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총장 [797078]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19-10-19 18: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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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샤프는 문제가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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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저를 보고 '쟤는 꼰대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말씀드릴게요.


물론 제가 수험생 당시에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은 정신적으로 덜 예민했던 것 같긴 해요. 그래도 긴장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피해갈 수 없었어요. 탈모도 경험해보고, 과민성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질환들, 심지어 우울증까지 겪었으니까요. 이렇게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 말씀드릴게요.


수능 당일에 일단 시험장에 들어서면 정말 머리가 백지 상태가 돼요. 이것 저것을 생각할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죠. 그냥 수능샤프는 내가 문제를 풀 때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예요. 만약 내가 수능샤프는 죽어도 못 쓰겠다? 시험 시작 전에 감독관님께 말씀드리고 가져간 샤프 쓰세요. 감독관님들도 사람인지라 보통 "내가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어서 내가 쓰던 샤프밖에 못 쓴다"라고 하면 허가해주시거든요. 물론 실제로 시험이 시작되면 내가 잡고 있는 이 물체가 수능샤프인지 내 샤프인지 연필인지 인지도 못 할 거예요. 저도 사실 수능 칠 때는 긴장해서 손을 덜덜 떠는 상태로 시험을 쳤거든요.


어디 샤프만 문제인가요? 수능을 치는 와중에는 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이 들어가서 어떤걸 쓰든 심이 툭툭 부러지고 건너편 사람이 다리 떠는게 계속 눈에 가싯거리라 '저걸 신고해 말아' 생각도 드는걸요. (실제 제 경험) 아마 샤프가 뭔지는 신경도 못 쓰실 거예요. 모의고사랑은 그 분위기의 중압감부터 다르니까요. 잠깐 화장실 다녀오려고 해도 금속탐지기로 몸수색 하는 시험이 바로 수능이예요 여러분.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이정도 반응이면 남들은 얼마나 심하겠어'라는 생각으로 그냥 내가 해야 할 공부 쭉 하시면 돼요. 사실 재수 이상이신 수험생 분들은 수능 때 아무 생각도 못 하는 거 잘 아시잖아요? 그게 정 거슬린다 싶으시면 감독관님 허가 받으면 되는 거구요. 그러니까 여러분들 지금 그런 걱정 하지 마시고 꾸준히 자기 공부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20여일 마무리 잘 하시고 수능 잘 치르셔서 원하는 대학 다들 합격하시길 바랄게요. 화이팅!


-2017년도 대수능 수험생이었던 17학번 군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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