 정확한 가속도 값이라든지, 초속도, 물체의 위치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지만요. 그래도 이런 정도의 문장이라면 최소한 등가속도 직선 운동의 특징에 대한 것들은 물어볼 수 있겠습니다. "알짜힘은 일정하다." 같은 것들 말이죠.


"수평면 위에서 정지하고 있던 질량이 3kg인 물체가 9N의 일정한 힘을 받기 시작했다."


 드디어 문제 상황이 하나로 고정됐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물체의 운동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고, 누군가 "첫 3초 간 이 물체는 몇 m 이동할까?" 같은 질문을 해도 확실한 대답을 해줄 수 있습니다. 실제 수능에서 저런 식으로 조건 제시를 장황하게 하는 경우는 많이 없겠지만, 문제에 딸린 조건들이 이렇게 문제 상황을 하나로 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어떤 문제들은 저 위에 3번째 문장처럼 문제 상황을 적당히 제한하고 그 상황의 일반적인 특징만을 물어볼 수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죠.



 이제 조건이 문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았습니다. 조건은 문제 상황을 제한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만약 조건을 잘못 해석한다면 문제 상황부터 잘못 이해하고 시작하는 겁니다. 조건 파악부터 꼬인다면 그 이후의 풀이는 다 휴지조각이 되어버릴테니, 조건 파악이 왜 중요한지는 확실히 알 수 있겠네요. 그러면 실제 기출 문제를 보면서 조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해보도록 합시다.



18학년도 9월 모의평가의 19번 문제입니다. 제가 손풀이를 올린 첫 번째 문제기도 하고요. 이 문제에서 주어진 조건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가)

 1. 빗면 위에서 정지

 2. 장력 조건


(나)

 1. 등가속도 직선 운동

 2. 이동 거리 조건


이 정도면 다 쓴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것들이 어떻게 문제 상황을 제한하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일단 빗면 위에서 중력만 받으며 운동하는 물체가 등가속도 운동한다는 것은 사실 너무 당연한 거라 생략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여기선 친절하게 써줬네요. 그리고 문제에서 묻고 있는 것이 어떤 물리량의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물리량들의 비율이기 때문에 문자를 설정해서 계수들만 깔끔하게 정리해준다면 원하는 값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변위 비가 주어졌으니 가속도의 비를 알 수 있을 것 같고, 원래 정지한 상태였으니 알짜힘의 크기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겠네요. 정확한 수치는 모르더라도, 문제 상황 자체는 하나로 고정이 된 것 같습니다.


 더 자세한 풀이는 이 링크(https://orbi.kr/00027168184 )에서 보시고, 지금은 조건 해석에 대한 얘기만 하겠습니다. 어떤 문제에 대한 조건이 주어졌을 때, 주어진 조건들로부터 문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도구들이 필요합니다. 등가속도 운동의 세 가지 공식, 뉴턴 운동 법칙, 운동량 보존 법칙, 일 에너지 정리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도구들이 되겠죠? 이러한 도구들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저번 칼럼에서 언급했던 물리량 간의 관계 파악입니다. 앞서 말한 도구들은 다양한 물리량들의 관계를 함수로 나타낸 식들이고, 그런 관계들을 잘 파악한다면 문제 조건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변위 비에서 가속도 비를 유추한다든지, 알짜힘과 가속도를 비교해 질량 비를 구해낸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죠. 


문제를 많이 풀면서 경험을 쌓으면 주어진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는데, 그런 센스가 생긴다면 조건을 자세히 파악하기도 편해집니다.



이 문제도 손풀이(링크:https://orbi.kr/00027289626 )를 올렸었던 문제입니다. 20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 출제됐었구요.


