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롱히히 [310058]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9-08-23 05: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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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수능시험은 어떤 시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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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칼럼 - 수능시험은 어떤 시험인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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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대학수학능력시험대비학습방법안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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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출제매뉴얼 - 1언어영역.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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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출제매뉴얼 - 2수리영역.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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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출제매뉴얼 - 3외국어영역.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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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출제매뉴얼 - 4과탐.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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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출제매뉴얼 - 5사탐.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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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출제매뉴얼 - 6제2외국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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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출제매뉴얼 - 7직탐.pdf

이번 칼럼은 저번 칼럼에서 예고했던 개념이해 관련 칼럼은 아니고,

수능시험이 어떤 시험인가에 대해서 소개하는 글입니다.

오르비에 올렸었다고 생각했는데 안 올렸길레 그냥 빨리 올려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 올립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정독을 하기를 권하는 글은 아니고,

약간 참고자료 같은 느낌으로 관심있는 주제 위주로 적당히 스킵하면서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자료인용부분은 정독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글에서 자주 언급되는 수능출제매뉴얼과 평가원자료를 첨부파일로 올려놓았습니다.

zip파일이 안 올라가서 pdf파일을 하나하나 다 올렸더니 조금 난잡하네요 ㅠㅠ

그런데 평가원에서 출제매뉴얼과 관련된 글을 내렸던데,

혹시 저작권이나 어떤 문제가 되는 자료이면 누군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쪼록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번 칼럼은 이런 의문들을 품고 계신 분들께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서점에 가서 엄청난 종류의 문제지를 보면 수능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아

수능과 내신시험의 차이점이 뭐지?

수능을 준비하는데 교과서를 활용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기출, 기출 하는데 왜 기출을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학원에 다니는 친구가 사설모의고사 문제를 보여줬는데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어려운 문제들이 있는데 불안해 죽겠어. 학원에 이 문제들 척척 푸는 애들이 엄청 많다는데.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수능문제는 잔뜩 풀고 있는데 솔직히 수능문제들에서 무엇을 물어보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모르겠어

TIP : 적당히 스킵하면서 관심주제 위주로 읽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글을 시작하기 앞서...

 수능시험이 무엇일까? 수능시험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 해보신 적 있나요? 사실 저도 고3때 당장 풀어야 하는 문제지를 푸는 데 집중하고, 정작 수능시험이 어떤 시험이고 무엇을 목적으로 어떤 능력을 요구하는 시험인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런 고민들이 수능공부를 하는데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느냐? 수능은 하나의 거대한 질문입니다. 질문에 대해 잘 대답하려면, 그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질문을 대답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능력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쌓아야겠죠. 질문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면, 수능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이나 능력을 기르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될 수도 있어요. 또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면, 무엇을 요구하는지 몰라서 근시안적인 대답만 하며 헤매고 제자리걸음만 할 수 있습니다. 이건 평소에 공부할 때도 그렇고, 실제로 시험문제를 풀 때도 해당되는 이야기에요. 

 

 메이플스토리 포켓몬 같은 RPG게임을 해보셨나요? 게임을 하다보면 퀘스트를 깨거나 게임 진행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 구체적으로 뭔지 모르면, 마을 하나하나마다 다 돌아다니면서 모든 NPC에게 말을 걸어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NPC란 NPC에겐 죄다 말을 걸어봤는데도 게임이 진행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요. 반면 공략을 보고하면 필요한 조건들만 충족시키고, 말을 걸어야하는 NPC에게만 말을 걸어서 훨씬 게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죠.

 저는 수능은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11월까지 수험생들이 클리어 해야 하는, 국민적으로 아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ㅎㅎㅎ... 게임이죠. 수능시험이 도입된지가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물론 무수히 많은 공략들이 쏟아져 나왔죠. 게임이야 손수 플레이해보는 재미가 있겠지만, 수능을 즐기는 사람은 없겠죠? ㅎㅎㅎ 공략을 보고 하면 클리어시간을 많이 단축시킬 수 있겠죠. 수능 시험에 정말 필요한 공부만 한다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이런 맥락의 이야기에요.


