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수능이 끝나면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5020684
어느덧 하늘의 화염 실밥이 모조리 풀리는 겨울이 찾아왔다.
이 겨울 틈 사이로 지나는 바람에, 수능 동전을 던지기만 하면올해 ‘나’라는 현존재가 달려왔던 하나의 ‘여행’은 끝을 맺는다.
시원하고, 섭섭하며, 기쁘면서 슬플 것이다.
재수를 다 끝마친, 1월의 겨울날, 나는 내 스스로에게 주문했다.
‘이 지겨운 안주와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겨울 바람을 쐐야 한다고.’
입시 배치표로 결정 지어진 나의 지원 가능 대학을 볼 때,
입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오는 여러 성적들을 볼 때,
합격 예측 사이트에서 몸을 떨며 새벽에 표본 분석을 할 때,
그 주문은 가차없이 내 가슴으로 꽂혀버렸다.
밖으로 나가야 함은 알지만, 밖은 온통 외롭고 추운 눈들 뿐이어서 함부로 그 주문을 이행할 수는 없었다. 동상에 걸려도 좋다는
각오가 들 때야 비로소, 안주와 권태의 혐오가 아주 깊어질 때야비로소, 성적과 입시 배치표가 최종적으로 내 ‘입시’의 인생의 주인이 됐음을 실감할 때야 비로소, 나는 밖을 나갈 수 있었다.
실패한 자는 가차없이 버려졌고, 의 ‘말테’처럼
내 자신에게 ‘공감’이라는 촛불을 던지는 이는 없었다. 동질감을느껴준 이는 없었고, 그저 나는 ‘실패한 자’ 중 한 명이 되었다.
이번 여행이 끝난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성공과 실패가 적혀있는, 하지만 확률은 서로 1/2 정도에 공평히 수렴하는 동전 던지기를 한다는 것이며, 그 동전의 방향성에 따라 내 상태가 정해진다는 것일 게다. 성공을 던졌다면, 이 세계로 부터 버림 받지 않을 것이요, 실패를 던졌다면, 다시금 이 세계의 안주와 권태의 혐오 감옥 속에 빠지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성공’을 던졌다 해서 그 감옥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 이 세계에 버림받지 않겠지만, 나는 아마도 또 다시 권태와 안주의 감옥 속에 주체적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수능은 내가 원해서 친 시험이 아닌 까닭이요,
그것이 나의 권태와 혐오를 당장 해결하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말미암아 나는 다시 권태와 안주의 감옥 속에서 불행하게 행복을 생각할 것이다. 단, 성공을 던졌다면, 성공의 동전을 가지게 된다면, 그 불행의 정도가 약간은 해소될 뿐이다.
이것이, 이번 여행이 끝남에 따라서
시원하고 섭섭하며, 기쁘면서 슬픈 이유이다.
안주와 권태는, 처음엔 시원함과 기쁨을 가져다주지만, 훗날엔 그 둘을 내게서 박탈함과 동시에 섭섭함과 슬픔을 주입시킨다.
그 혐오 감정을 막아내기 위해, 삼수 생활을 거쳐오면서
여러가지 세계들을 만나려 애썼고, 그 안에서 자유로이 여행해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때론, 그것이 ‘이인화’ 였고, ‘이명준’이었으며, ‘존 롤즈’였고, ‘마르틴 하이데거’였으며, ‘윤동주’ 였다.
나에게 앞으로 닥쳐올 안주와 권태의 ‘혐오’를 막아내기 위해,
다시금 비극의 주문을 내 스스로가 내게 명령하지 못하도록,
내게는 ‘성찰’과 ‘공감’이 필요했었다.
그 두 개의 가치를 내 옆에 둠으로써
훗날에 조금이나마 나 자신에게 올 혐오증을 지혜로이
대처할 수 있게끔, 그리하여, 새로운 섬광으로 건너갈 때에,
조금은 더 아름다운 잔상들을 가지고 갈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
이제, 동전 던지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전히, 운명은 나의 편이리라 믿고 이 동전을 던질 준비를 하지만, 얼마든지 그는 나를 져버린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과거를 기록한다.
이 끝나가는 섬광에서 내가 찾은 잔상들이,
부디 아름다웠기를 바라며.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
-
오늘 직접 눈치 한 번 받았으니 클린하게 살도록 좀 해보던가 해야지.
-
귀가 완료 2
술이 나를 마셨어요
-
수특도거의다풀어가요
-
작년 92 100 93입니다. 기하 선택이고 기출 회독할려고하는데 수학 기출 추천해주실수 있나요?
-
왜 죄다 답지가 안보이는거임?
