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라마바사아자! [863643] · MS 2018 · 쪽지

2019-12-11 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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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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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입시가 끝나고 재수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1시간반정도 걸리는 노량진의 모 학원에 가게 되었고, 초반에 많이 울면서 공부했습니다. 아침도 아닌 새벽5시반에 일어나 여섯시에 지하철 타고 밤에는 집에오면 12시가 다되었습니다. 그래도 힘들때마다 상담가고 제 실력을 인정하고 차근차근 뭔가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슬럼프도 많이 왔고 규칙이 엄격하다보니 대화할 상대도, 같이 밥을 먹을 상대도, 속깊은 얘기를 나눌 상대도 없었습니다. 친구들은 일년동안 만나지 않기로 다짐했고요... 그래도 버텨라 버텨라 얘기 들으며 내 옆자리 애도 나와 같은 심정이겠구나 하면서 공부했습니다. 진짜 내 생이 마지막이구나 하고 공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역때보다는 많이 올랐습니다. 각각 2개씩 올랐으니까요. 지거국  중하위 갈정도가 되었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은 저에겐 지거국도 감사했죠. 


문제는 부모님의 반대였습니다. 지거국을 가게되면 처음에는 기숙사에 들어가겠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확률이 적어지고 결국에는 자취를 해야할텐데 그건 절대 안된다고 반대하셨습니다. 그 해 겨울에도 역시나 말싸움으로 번졌고요, 꾸역꾸역 정시 원서를 냈고, 합격했고, 장학금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등록금 마지막날까지도 결정을 못했고 제 기억에 아마 일주일정도 매일 울며 방에서 안나왔던거같습니다. 왜 제 인생은 이렇게 어둡기만 한가... 싶었죠. 결국 등록금은 넣지 않았고 삼수를 결심했습니다. 공책에 이대로 진학과 삼수의 장단점을 차례대로 적으며 고심한 결과였습니다.


삼수는 개념도 어느정도 잡혔겠다. 경험해보니 N수는 무조건 집가까운게 최고다 싶었습니다. 도서관을 다니며 인강을 들었고 중후반부터는 집에서 하게되었습니다. 문제집들도 몇회독씩하면서 책이 너덜거릴때까지 봤고 6,9평때는 근처 학원에서 시험도 봤습니다. 올해는 그렇게 운수도 좋고 꿈자리도 좋더라고요. 수능 직전이 되어서는 갑자기 불안하고 서러워져 하루종일 울었습니다. 차라리 우니까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수능날 수면바지를 입고 한손엔 도시락 한손엔 방석과 가방을 들고 쭐레쭐레 시험을 보러갔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나니까 친구들의 이제 곧 보자와 같은 문자들이 왔었고 수고했다 등등의 말들이 보였습니다. 시험 결과가 어떻든 저는 마냥 좋았습니다. 이제 진짜 끝이구나... 정말 고생했다... 삼년이나 입시를 버텨내다니 대단해... 스스로에게 제일 먼 저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수능을 마치고 영어만 가채점을 써왔는데 듣기 마지막 하나를 틀려 등급이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논술에는 지장이 없겠구나 싶어 논술준비를 하고 그 주부터 열심히 논술을 보러 다녔습니다.


12월 9일. 조기발표 하나가 났습니다. 광탈이었습니다.

그냥 슬펐습니다. 그래도 내일 붙겠지...


12월 10일. 시간이 가는대로 차례차례 하나씩 발표가 났습니다. 6광탈이었습니다.


정말...

진짜 세상이 나를 버린건가... 진짜 현실 맞구나...

거실에서는 엄마아빠의 한숨소리...

계속 울려오는 친구들의 전화...

이대로는 작년과 다를바없는데 일년이나 더 낭비했다니 제 스스로가 너무 밉고 그냥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진짜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작년에는 부정적인 생각, 극단적인 생각 진짜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냥... 아무생각도 안납니다...

그냥 어떡하지... 이렇습니다...

다시할까... 기출 그거 다시 보기도 싫은데...

그냥 작년 붙은데 거기 다시 써서 갈까...

삼수생이면 나이도 많은데 고립되어 지내야되는건 아닐까...

내가 꿈꿔온 20살 21살 다 어떻게 된거지...

머리가 너무 아프다...

대학 가지 말까...

전문대갈까...

그냥 죽을까...


진짜 믿을수있는 친구 두명 단톡에 얘기했더니 미래는 모른다... 누구는 전문대나왔는데 떵떵거리며 살더라... 누구는 명문대 나왔는데 이렇더라...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빈속에 매운거 왕창 먹고 멈추지 않는 만원 지하철을 탄거같습니다...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정말 얼굴도 모르는 타인의 조언을 듣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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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fin · 885781 · 19/12/11 16:14 · MS 2019

    무겁네요 제가 조언을 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만큼 무겁고 어렵습니다. 그래도 한마디만 붙이자면, 일단 대학에 가보는게 어떨까요 지금 아무것도 하고싶은게 없다면 일단 대학에 가보는 겁니다 . 그 이후 글쓴이분 열정이 닿는대로 뭐든 해보는 겁니다 모든 열정이 식을때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