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수능이 끝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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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하늘의 화염 실밥이 모조리 풀리는 겨울이 찾아왔다.
이 겨울 틈 사이로 지나는 바람에, 수능 동전을 던지기만 하면올해 ‘나’라는 현존재가 달려왔던 하나의 ‘여행’은 끝을 맺는다.
시원하고, 섭섭하며, 기쁘면서 슬플 것이다.
재수를 다 끝마친, 1월의 겨울날, 나는 내 스스로에게 주문했다.
‘이 지겨운 안주와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겨울 바람을 쐐야 한다고.’
입시 배치표로 결정 지어진 나의 지원 가능 대학을 볼 때,
입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오는 여러 성적들을 볼 때,
합격 예측 사이트에서 몸을 떨며 새벽에 표본 분석을 할 때,
그 주문은 가차없이 내 가슴으로 꽂혀버렸다.
밖으로 나가야 함은 알지만, 밖은 온통 외롭고 추운 눈들 뿐이어서 함부로 그 주문을 이행할 수는 없었다. 동상에 걸려도 좋다는
각오가 들 때야 비로소, 안주와 권태의 혐오가 아주 깊어질 때야비로소, 성적과 입시 배치표가 최종적으로 내 ‘입시’의 인생의 주인이 됐음을 실감할 때야 비로소, 나는 밖을 나갈 수 있었다.
실패한 자는 가차없이 버려졌고, 의 ‘말테’처럼
내 자신에게 ‘공감’이라는 촛불을 던지는 이는 없었다. 동질감을느껴준 이는 없었고, 그저 나는 ‘실패한 자’ 중 한 명이 되었다.
이번 여행이 끝난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성공과 실패가 적혀있는, 하지만 확률은 서로 1/2 정도에 공평히 수렴하는 동전 던지기를 한다는 것이며, 그 동전의 방향성에 따라 내 상태가 정해진다는 것일 게다. 성공을 던졌다면, 이 세계로 부터 버림 받지 않을 것이요, 실패를 던졌다면, 다시금 이 세계의 안주와 권태의 혐오 감옥 속에 빠지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성공’을 던졌다 해서 그 감옥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 이 세계에 버림받지 않겠지만, 나는 아마도 또 다시 권태와 안주의 감옥 속에 주체적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수능은 내가 원해서 친 시험이 아닌 까닭이요,
그것이 나의 권태와 혐오를 당장 해결하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말미암아 나는 다시 권태와 안주의 감옥 속에서 불행하게 행복을 생각할 것이다. 단, 성공을 던졌다면, 성공의 동전을 가지게 된다면, 그 불행의 정도가 약간은 해소될 뿐이다.
이것이, 이번 여행이 끝남에 따라서
시원하고 섭섭하며, 기쁘면서 슬픈 이유이다.
안주와 권태는, 처음엔 시원함과 기쁨을 가져다주지만, 훗날엔 그 둘을 내게서 박탈함과 동시에 섭섭함과 슬픔을 주입시킨다.
그 혐오 감정을 막아내기 위해, 삼수 생활을 거쳐오면서
여러가지 세계들을 만나려 애썼고, 그 안에서 자유로이 여행해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때론, 그것이 ‘이인화’ 였고, ‘이명준’이었으며, ‘존 롤즈’였고, ‘마르틴 하이데거’였으며, ‘윤동주’ 였다.
나에게 앞으로 닥쳐올 안주와 권태의 ‘혐오’를 막아내기 위해,
다시금 비극의 주문을 내 스스로가 내게 명령하지 못하도록,
내게는 ‘성찰’과 ‘공감’이 필요했었다.
그 두 개의 가치를 내 옆에 둠으로써
훗날에 조금이나마 나 자신에게 올 혐오증을 지혜로이
대처할 수 있게끔, 그리하여, 새로운 섬광으로 건너갈 때에,
조금은 더 아름다운 잔상들을 가지고 갈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
이제, 동전 던지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전히, 운명은 나의 편이리라 믿고 이 동전을 던질 준비를 하지만, 얼마든지 그는 나를 져버린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과거를 기록한다.
이 끝나가는 섬광에서 내가 찾은 잔상들이,
부디 아름다웠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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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4번!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