 물론 공략집이 만능은 아니죠. 수능은 복잡한 게임이다 보니 공략을 이해하는 것만도 간단하지 않고, 공략집이 하도 많다 보니 어느 공략집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고민되죠. 또 공략을 잘 알고 있어도, 가끔 착실히 노가다 뛰어서 레벨을 올려야 해야 되는 것도 사실이고, 아무리 단축되었다 해도 반드시 필요한 플레이 시간은 있죠. 마찬가지로 수능공부를 어떤 관점과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도, 공부를 하나도 안 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또 공략에 관심도 없으면서 게임을 잘만 깨는 사람도 있죠. 마찬가지로 특별히 수능이 어떤 시험인가 관심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공부하지 않는데도, 점수가 잘만 오르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플레이를 해도 게임이 진행이 안 되면, 즉 아무리 공부를 해도 실력과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면 수능공부에 대한 접근 방향이 잘 못 되었나 의문을 품고 공략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는 겁니다. 이건 단순히 시간적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수능 공부에 큰 방향을 잡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지는데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칼럼에서는 각 영역별 공부방법론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여러분께 식상할 얘기일 텐데 제가 굳이 또 다룰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ㅎㅎ 대신 쉽게 접할 수 있는 그 공부방법론들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 그 방법론들을 신뢰를 가지고 활용을 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가령, 기출을 풀라하는데 왜 기출을 풀어야 하는지, 출제의도 출제의도 하는데 대체 출제의도가 무엇인지 의문들을 가지고 계신다면, 이 칼럼이 어느 정도 도움을 드릴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이번 칼럼에서 참고할 자료

 칼럼을 시작하기 전에 이번 칼럼을 쓰는데 많이 참고하고 인용할 자료를 두 개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수능출제 매뉴얼에 대해서 아시나요? 아마 아시는 분도 더러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수능출제 매뉴얼의 소개는, 매뉴얼 머리말에 나와 있는 문장을 인용하겠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새롭게 변화된 수능 시험의 출제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출제 과정 및 내용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 등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관심 있는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이번에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 사회탐구, 과학탐구, 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 등 7개 영역에 대하여 출제 매뉴얼을 출간하게 되었다. 영역별 출제 매뉴얼에는 각 영역의 시험 목표, 내용, 출제 지침, 문항 개발 과정 등이 예시 문항과 더불어 자세히 제시되어 있어 학교 수준의 모의시험이나 시  도교육청 주관 연합학력평가, 수능 모의평가 등의 출제시 출제자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2004. 12)


 인용한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수능출제매뉴얼은 간단하게 말해서 수능을 출제하는 평가원에서 수능시험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 자료입니다. 시험의 목표, 내용, 출제지침, 출제과정 등을 예시까지 들어주면서, 그것도 수험생과 학부모 등 수능에 관심있는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말이죠 ㅋㅋㅋㅋㅋ 평가원 너무 친절하네요. 인용된 내용에 보면 출제자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되어있죠. 이건 바꿔 얘기하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출제의도가 여기 친절히 설명되어 있다는 얘기겠네요

 

 이렇게 얘기하니 왜 출제매뉴얼이 수험생의 필수요소가 아닌가 의아할 수도 있겠는데, 그게 그닥 의아할만한 일은 아닙니다. 매뉴얼을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물건을 사면 딸려오는 제품 설명서처럼 딱딱해서 썩 읽기 편하지가 않거든요. 예를 들어 핸드폰 같은 걸 샀다면, 일단 직접 이것저것 해보지 사자마자 제품 설명서부터 읽는 사람은 드물죠? 나만 안 읽나? ㅎㅎ 제가 여기서 수능출제매뉴얼에 대해 소개를 한건, 여러분께 출제매뉴얼을 읽어보시길 권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칼럼에서 많이 참고하기도 할 거고, 그냥 이런 것도 있다 하고 소개를 해드리려고 한 것입니다. 


 출제 매뉴얼의 경우 2004년에 공개되고 그 이후로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2019년이죠. 수능의 핵심적인 부분은 대동소이하지만, 아무래도 좀 옛날 자료라 꺼려지는 느낌도 있습니다. 뭐 이 글에서는 지금 수능에도 적용될만한 내용만 추려서 다루긴 할 겁니다만. 아무튼 그래서 매뉴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비교적 적은 것도 있을 것 같아요.

