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류어드 [304134] · MS 2009 · 쪽지

2019-12-11 12:44:38
조회수 457

정시와 수시 논란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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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즌은 충분히 이런 떡밥이 돌만 하긴 하죠.


저도 그 어느 누구보다도 이 떡밥을 생각하며


수시가 지나치게 많고 수시가 무슨 'Zeitgeist'인 마냥 미화되는 현실을 극도로 혐오했죠.


수시는 무슨 헛점이 있어도 세상이 실드를 쳐주고,


정시는 수시에 비해 헛점이 적지만 세상이 쓰레기로 매도하는 걸 보며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분노할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서울대에 합격하고 나서 정시 확대 운동에 뛰어들어 1년간 열정적으로 활동하기도 했죠.


그 전에도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2달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논란이라는 떡밥 하나에


20년간 진행된 일방적 흐름이 잘못되었다고 이제야 인지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에


한숨까지 나오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왜 이런 문제가 계속되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할만한 방법은 없는지


그렇게 오래 고민을 해 봤지만, 나온 결론은 제 능력의 한계 때문인지는 몰라도


절망적이었습니다.


'입시'라는 것 자체가 결국 자신이 만든 판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판 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결국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생존에 문제가 올 정도로 들고일어나지 않는 이상


해결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이상, 입시 관련 기득권을 쥔 사람들의 의도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보다 더 능력이 뛰어난 사람 가운데, 그런 많은 국민들을 들고 일어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저는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세상에 기여했다는 정도로 생각하렵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능력이 안되는데 바꾸려 들면 


사람이 괴물이 되도록 이 세상은 '설계'되어 있더라고요.


'먹고사니즘'이라는 목줄은 초인적인 영웅이 아닌 이상 결국 사람을 타락하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에 의해 '괴물'로 낙인찍힌 이들이 바보인 것도 아니고, 악인 또한 아닙니다.


그런식으로 따진다면 정말 할 수 있는 말이 많아질 겁니다.


세상을 바꾸려 하는 모든 시도가 철없는 행동이고, 


괴물이 되는 길이기 때문에 해선 안될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이래서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정치를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나봐요.


자신의 뜻을 세상에 반영시키는 일을 하면서 '괴물'이 아닌 '정치인'이라는 그럴 듯한 직함을 지니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정시, 수시 문제는 '설계자'로서 자신이 만든 판이 아닌


'이미 설계된' 남들이 만든 입시판 하에서 플레이어로 참여하는 이상


이 문제에 지나치게 고민하면 결국 '괴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괴물'이 된 사람을 함부로 비하하거나 무시하거나 


악인으로 매도하진 마세요.


그 사람은 다만 입시판에 서야 하는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했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근거 있는 불만 하에


세상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크든 적든 있는 사람들입니다.


오르비에서 이런 불만을 표출할 정도면 정말 인생을 걸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이 판 하에서 뛰어온 사람입니다.


다만, 그분들에게 조언을 드리고 싶다면,


능력이 매우 뛰어난 분이라면 이 판을 바꿀 수 있는 지도자가 되시고,


그렇지 않다면 남이 '설계'한 판이 아닌 자신이 판을 '설계'해 봐요.


지금과 같은 입시판을 만든 이들도 '개개인'만 떼어 놓고 본다면, 


그렇게 '넘사벽'인 사람만 있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시절과 상황을 잘 만났을 뿐이지, 


아니었으면 더 지독한 '괴물'이 되었을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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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u2+ · 861291 · 19/12/11 12:47 · MS 2018

    바꿀 수 없는 것을 능력이 안되는데 바꾸려 들면

    사람이 괴물이 되도록 이 세상은 '설계'되어 있더라고요.

  • 엘류어드 · 304134 · 19/12/11 12:49 · MS 2009

    설계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비웃으면서
    자신이 설계한 판 하에서 이전투구하는 플레이어들을 지켜보겠죠.

