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하게 [767310] · MS 2017 · 쪽지

2019-12-02 12:35:49
조회수 214

효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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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孝道)에 /  마광수 

어머니, 전 효도라는 말이 싫어요 
제가 태어나고 싶어서 나왔나요? 어머니가 
저를 낳으시고 싶어서 낳으셨나요? 
또 기르시고 싶어서 기르셨나요? 
`낳아주신 은혜' `길러주신 은혜' 
이런 이야기를 전 듣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와 전 어쩌다가 만나게 된 거지요. 
그저 무슨 인연으로, 이상한 관계에서 
우린 함께 살게 된 거지요. 이건 
제가 어머니를 싫어한다는 말이 아니예요. 
제 생을 저주하여 당신에게 핑계대겠다는 말이 아니예요. 
전 재미있게도, 또 슬프게도 살 수 있어요 
다만 제 스스로의 운명으로 하여, 제 목숨 때문으로 하여 
전 죽을 수도, 살 수도 있어요. 
전 당신에게 빚은 없어요 은혜도 없어요. 
우린 서로가 어쩌다 얽혀 들어간 사이일 뿐, 
한쪽이 한쪽을 얽은 건 아니니까요. 
아, 어머니, 섭섭히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난 널 기르느라 이렇게 늙었다, 고생했다' 
이런 말씀일랑 말아주세요. 
어차피 저도 또 늙어 자식을 낳아 
서로가 서로에 얽혀 살아가게 마련일테니까요 
그러나 어머니, 전 어머니를 사랑해요. 
모든 동정으로, 연민으로 
이 세상 모든 살아가는 생명들에 대한 애정으로 
진정 어머닐 사랑해요, 사랑해요. 
어차피 우린 
참 야릇한 인연으로 만났잖아요?

rare-통 속의 오르비언 rare-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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