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01-29 12:56:49
조회수 1,666

우리의 생각보다 세상은 참 자유롭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7202596





 저나 여러분이나 대한민국의 교육제도에 종속되어 제도권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왔죠. 그런데 우리가 경험하고 본 세계보다 이 세상은 훨씬 더 자유롭고 다양합니다.




 제가 여태 고등학생때부터 글을 수도 없이 다양하게 써왔습니다. 독후감상문, 논설문, 영자신문, 에세이대회, 논술대회, 보고서, 논문 등등.




 아마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여러분도 자주 보았을 교육청과 관련된 '공문'이 교실에 걸려있는 것입니다. 뭔가 이번에 대회를 연다던지, 학교 구성원이 참가할 수 있는 큰 규모의 행사를 한다던지, 메르스나 신종플루 같은 전염병이 돌면 관련 문제에 대한 안내를 해주죠.






(예시로 하나 가져와본 공문.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학교로 참 공문을 많이 내려보내더군요

https://www.fmnation.net/football_k/30612899  )







 저는 예전부터 이런 공문들을 보면서 항상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공적인 영역에서 쓰이고 전달되는 문서들이니까, 아주 칼같으면서도 확실한 양식이 존재하겠지? 완벽하게 정해진 규정대로 저 문서를 작성하는거겠지?"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습니다.




 근데요 ㅋㅋ 사실 저런 공문들이 뭔가 확실한 양식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최소한 어떤 항목은 존재해야 한다는 최소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있겠지만, 딱 저 형태로만 공문이 정립된 것이 아닙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다양한 공적 기관이나 공공업무가 존재하고, 각 기관마다 서로 다른 양식의 공문을 사용합니다. 물론 같은 기관에서 쓰더라도 공문이 완벽히 형식이 정해져서 마치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뽑히는게 아닙니다.




 결국 저 공문이라는 것도 사람들이 작성하고, 보는 입장에서 이해나 처리에 큰 문제가 없는 한 괜찮습니다.










 제 과학 선생님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선생님이 처음 대학원생이 되어 실험을 기획하는데, 실험 자재나 설비를 사용하고 구매하는데에 대한 영수증 공문이 필요했답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처음으로 그런 공문을 작성해보는거니까, 마치 제가 생각했던대로 뭔가 정해진 양식이 존재할꺼라고 생각하셨답니다.




 그래서 선배들한테 물어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적당히 알아서 문서 만들면 됨"이였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그냥 임의대로 여러가지 설명과 사진, 발행인에 대한 정보를 적고 임의로 사각형 도형을 만들어서 도장찍는 란까지 만들었답니다.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공문을 만들어서 보냈더니, 정말 거기에 적당히 만들어둔 도장란에 도장을 찍어서 확인해주고 다시 결제해서 보내줬답니다.







(나중에 여러분이 사업을 한다던지 실험 계획을 하면 공문을 작성하고 결제를 받아서 증거를 남겨둬야 합니다. 근데 이 공문이라는 것도 그냥 사람들이 적당히 만드는 것 뿐입니다. 뭔가 아주 과학적이고 확실한 규정이 존재하는건 아니에요

http://www.voice4animals.org/new/?mid=board&page=37&document_srl=21051 )








 저는 지금은 수능 국어에 관한 책을 집필한다는 이유로 수험생을 위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얼마든지 다른 어른이나 직장인들을 위한 글로 대상을 바꿀 수도 있고, 평소 쓰던 방식과는 달리 주제문을 맨 앞에 둔다던지 여러가지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작성하는 문서, 글도 정말 다양한 유형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일기장을 쓸 수도 있고, 독후감상문을 쓸 수도 있고, 논문을 쓸 수도 있죠.(물론 논문은 정해진 형식을 지켜야하나 마찬가지로 연구자에 따라 조금씩 방식과 틀이 바뀝니다)




 하물며 우리가 이렇게 쉽게 쓰는 글도 이렇게나 자유로운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얼마나 자유롭고 다양하겠습니까? 제가 여태 수험생을 위한 글에만 초점이 맞춰져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제가 과거에 쓴 일기나 논문을 다시 보니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글도 누가 쓰냐에 따라서, 언제 쓰냐에 따라, 무엇을 위하냐에 따라서 여러가지로 바뀔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금 하는 공부 말고도 이 세상에서는 할 수 있는 것들이 참으로 다양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의 짧은 식견과 경험만을 토대로 세상을 좁혀 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0 XDK (+500)

  1. 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