 매뉴얼처럼 문항 개발 과정에 대한 설명을 다루지는 않지만, 평가원에서 배포하는 자료 중에 수능 시험의 성격, 평가 목표 등을 다루는 최신자료도 있습니다. 바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대비 학습방법안내>인데요, 앞으로 줄여서 라고 하겠습니다. 자료의 성격상 매뉴얼과 겹치는 내용이 더러 있는데요, 매뉴얼에만 있는 내용이 아닌 경우 되도록 최신자료인 을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 수능시험은 어떤 시험인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시험인가? 

 시험의 성격과 목적을 알아야 시험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알고, 그에 맞게 준비를 할 수 있겠죠. 가령 마라톤을 준비한다고 하면, 단순히 달리기능력을 기르면 안 되고, 42.195km를 뛰는 장거리 경주라는 마라톤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오랫동안 뛰면서 페이스를 조절하는 능력을 길러야 되겠죠? 출제의도, 출제의도 하는데 수능시험을 하나의 거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수능시험의 목적이 그 문제의 출제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능시험의 성격과 목적을 한번 알아봅시다.


 수능시험은 대학수학능력시험(大學修學能力試驗)의 약자이고, 한자를 풀어보면 대학교 공부를 수학(닦을 수修, 배울 학學, 즉 학업을 닦음)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죠. 한자 뜻만 풀어보면, 간단히 얘기해서 대학교가서 얼마나 커리큘럼을 따라가며 공부를 할 수 있을지, 그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수능 출제 매뉴얼 머리말에서는 수능시험에 대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 내에서 대학 교육에 필요한 수학 능력을 측정함으로써 대학에서의 학생 선발 시 주요 전형 자료로 사용되고 있는 전국 수준의 시험이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번호는 제가 임의로 매긴 겁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뽑는 상황을 상상 해봐요. 대학교 입장에서는 학생이 들어와서 그 학교 커리큘럼에 맞춰 얼마나 공부를 할 수 있는지, 그 능력(수학능력)이 궁금하겠죠? 그런데 내신의 경우 학교마다 시험도, 수준도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도 힘들고 신뢰성도 떨어질 수 있고, 면접같이 짧은 시간에 학생에 대해 많은 걸 파악하기는 힘들 수 있겠죠. 그래서 전국 수준의 시험인 수능이 필요한 겁니다. 그러면 수능에서 측정하려는 수학 능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국어, 수학, 영어 각 영역별로 간략하게만 알아봅시다. 


* 국어영역

  11p를 보면 국어영역에 대해서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어 영역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을 기초로 대학 수학에 필요한 국어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국어 영역은 고등학교 국어과 교육과정 중 화법과 작문, 독서와 문법, 문학 과목의 목표와 내용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국어 능력을 측정한다.』


 국어영역은 언어를 매개로 하는 모든 텍스트나 자료에 대한 소통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대학교에서 강의는 교수님이 강의내용을 언어를 매개로 전달하고, 교재에서도 언어를 매개로 공부내용을 전달하고, 레포트와 같은 숙제도 언어를 매개로 하죠. 이런 식으로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데는 언어정보를 받아들이고, 언어로 사고하고, 언어로 자기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죠. 국어 영역 시험은 그 능력을 테스트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 능력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간단히 얘기를 하면, 내용영역 면으로는 화법, 작문, 독서, 문법, 문학이 있고, 행동영역 면으로는 어휘  어법, 사실적 이해, 추론적 이해, 비판적 이해, 비판적 이해, 적용창의가 있습니다. ( 11-13p)


* 수학영역

  45p를 보면 수학 영역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학 영역 시험은 고등학교까지의 수학 학습을 통해 습득한 수학의 기본 개념원리법칙을 이해하고 이를 적용하여 계산하고 추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함으로써 대학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수학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수학 영역 시험은 대학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수학적 사고력고등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근거하여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참고로 출제 매뉴얼 5p에도 위와 한글자도 다르지 않게 똑같은 내용이 있었는데, 매뉴얼이 만들어졌을 2004년이나 지금이나 기본 정신을 일관성 있게 유지한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매뉴얼이 현 수능과 동떨어진 자료가 아니라는 것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내용영역 면을 보면 잘 아시다시피 가형은 출제범위가 미적분 II,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이고요, 나형은 수학 II, 미적분 I, 확률과 통계입니다. 추후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출제범위 이외 과목의 내용은 간접적으로 출제범위에 포함되죠. 행동영역 면을 보면 계산능력, 이해능력, 추론능력, 문제해결능력이 있습니다.

