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kkia [332350] · MS 2010 (수정됨) · 쪽지

2019-12-07 14:55:55
조회수 1,837

아까 엄마가 가스레인지 몇시에 끄라고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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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가면이 있다.

가면? 정확하게 말하면 사회 속 역할이라는게 있다.

친구로서의 역할, 가족중 아들로서의 역할, 남동생으로서의 역할, 온라인 속 닉네임으로서의 역할

일반인이 이 모든 것을 일치하게 살아가며 깔끔한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정확히 일치한다면 그건 역할 즉,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본연의 모습으로 밀고가는 것이다.

그런 사람 몇이나 되겠는가?

그리고 그런 모습이 과연 긍정적인 것일까?


결국 본연의 모습과 사회 속 역할의 선택이다.

내 본연의 모습을 굳이 무한정 발산할 필요는 없지만, 있다는 것 만큼은 끝까지 인식하고 있는 것.

최소한 역할을 선택하는 것이라든가, 내 길로를 정할 떄만큼은 

다른 무엇(본인이 원한 충고,조언 제외)도 아닌 내 선택만으로, '나'를 바탕으로 믿고 가보는 것.

사회 속의 내 모습과는 별개로, 나라는 존재가 어쨌든 나라는 것 만큼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역할이 다양하고 깊어질수록, 본연의 모습은 희미해지고, 희미해진 나는 결국 검은색이 되어버린다.

내 진짜 마음과 감정과 느낌 그리고 경험이 옅어지고 대중이라는 단어로 섞여버린다.

검은색 무지개는 더이상 무지개가 아니다.


방금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싶어 - 가을방학'의 노래를 새로 산 헤드폰으로 듣고있었다.

헤드폰으로 노래듣다가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 처럼 느껴지는 노래가 있는데 이게 그렇더라.

가사부터 멜로디하며 모든게 그렇더라.

눈물이 그렁그렁까지는 아니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들면서 흠뻑 빠져들어있었다.

그때 거실에서 들려오는 아부지의 목소리

"아까 엄마가 가스레인지 몇시에 끄라고 했냐" 이 한마디에 내 감정은 촛불처럼 사라져버렸다.


아..... 맞다.

아빠가 있었지?

난 결국 이 집에선 아부지의 아들이라는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난 아부지를 사랑하지만 아부지의 아들로 남기엔 보여줄 색깔이 너무 많다.


다시 또 나만의 세계로 갈 시간이 왔나보다.


그래서 님들 서울 자취 어디서 하는게 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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