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 [720698]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9-10-29 1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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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탐은 '개념'과 '판단'이다. (수능보고나서시험장나오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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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사탐은 '개념'과 '판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개념') 공부를 할 때에는 '개념'을 공부하고, (시험장에서) '문제'를 풀 때에는 이 선택지가 답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해 보입니다.


앞 문장의 뒷 부분에 주목해봅시다.

문제를 풀 때, 특히 선택지를 '판단'할 때에는 '판단'을 해야 합니다.

전제를 드러내자면, 문제를 풀 때 선택지는 '판단'의 대상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서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문제를 풀 때에는 선택지가 ('개념') 공부의 대상, 즉 요리보고 조리보고 쓰다듬어보면서 구석구석 안 훑어본 곳 없이 느껴 볼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시험장에서의 선택지는 그냥 맞으면 O, 틀리면 X. 그게 끝입니다.

시험장에서는 문제의 요구에 맞게 맞는 것 또는 틀린 것들의 손만 잡아주면 뭐 더 할 일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단정적으로 전제해서 죄송하지만,

시험장에서 문제를 풀 때, 혹은 애초에 집이나 학원에서 공부를 하며 문제를 풀 때, '판단'을 하려고 들지 않으시는, 내지는 '판단'을 잘 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선택지를 읽는다. => 헷갈리는 부분이 생긴다. => 내가 알고 있던 지식 몇 개가 생각난다. => 더 헷갈린다. => 초조해진다. => '조상님과 세계의 10대 신들, 그리고 저의 사탐 강사님'이시여ㅠㅠ 저 이거 틀리면 2(3)등급입니다ㅠㅠ (대충 눈물겨운 자신의 사연 몇 줄 추가ㅠㅠ) 부디 저를 굽어살피시옵소서!!! => 찍맞 or 틀림'


위와 같은 프로세스를 경험하게 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저도 종종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어쩌면 아직도? ㅋㅋ


그렇다면, 초조함이 뿜뿜하는 수능장에서, 위와 같은 프로세스를 경험하지 않고, 즉, '운'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자신있게 '실력껏' 사탐 5050을 직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하나의 간단한 정답이 있습니다. 저 프로세스를 깨면 되겠죠.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으신 분들에게 반농담반진담을 하나 바치자면, loop를 깨기 위해서는 break를 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잖아요..)


그렇다면 저 프로세스를 어떻게 깰 수 있을까요?

여기에도 간단한 정답이 하나 있습니다. 나의 사고(thinking => judgment)가 프로세스를 타고 끝까지 흐르지 못하도록 프로세스의 일부에 개입하여 프로세스의 화살표들 중 하나를 없애버리면 되겠죠.


이제 여기에서부터는, 과목의 영역, 즉 '사탐이 어떠한 과목이니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한다'의 영역이 아니라, 철저히 개인의 영역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여, 그 약점과 위의 프로세스를 번갈아가며 생각해보면서, 약점 보완 방안을 스스로 마련해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말이 길어지네요.. 그렇지만 어찌되었든 다시,)


물론, 요즘 사탐 인강이 잘 되어 있으니, 인강을 듣는 방식으로도 선택지 판단 능력을 훈련하여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이건 사족이지만, 오르비 생윤사 인강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것이 약간 아쉽기도 하면서, 제 점수를 다른 학생들이 점수를 올리는 속도에 비해 빠르게 올리기에는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시험장에서는 혼자서 고독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이 선택지가 나의 대학 이름을 좌우한다, 나의 몇 년을 평가한다 등등 온갖 종류의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압박감을, 히터가 데운 교실의 답답하고 숨막히는 공기를 매개로 온몸 가득 느끼며, 나를 응원해주었거나 시기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치고 있음을 느끼며, 내가 가장 열심히 공부했거나 가장 나태했던 순간들이 떠오름을 느끼며,


고독하게 의자 위의 엉덩이와, 교실의 공기와는 달리 차가운 기운이 돌면서 허얘진 피부가 퍼런 혈관과 따로 놀고 있는 것만 같은 손에 쥐고 있는 수능 샤프 내지는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이 모든 무게감을 견뎌내며 '이 망할 선택지가 그래서 맞냐, 틀리냐'를 과감하게 '판단' 해내야만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남은 기간 동안은 그 순간에 대비합시다.

오직 자신만의 힘으로 판단력을 날카롭게 유지함과 동시에,

어떤 순간에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예행 연습을 반복합시다.


그리하여 수능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교실 창문의 커텐이 이미 검게 물들기 시작한 것을 확인하고 난 뒤에, 휴대폰을 받고 아직 떨림이 완전히 가시지도 않은 상태로 도시락 통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수많은 부모님들이 기다리고 계시는 교문 앞으로, 어느새 너머로 발자국을 찍어대며, 결과에 관계없이 나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험을 수능날의 기억으로 남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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