-
저는 작수 언매 3등급 표점 119점 맞은 재수생입니다... 오늘 국일만의...
-
도쿄 가보신분들아 12
도쿄 건물들 실제로 보면 와 선진국은 다르네 생각이드나요 걍 서울 시즌2 같나요?...
-
국어 3모 0
독서 1번포함 2개틀 문핫 1개틀 언매 7개(3개는 시간부족 언매 마지막 세문제...
-
좀있다 국대축구 6
인도네시아랑 u-23 아시안컵 8강 2시 30분 지면 파리올림픽 출전 불가 같이 봐요
-
마지막 문장 해석만 도와주심 감사합니다 제 해석로는 ‘(x-9)/(x+2)가 실수...
-
광화문첨와봄 5
높은 빌딩사이 넓은 차도에 차는 몇대 없고 도로한복판에서서 소실점을 바라보는게...
-
나도 시험 끝났으니 슈냥방송볼래
-
억울해...
-
사탐런 0
안녕하세요… 작년에 최저를 국어 영어로 맞추고 탐구는 버렸어서 작수 과탐 생지가 6...
-
대학을 옮긴 다음에 쓰는게 맞는듯
-
흠
-
언어(국영) 과목은 10
무지성양치기로는 실력 절대 안오름
-
금요일 새벽에 리젠이 제일 없다
-
통계 단원 특 1
대충 이런게 있음이 알려져있다~로 도배되어있음
-
. 0
굿나잇 뽀뽀 쪽
-
히카 언제나와 8
-
1 맞기 가능?
-
이거만 해도 영어 학습량 충분할정도로 많나요...?
-
적어도 N년 목표로 잡고 공부해야되는거 아님?
-
국어 선지 해설, 두꺼운 시중 수학 기출문제집 step별 해설, 탐구 개념교재에...
-
ㅈㄱㄴ입니다 듄 원본 하고있고 듄탁해 할거같아요
-
너무 피곤하네요 1
일?찍? 자겠습니다
-
미분해서 2x가 나오는 함수가 정말로 x^2+C 형태 밖에 없나...?
-
지금껏 들어본 많은 강사들중 가장 드립이 재미없습니다.. 내용은 알참
-
고2 지1 질문 6
.
-
오늘 시험 다 치고 왔는데 그냥 내가 헛 공부 한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학교...
-
처음에 보고 충격먹고 입문하긴 했는데 과연 내가 체화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서네...
-
조용하네 9
다어디갓어
-
평소에는 그냥 2등급 안정적으로 나오고 좀 잘보면 1등급까지도 나오는 실력이었는데...
-
사수하는 거에요? “이겨”
-
마음가짐 때문일지도 모르겟는대 걍 분위기 자체가 다르네
-
임정환T로 바꿀까..
-
자꾸 노래가 끊김 네트워크 문제는 아닌거 같은데..
-
주변에서 고트를 직접 본 적은 없는데 진짜 실존하는 사람이 맞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하룹니다
-
엄마 나 뉴스 탔어
-
수능특강 생명1에 48p 11번 자극의 전달문제 해설에서는 경우의수가 두번이...
-
선새니 0
? 불꺼조 ? ? ? ? 끄앙
-
집가는중 3
지히철이 끊긴고로 버스타고감...
-
소용돌이쳐 8
어지럽다구~
-
들어올꺼면 나한테 그냥 맞다이로 들어와. 뒤에서 지R 떨지 말고 4
김수능 딱대라 -수능뺵도어- 뉴진스 민희진 대표 기자회견 지금 첨보는데 뭔가 뭔가...
-
노래를안들으면 너무 졸린데 어떡하냐 근데 또 노래를 들으면 집중이안됀다.끊었던...
-
3모 듣기 졸아서 2개 틀리고 88떳는데 (평소에 단어만 간간히 외움) 이대로...
-
기출 회독 1
마더텅이나 기출문제집 푸실때 탐구같은 경우 책에 풀고 채점하시나요? N회독 하려면...
-
정시당할듯 7
고2 4월~5월 쯤에 정시로돌리면 늦나요? 아니면 적절한가요? 공부머리는 평타ㅊ는 되는ㅡ듯
위 작품과 관련하여 다음중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1. 상징적 용어를 사용하여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2. 현재 상황에 대한 화자의 비판적 태도가 드러난다.
3. 색채 이미지를 통해 시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4. 현학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5. 역설적 표현을 구사하여 삶에서 체득한 교훈을 청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댓글을 남겨주신 의도가 무엇인가요?
하나의 글을 감상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기에 앞서, 저는 이 댓글을 보면서 상처를 좀 많이 입었습니다. 저를 풍자하시는 거라면, 거두어 주시지요.
4번!4번!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