정리해서 간단히 얘기하면, 수학영역은 출제범위 내의 수학적 개념들을 기반으로 계산능력, 이해능력, 추론능력,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함으로써, 대학교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수학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일견 당연한 소리인 것 같지만, 관점에 따라서 이것이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어요. 후에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근거하겠다고 했으니 괜히 교과과정에 없는 거 공부하면서 시간 뺄 필요 없다는 걸 알 수 있고요, 또 평가하는 능력에 기상천외한 풀이를 떠올리는 천재적인 수학적 감각같은 것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죠.


* 영어 영역

  70p를 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영어 영역 시험은 고등학교 영어과 교육과정 성취기준의 달성 정도 대학에서 수학하는데 필요한 영어 사용 능력을 평가한다. 』


 대학교에 가면 원서교재를 보는 경우도 있고, 영어강의를 수강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제2 외국어 과목이 외에 정말 드문 경우가 아니고서야 교재나 강의가 한국어 외의 언어를 쓰는 건 영어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는데 영어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고, 따라서 대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영어사용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지요. 더불어 영어과 교육과정에 명시된 영어 교육과정의 달성 정도를 측정한다고 했는데, 이건 간단히 말해서 고등학교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를 테스트한다는 말입니다. 근데 영어는 제가 교육과정에 대해 알아본 적이 없어서, 여기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뭐라 할 수가 없네요 ㅎㅎ

세부적인 평가목표는, 중심 내용 파악, 세부 내용 파악, 논리적 관계 파악, 맥락 파악, 간접 말하기, 간접 쓰기, 문법  어휘 가 있습니다.




** 수능은 철저히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수준에 맞춰진 시험이다

 매뉴얼에 제시되어 있는 문장들을 인용하고 이론적인 얘기들을 하기 전에, 한번 상식적으로 곰곰이 생각을 해봅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전국차원의 시험입니다. 특정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만 보는 시험이나 그런 것이 아닌, 전국에 있는 모든 고등학생들이 보게 되는 공식적인 시험이지요. 그리고 앞서 밝혔듯이,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능력들을 테스트하는 시험입니다. 제도권 교육에는 교육과정이란 것이 존재하고, 순서상 대학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진학하게 되는 학교지요. 따라서 고등학교는 대학교에서 전문적인 공부를 할 수 있게끔 준비를 하는 단계라고 할 수도 있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수능에서 측정한다는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능력들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했을 경우 길러질 수 있게끔 교육과정이 짜여져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고등학교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존재이유가 없죠

 전국의 거의 모든 청소년들이 고등학교에서 교육과정에 따라 공부를 하고, 수능은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입니다. 수능에서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평가한다는 말은, 다르게 말하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교육목표에 따라서 충실히 공부를 했는가를 평가한다는 말과 같아요. 고등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졸업해도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따로 학원을 다녀서 공부를 해야 한다면, 고등학교는 무엇을 위해 존재를 하며,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무엇을 위해 교육과정을 만들고, 누가 무엇을 위해 교육부의 검정을 받아가며 교과서를 만드는 걸까요? 아무리 말과 형식만 번지르르한 것이 우글우글한 세상이라지만, 아무렴 전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적 차원의 시험이 학교 열심히 다닌 애들을 엿 먹이고 있을까요? 그래서는 안 되고, 실제로 그렇지도 않아요. 무엇을 시작으로 교육과정을 형식적인 것으로만 보고 불신이 생겨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적으로도 문제일뿐더러 이 불신이 여러 수험생들을 고생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ㅠㅠ...

  머리말에서 관련 문구를 인용해보죠.