1. 궤도를 따라 운동 중

2. 수평 구간에서 운동 방향 반대로 힘 작용

3. 수평 구간 길이 조건

4. 수평 구간 지나는 시간 조건

5. 점 q에서 정지


 이게 전부입니다. 조건이 부족해보여서 막막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일과 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문제 상황을 금방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어? 궤도를 따라 내려온 거면 쭉 미끄러져야되는데, 구간 B 끝에서 정지하네? 아, 그럼 중력이 일한 만큼 수평 구간에서 음의 일을 받아야 하겠구나!"라는 느낌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문제 상황 파악을 훨씬 쉽게 할 수 있겠죠. 저런 별 것 아닌 것 같은 조건들(궤도를 따라 미끄러진다든지, 구간 끝에서 정지하는 것)부터 깔끔하게 짚고 넘어가야 물리량의 비율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들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2. 문제 풀이의 목표를 확실히 하기


조건 파악에 대한 얘기는 충분히 한 것 같으니 이제 파악한 조건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문제 풀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대부분 조건 파악부터 꼬인 경우가 많지만, 가끔 조건을 잘 파악했는데도 문제를 못 푸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상황은 파악했는데 구해야 하는 값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한 번은 어떤 친구가 저한테 와서 저 위에 있는 문제(20학년도 6월 문제)를 물어봤습니다. 근데 그 친구한테 한 번 풀어보라고 했더니 상황을 굉장히 잘 풀다가 갑자기 멈추더라구요? 왜 멈췄냐고 물어봤더니, 뭘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니 높이 비만 구하면 되잖아?"라고 말해주니까 그제서야 슥슥 좀 쓰더니 "그러게?" 하고 가더군요;; 이런 증세를 보이던 친구들하고 얘기를 해봤더니 대강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문제 상황을 열과 성을 다해 분석하고 나면 뭘 구해야 했는지 까먹고, 그 상태에서 "뭘 하고 있었지?" 하면서 뇌절을 하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입니다. 이런 케이스가 흔하진 않지만, 만약 자신이 이런 케이스에 해당하는 것 같다면 막히는 순간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문제를 다시 읽어보시면 됩니다. 처음부터 문제를 읽고 뭘 구해야하는지 확인한 다음에 다시 풀이를 하시면 금방 답을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두 번째 케이스는 뭘 구해야하는 지는 아는데 빙빙 돌아가는 경우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하나 들겠습니다.


철수는 유현주 선생님의 국어 수업을 듣고 싶어 대치 오르비로 가려고 합니다. 대치 오르비로 가는 길을 찾으려던 철수에게 친구인 영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치오르비는 '한티역 3번 출구, 서울강남고용노동지청' 정류장 옆에 있고, 그 정류장을 지나는 버스는 333, 340, 420, 461, 2415, 4412야."


철수는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아, 대치 오르비 바로 옆에 버스 정류장이 있구나. 영희가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저 버스 중 하나가 우리 집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머리 속에 담아둔 채로 알아본다면, 철수는 금방 저 버스 중 하나를 골라 타고 유현주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러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철수가 저 말을 듣더니, 버스 번호까지 다 불러준 영희의 노력은 생각도 안 하고 '한티역'이라는 단어에 꽂힌 겁니다. 그러더니 혼자 열심히 조사해서 한티역에는 분당선이 지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집 앞 지하철 역에 가서 지하철을 탄 다음 두 번이나 환승을 해 한티역에 도착했습니다. 어쨋든 국어 수업은 들을 수 있겠지만, 필요치 않은 노력을 추가로 한 셈이 됐네요.


물리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평가원에서 주는 조건은 괜히 그렇게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문제에서 변위를 줬다면 변위를 쓰라는 뜻이, 문제에서 충격량을 줬다면 충격량을 쓰라는 뜻이 숨겨져있는 것이죠. 18학년도 9월 문제를 다시 한 번 보도록 하죠.


