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란 무엇일까?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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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라는 단어 많이들 들어보셨을 껍니다. 연륜과 학식이 깊은 사람은 지혜롭다고 여겼고 과거 이야기에서 단골로 나오는 소재입니다. 성경에서 지혜(wisdom)는 정말 자주 쓰입니다. 솔로몬 왕은 하나님으로부터 지혜를 얻고 현명한 정치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지혜라는 것이 참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알쏭달쏭합니다. 단순히 지식이 많은걸 의미할까요? 연륜과 내공이 쌓이면 무조건 지혜가 생길까요? 지혜롭다고 여겨진 사람들은 또 어떻게 지혜를 얻게 되었을까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나름 제 개인적으로 느끼고 겪어본 '지혜'의 조건과 특성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저는 최근 '미완의 책사 사마의'라는 중국 사극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에게 제일 유명한 삼국지 인물이 아마 제갈량일 것입니다.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었다고 누구나 선망하죠. 그런 천재와 대적한 사마의는 제갈량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삼국지 매체가 유비와 제갈량의 관점에서 풀어내는데 반해, 해당 사극에서는 위나라와 사마의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 사극은 사마의의 청년 시절부터 높은 관직까지 오르는 과정에 각색과 상상력을 가미해서 제작되었습니다. 정치적 음모와 암투가 판치는 조정에서 머리 좋은 사마의는 항상 정확하고 빠른 판단을 통해 위기를 해결해나갑니다.
그런데 문득 시청 도중에 이런 의문이 생겼습니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생각할 수 있을까?"
물론 이건 드라마입니다. 배우가 미리 짜여진 각본을 외웠고, 재미와 흥미를 위해 과장된 내용도 많을껍니다. 당연히 실제 살았던 사람들은 아무리 머리가 좋았어도 해당 드라마만큼의 극단적인 머리 회전 속도를 가지지는 않았을껍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분명 당대의 활약했던 천재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머리 회전이 빨랐을 것입니다. 그러니 남보다 앞설 수 있고 이를 통해 부와 명예를 얻었겠죠.
(실수 한번으로 골로 가는 살벌한 정치판에서 주인공 사마의는 재치있는 해결방안을 빠르게 도출하고 처세합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천재가 아니더라도 주특기인 작업이나 과목에서 정말 빠른 속도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보이죠. 제 고교 동창 수학 천재는 풀이도 거의 쓰지 않으면서 누구보다도 빠르게 문제를 풀었습니다. 물리를 잘하던 재수학원 친구는 저는 30분을 다 써도 낑낑거리던 20문제를 15분 안에 풀어버리더군요. 100분짜리 수능 국어를 50분 안에 풀고 3문제를 틀리는 사람도 봤습니다.
야구 선수들은 인간 인지능력의 한계인 0.4초에 가까운 반응속도로 배트를 휘두릅니다. 프로게이머들은 일반인에 비해서 뛰어난 반응속도와 APM을 보여줍니다. 필자도 어린 시절에는 타자가 정말 느렸는데 지금은 매우 빨라졌죠. 여러분도 경험이 쌓임에 따라 미숙했던 때보다 훨씬 빨라졌을 껍니다.
앞서 언급한 사극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각 분야의 고수들은 경이로운 속도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필자는 고민해봤습니다. 어떻게 저런 천재나 고수들은 저 정도의 속도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속도가 빠르면 무조건 다 달인이 되는걸까요?
(F3 경주사진. 매우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짧은 찰나에 미묘한 컨트롤을 해야하는 카레이서는 고난도 직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ttp://www.atweekl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082)
여러분이 만약 어제 풀었던 문제를 오늘 똑같이 받는다면, 분명 처음 풀었던 어제보다는 빠르게 풀 수 있을 것입니다. 계속 반복해서 연습을 한다면 훨씬 더 빨라지겠죠. 우리는 이미 보았던 것, 체험했던 것, 경험한 것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끔 제 친구들에게 의견을 공유하는데, 정말 빠르게 이해하는 친구들이 몇명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본인들 또한 저와 비슷한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기도 이미 그런 생각을 해 보았고 한번 고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난생처음 묻는 질문보다는 빠르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극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은 오늘 맞닥뜨린 정치적 문제와 비슷한 경험을 이미 겪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이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윤회해서 태어났다는 말이 아닙니다. 분명 간접경험으로 책이나 설명을 통해 먼저 접했었고 이번에 겪는 문제가 과거 공부한 사례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꼈을 것이 분명합니다.
주인공은 고전이나 역사를 공부하며 다양한 경험들을 간접적으로 습득하고 미리 고민한 덕에 실제로 문제를 겪었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기출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이번 수능에서 그 기출을 변형한 문제를 낸다면 코웃음을 치며 풀 수 있습니다. 이미 겪어보았고 한번 풀어본 경험이 있어서요.
(수험생들은 기본적으로 기출 공부를 깔고 시작합니다. 왜일까요? 나중에 비슷한 문제가 나오거든 더 빨리 풀어버리고 넘어가기 위해서입니다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50013399 )
과거를 왜 공부하고 분석하나요? 미래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좀 더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하고 넘어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지혜'란 이 과거를 관찰하고 정확히 이해해서 원리를 뽑아내서, 미래에 겪는 다양한 변형기출들을 빠르게 풀어내는 사고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과거의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사례들을 통해서 근본적인 기준을 파악하고 이를 미래에도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생각이 훨씬 빠릅니다. 이 세상에 누구도 인생을 2회차 이상 살아본 사람은 없을테지만, 과거를 공부하고 유사 2회차가 된 사람들이 있다고 봅니다. 전 이 사람들이 지혜로운 사람들이라고 불리는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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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이네요.
지혜... 이성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