2020학년도 수능은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출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수능의 출제 내용을 일치시킴으로써 학교 수업을 통해 충분히 수능을 준비할 수 있도록 출제할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수능 문제를 출제할 때,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하기 위한 지침이 매뉴얼에 얼마나 많은지 인용해보겠습니다. 참고하실 분은 보시고, 보기 귀찮으신 분은 스킵하셔도 됨.


<<스킵가능 시작>>

 언어영역 (현 국어영역)

『언어 영역 시험은 대학에서 원만하고 능률적인 수학을 위하여 요구되는 우리말 사용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통하여 습득한 듣기, 쓰기, 읽기 등 우리말 사용 능력을 범교과적인 제재를 활용하여 측정하는 시험이다.(5p)

학교 교육의 경험을 통해 학습된 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추어 출제한다.(6p)

『창의적 사고는 제7차 교육과정의 교육적 목표에 부합하는 사고력을 함양하기 위한 것으로,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맞게 어떤 언어 자료를 변형하거나 새롭게 표현하는 고차적인 언어 활동이다.(13p)

『언어 영역은 내용 면에서는 언어 능력과 사고력을 측정하고, 기능 면에서는 고교 교육 성취도와 대학 교육 수학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17p)

학교 교육을 통해 성취한 다양한 언어 능력을 측정하도록 출제한다(17p)

제7차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추어 출제한다.(17p)

『시험에 대한 특별한 준비 없이 평소 학교 수업에 충실한 학생이면 무난히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을 출제한다.(18p)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에 기여할 수 있게 출제되었는가?(19p, 문항 검토 과정)

『언어 영역에서 설정한 문항 유형은 교육과정 상 근거를 가지는 하위 학습 목표들을 거느린 어느 정도 일반적인 학습 목표로 구성되어 있다.(23p)


 수리영역 (현 수학영역)

『수리 영역 시험은 고등학교까지의 수학 학습을 통해 습득한 수학의 기본 개념원리법칙을 이해하고 이를 적용하여 계산하고 추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함으로써 대학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수학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5p)

『수리 영역 시험은 대학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수학적 사고력을 고등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근거하여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리 영역 평가 목표의 내용 영역과 행동 영역은 각각 다음과 같다(5p)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추어 수학적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항을 출제하도록 한다.(23p)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들에게 적합하고 대학 입학시험으로서 변별력이 있는 문항을 출제하도록 한다.(23p)

교과서에 나오는 수학의 기본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도록 하고,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공식이 아닌 특정 공식을 암기하지 못하면 풀 수 없는 문제의 출제는 지양한다.(23p)

『다음으로 출제자가 해야 할 일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수학적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한 우수한 문항이라고 하더라도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항은 출제해서는 안 된다.(25p)

『이때, 교육과정, 교과서, 관련 참고 자료 등을 참조하여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넘어서는 문항을 제작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25p)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을 벗어나지는 않는가?(26p, 문항 검토과정)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출제되었는가?(26p, 문항 검토과정)


 외국어 영역 (현 영어영역)

『외국어(영어)영역 시험은 대학 수학에 필요한 영어 사용 능력을 측정하고 동시에 고등학교 영어과 교육과정에 명시된 영어 교육 목표의 달성 정도를 측정하는 시험이다』(5p)

제 7차 외국어(영어)과 교육과정 목표, 내용 및 수준에 따라 대화담화 및 문단에서의 의사소통 기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측정하되, 대학에서 수학하는 데 필요한 영어 사용 능력을 측정한다.(7p)

『출제 범위의 확대로 인해 급격한 변화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어 1 수준의 어휘 중에서 빈도수가 높은 것을 사용하여 출제하도록 한다. 단 지문의 특성상 빈도수가 낮은 어휘를 사용할 경우 주석을 달아주도록 한다.(8p)

『이때 가장 중요한 지침이 되는 것은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학생들이 대학 수학에 필요한 영어 이해 능력과 활용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이다.(10p)

외국어(영어)영역의 교육과정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이에 부합하게 출제한다.(11p)

『문항의 내용 및 수준이 제 7차 교육과정의 목표, 내용 및 수준에 부합해야 한다.(12p)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을 벗어난 문항은 없는가?(13p, 문항 검토과정)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출제되었는가?(13p, 문항 검토과정)


 사탐, 과탐에도 비슷한 문구들이 있습니다. 굳이 여기 인용하진 않을게요.