보시다시피 이 문제에선 변위를 준 다음 에너지 변화량을 구하라고 했습니다. 일 에너지 정리를 아는 학생이라면 주어진 변위에 적당한 힘(알짜힘 혹은 비보존력)을 곱해 에너지 변화량을 구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 상황을 파악한 후, 문제에서 준 조건이 변위였다는 것은 까맣게 잊은 채 "나는 문제 상황을 파악했으니까 구하고 싶은 건 다 구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을 하면서 속도를 구하려고 한다면 굉장히 돌아가야 할 겁니다. 속도를 미지수로 쓴 다음 운동 에너지 공식을 써서 운동 에너지 값을 구한다면 물론 답이야 구할 수 있겠지만, 시험장에서 이렇게 풀었다간 큰일 나겠죠? 이건 단순한 예시지만, 실제로 이런 곤란을 겪고 있는 친구들이 꽤나 있습니다. 만약 자신이 조건을 잘 파악했는데도 문제 풀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느낌이라면, 조건이 '어떻게' 주어졌는지도 다시 한 번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주어진 모양대로 풀어야 시간이 단축될테니까요.



2-1. 주어진 조건과 구하고자 하는 값의 관계 파악하기


20학년도 6월 문제를 한 번 더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문제 상황을 분석할 때 "중력이 한 일의 총합과 수평구간에서 받은 일의 총합이 같아야 하겠구나!" 라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보도록 하죠. 문제에서 구하라고 한 것은 높이 비인데, 주어진 조건에서 높이에 대한 직접적인 힌트를 주진 않았습니다. 그 대신 수평 구간에 진입하기 전 속도를 구하여 중력이 한 일을 각각 구할 수 있도록 했죠. 공부를 꼼꼼히 한 학생이라면 중력이 한 일은 물체의 높이 변화량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 것이고, 역학적 에너지가 보존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중력이 한 일의 비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운 문제에선 이런 식으로 주어진 조건과 구해야하는 값의 거리가 떨어져있는데, 이 거리를 좁히고 원하는 값을 구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물리량에 관한 함수들과 구하고자 하는 물리량에 관한 함수들이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어려운 문제를 푼 후 복기하는 법


어찌저찌 어려운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런 다음엔 어떻게 해야할까요? 우선 자신의 풀이를 다시 한 번 읽어보셔야합니다. 그런 다음 문제 풀이에 필요하지 않았던 부분을 없애는 작업을 거쳐 자신의 풀이를 최대한 간결하게, 그러면서도 논리적인 맥락은 살아있도록 다듬어줘야겠죠? 만약 문제를 풀 때 확실한 비전이 없이 이것저것 다 하다가 우연히 풀린 경우라면 굉장히 많은 부분을 뒤집어엎어야 할 겁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문제에서 주어진 정보와 여러분이 구한 답 사이의 논리적인 연결고리만 찾아내면 됩니다. 그렇게 쓸데없는 부분들을 쳐낸 다음에 다시 풀어보시고, 이걸 남한테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시면서 풀이과정을 계속 바꿔보시면 됩니다.


가끔 무조건 풀이를 짧게 하는데에만 집착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건 정말 좋지 않습니다. 자신의 풀이가 옆 사람보다 길다고 했을 때 그 이유가 쓸데없이 돌아간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면 고쳐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한두 줄 더 긴 걸 신경쓰면서 괴로워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풀이를 짧게 하려다가 논리적인 비약을 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신경써야합니다. 문제 특성상 여러가지 풀이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 풀더라도 깔끔하게 푼다면 풀이 과정의 길이가 크게 차이나진 않습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14학년도에 출제되고 17학년도에 또 출제되었던 놀이기구 문제입니다. 가속도가 변하는 등가속도 운동이라는 것만 잡고 푼다면 v-t 그래프를 이용하든, 운동에너지를 이용하든, 운동량을 이용하든 간에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자신의 풀이가 더 이상 깔끔해질 수 없을 정도로 간결하고 논리적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 풀이를 더 짧게 하려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추후에 기회가 있다면 더 얘기를 해보고 싶은데, 어려운 문제여도 푸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 경우가 꽤 있습니다. 운동하는 물체가 갖는 물리량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고 또 각각의 물리량들끼리 서로 다양한 관계를 맺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인데, 문제를 풀면서 다른 방식으로도 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위에서 강조했던 조건부터 결론까지의 논리 구조를 지키는 선에서 말이죠.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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