  • Cu2+ · 861291 · 19/12/11 12:49 · MS 2018

    님 근데 글이 모아보기에 안나와여 ㅠㅠ er a 때문인듯

  • 엘류어드 · 304134 · 19/12/11 12:50 · MS 2009

    음 이상하네요 ㅠㅠ
  • Cu2+ · 861291 · 19/12/11 12:50 · MS 2018

    회원에 의해 삭제된 글입니다.

  • 성대 20학번 · 862221 · 19/12/11 13:43 · MS 2018

    ㅠㅠㅠ근데 입시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저같은 현 고등학생들을 보면 피해자가 너무 많은거 같아요..

  • 성대 20학번 · 862221 · 19/12/11 13:43 · MS 2018

    다수를 위해서 소수가 피해를 봐야한다지만 이게 몇년동안 계속된다는건 저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ㅠ

  • 엘류어드 · 304134 · 19/12/11 13:50 · MS 2009

    제도 설계자들에겐 그 제도가 전부인 사람들도 있겠죠. 결국 누가 괴물이 될지 결정하는건 정치의 영역이죠. 그 사람이 진짜 괴물이어서가 아니라 말이죠.

  • 성대 20학번 · 862221 · 19/12/11 13:52 · MS 2018

    권리가 계속되면 지네가 우월하다고 안다던데 몇몇 수시생들은 대학교에서 발표한 수시생들이 학점이 더 높았다 이런거 가져와서 수시가 정시보다 우웡하다니 이런 개소리하는거보면 참 ..

  • 엘류어드 · 304134 · 19/12/11 14:05 · MS 2009

    대학교 입학처들에서도 결론을 정해놓고(수시 확대가 정당하다.), 그 결론에 가장 그럴듯하게 들어 맞는 학점 자료를 유독 강조하는거죠. 예전에는 '지방, 경제력' 같은 키워드를 강조하다가 수시 확대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하고 국장 수혜율은 낮으니까 슬그머니 거둬드리는 모양새는 합리적이지 않으나 정치 논리로 보면 이해가 쉽죠.
    그리고 대학교 학점자료 들고와서 수시 옹호를 절대시하는 이들은 사실 학문할 자격도 없죠.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극장의 우상에 빠진 이들이 우수인재라는건 지나가던 개도 웃을 소립니다. 그냥 이런 측면이 있다 정도로 끝내야지 '학점 우수->수시가 우수' 밀어붙이는건 의도가 있다면 사악한거고 의도가 없다면 멍청한겁니다.

  • 서릐서릐 · 877676 · 19/12/11 14:57 · MS 2019

    괴물이 되어야 세상을 변화시키죠
    온순하게만 살려 하니 세상이 계속 그 모양 아닐까요

  • 엘류어드 · 304134 · 19/12/11 15:04 · MS 2009

    당장 괴물 관련해서 니체의 괴물 관련 어구가 심심하면 쓰이면서 괴물이 되는걸 경계해야 '지식인' 소리 듣지 않던가요? 괴물이 되면 말그대로 '괴물'취급 받고 도태당하도록 만들죠.

  • 서민출신서울공대생 · 782199 · 19/12/11 23:15 · MS 2017

    침 당연한 사실을 인정받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아직도 일부 틀딱들은 정시가 주입식 교육이라면서 그 빌어먹을 창의력이네 인성 거리면서 수시 얘기를 꺼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수시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모순 덩어리라는 수 많은 반례들을 애써 무시하면서 말이죠.
    철저히 누군가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설계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내 일 아니라고 자신과 정치적 스탠스가 같다고 이에 동조해 준 사람들이 매우 역겹습니다.

  • 엘류어드 · 304134 · 19/12/12 08:31 · MS 2009

    먹고 사는 문제는 인간을 추하게 만듭니다.
    사회의 더러운 면을 학생 시절부터 깨닫게 만드는 것이 이 제도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