<<스킵가능 끝>>



** 수능의 출제범위와 수능에서의 교과서 활용

 수능의 정확한 범위에 대해 간단히 얘기를 하면 수능의 모든 영역의 시험은 기본적으로 고2, 고3 과목의 내용을 중심적으로 출제합니다. (수학의 경우는 출제매뉴얼이 나올 때랑 약간의 달라져서, 고2, 고3과목을 직접 출제범위 과목으로 바꿔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컨대 가형의 경우, 수학I, 수학II, 미적분I, 미적분II,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에서 5문제씩 출제되는 게 아니라, 미적분II에서 10문제, 확률과 통계에서 10문제, 기하와 벡터에서 10문제 이렇게 출제된다는 것이죠. 관련 내용을 매뉴얼 머리말과  45p에서 인용하겠습니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교과목은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고등학교 2, 3학년 심화 선택 과목을 중심으로 출제하되, 심화 선택 과목과 관련되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내용은 간접적으로 출제 범위에 포함되도록 하여 고등학교 전 교육과정이 소홀히 다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였다.』

『수학 영역의 시험은 가형과 나형으로 구분되며, 수학 가형의 출제 범위는 미적분 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이고, 수학 나형의 출제 범위는 수학 Ⅱ’, 미적분 Ⅰ’, 확률과 통계이다. 수학 가형의 경우 출제범위 이외 일반 과목의 내용은 간접적으로 출제 범위에 포함되며, 수학 나형의 경우 수학 I의 내용이 간접적으로 출제 범위에 포함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게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게 수학인 것 같은데요, 수학의 경우 간접 출제되는 범위의 개념만 물어보는 문제는 나오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수능에 덧셈 뺄셈 문제가 나오지는 않지만, 덧셈 뺄셈이 문제 풀 때 활용되죠? 이처럼 간접범위 내용은 문제 풀 때 활용이 될 수는 있어도 간접범위의 개념을 직접 물어보는 문제는 없습니다. 즉, 간접적으로 물어보고 있죠.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이는 수능시험을 준비할 때 집중해서 공부할 범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간접범위의 내용은 직접 범위의 내용만큼 숙달될 필요도 없고 빠삭하게 알 필요는 없고, 문제를 풀 때 간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만 하면 된다는 거죠.


 모순되는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출제범위가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교과서를 활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나 국어나 영어의 경우, 수능준비를 위해 교과서를 활용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도 없고, 활용하는 방법도 모르고, 활용하는 방법이 별로 있을 것 같지도 않아요. 9p를 보면 과목별 출제범위가 나와 있는 표가 있는데, 거길 보면 다른 영역은 모두 교과목이 써져 있는 반면 국어와 영어에는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하여 출제』라고 쓰여 있습니다.

국어영역으로 예를 들어 얘기하면 화법과 작문, 독서와 문법, 문학 이런 식으로 출제범위를 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국어와 영어는 교과서에서 나오는 내용뿐 아니라 매 시험 낯선 지문으로 문제를 출제하죠. 그 소재도 인문, 과학, 문학, 예술 등 다양하고요. 하지만 이 말이 출제범위가 무한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제가 위에서 밑줄까지 그어가며 수능이 교과과정을 기반으로 한 시험이라고 열심히 강조한 이유는, 교과서를 활용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문제의 평가목표가 교과과정에 근거를 두어야 하기 때문에 물어보는 방식과 수준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 왜 교과서인가

 국어영역과 영어영역과 다르게 수학영역의 경우는 수능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교과서가 훌륭한 개념서가 될 수 있어요.

