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2겁나빡쳐개싫어 [947447] · MS 2020 · 쪽지

2020-01-27 0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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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시의 오해에 대하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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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7136247 미국 입시의 오해에 대하여(1)


이어서 씁니다


그래서 왜 한국으로 빤스런 했다고? -> 간단히 쓴다고 했는데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저는 미국에서 운이 좋게도 꽤 좋은 대학에 입학을 하였습니다. 저는 고등학생때 까지만 해도 굉장히 야망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버드를 꿈꿔왔었고 하버드 불합격 통지를 받았을때는 아... 하버드 못가는구나.. 나 하버드 못가네..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근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야망에 걸맞는 능력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때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소심한 성격탓에 하버드에 합격할 정도의 삐까번쩍한 스펙은 없었거든요. 나는 수시가 싫어... 인싸한테 너무 유리하거든... ㅜㅜ 아무튼 그러다보니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하버드는 완전히 잊혀지더라고요. 반전이죠? 네 근데 그렇게 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있는데 하버드 불합격 했을때랑 비슷한 감정이 느껴지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학교 전공 필수 과목을 1학년 1학기때부터 듣는데 그 수업 중간고사 주제가 "주어진 가상 국가의 상황에 대한 논평을 써라" 였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얼마 후에 조교님께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두개의 에세이를 온라인에 올려주셨고, 그 에세이를 읽은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 에세이와 너무 비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시험 당일에 주어진 시간은 75분이었는데 제가 75시간을 들여서 에세이를 쓴다고 해도 그런 퀄리티는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 과에는 고등학생때부터 월스트리트저널에 사설을 싣는 친구도 있었고 그 친구는 로즈 장학금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런 학업과 관련된 부분 외에도, 학기 첫날 moving day (전교생이 방학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날) 때 제 옆집 백인 여자애가 자기 룸메를 본인의 어머니께 소개하면서 "Her dad is running for New York mayor" 이라고 하는걸 들었습니다. 그때 나왔던 그 어머니의 반응 (매우 자연스럽게 놀랍다는 감정과 축하한다는 감정을 뒤섞으며 악수를 건내던 그 반응..)등을 보면서 아.. 나는 여기서 아무리 발악을 해봤자 미국 주류에는 못 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발악해봤자 하버드에 가지 못하는 것처럼..


아무튼 그래서 미국이 싫어졌습니다. 평생 아무리 발악을 해도 주류에는 들지 못하고 매순간 비주류, 2인자 등으로 살아가게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이건 제가 백인이 아니라서가 아니고 제 능력이 부족하고 제 소심한 성격 때문입니다. 미국에는 정말 갖은 노력을 하여 본인의 능력을 백번 발휘하며 멋지게 사는 수많은 소수인종들이 있답니다.. 


그래서 한국에 오게 되었고 커뮤니티에 너무 깊게 빠지게 되면 공부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이게 제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짧은 질문글은 올라오겠지만) 혹시라도 제가 또 한번 긴 글을 쓰며 주저리 주저리 되면 댓글로 공부는 안하냐고 따끔히 혼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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