수능공부에 교과서를 활용한다는 얘기가 제가 수능을 쳤을 때보다는 비교적 보편화 되어있는 이야기지만, 뻔한 거짓말처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사실 교과서는 내신시험 공부할 때나 봤지, 수능시험과 교과서를 연관을 지어서 보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흔히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했다는 말은, 개념공부를 중시했다는 말의 다른 표현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수능공부에 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졸업 후 멘토링, 과외활동을 하며 수능시험이 어떤 시험인가 자세히 알아보면서였습니다. 여담으로 얘기하면 수능과 관련된 책이나 문제지를 산 게 수험생 때보다 졸업 후가 몇 배가 되네요 ㅋㅋㅋ


 서점에 가면 엄청난 양의 문제지와 자습서들이 있죠. 그리고 자습서마다 다 똑같은 내용이 있냐고 하면 그렇지 않죠. (물론 70% 정도는 겹치지만요) 어떤 자습서는 좀 어렵기도 하고, 어떤 자습서는 처음 보는 내용이 있고, 어떤 자습서는 처음 보는 공식을 활용해서 푸는 문제도 있고 그렇죠. 그런걸 보다보면 막막해지고 답답해집니다. 대체 수능을 위해서 어떠 어떤 걸 풀어야 될지, 어떤 게 수능시험에 나오는 거고 어떤 게 안 나오는 건지, 이건 내가 모르는 거에다 어려운데 이것도 알아야 할지 하며, 수능공부가 끝도 없어 보이죠.


수능에 정말 필요한 내용과 공식들만 담고 있는 개념서가 바로 교과서입니다. 교과과정은 교육부에서 분명한 교육목표를 가지고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교육부의 검정을 받은 교과서는, 반드시 교육목표학습목표가 있고요, 단원이 시작할 때 그 단원의 학습목표를 밝히고 있습니다. 수능시험의 문제는 모두가 하나 이상의 평가목표를 가지고 있고, 수능시험의 목적을 생각했을 때, 그 평가목표는 교과과정의 학습목표를 달성했느냐 못 했느냐 일 것입니다. 즉, 문제의 출제의도 = 문제의 평가목표 = 교과서에 명시되어있는 학습목표 란 말이죠. 가령 교과서에 학습목표로 접선의 방정식을 구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면, 접선의 방정식을 구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물어보는 문제가 나온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학습목표를 좀 더 구체화 시킨 것이 교과서에서 소개하는 예제문제들이나, 단원 중간, 마지막에 정리되어 있는 공식, 개념들입니다. 그리고 이 공식과 예제문제들을 수능문제를 분석하며 대응시켜, 문제의 출제의도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수능문제를 풀고 풀이를 확인 한 후에 A 공식을 활용하여 풀면 문제가 풀리는 구나단순하게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의 출제목적은 A공식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니까, A공식을 활용하면 문제가 풀리게끔 되어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의 풀이를 확인하고 알게 된다는 점은 같지만 이 둘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는 풀이가 우연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후자는 풀이가 필연적이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아마 오답풀이 칼럼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것이 흔히 얘기하는 문제의 출제의도를 파악하는 의의입니다. 실제로 수능문제 풀이를 뜯어보면 교과서 예제풀이를 부품으로 구성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과서가 아닌 다른 자습서를 보는 것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사설문제지나 자습서 중에도 잘 활용하면 좋은 것들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런 걸 활용하며 길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가령 교육과정에 있지도 않은 문제를 보고 괜히 쫄아서 겁을 먹는다든가, 그런 문제나 공식을 정리하는데 괜히 시간을 뺀다든가 하는 건 아무래도 비효율적이죠. 전 고3때 그러느라 시간을 좀 썼던 것 같은데 ㅎㅎ

 사실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시간이 많다면 다소 필요 없는 내용이라도 공부를 해놔서 꼭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문제가 되는 것은 한 단원에 대해서 너무 많은 내용을 공부하게 되면 내용이 정리가 안 되어서 정말 꼭 알아야하고 중요한 내용이 뭔지 파악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얘기에요. 영어단어 10개에 대한 시험을 보는데, 영어 단어를 100개 외우고 시험을 보는 것과 시험에 나오는 10개만 외우고 시험을 보는 것 중, 어느 편이 더 정답률이 높을까요? 당연히 10개만 외운 경우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한 단원에 대해 너무 많은 내용과 공식을 알고 있으면, 그 단원에서 정말 중요한 내용이 정리가 안 돼서 오히려 문제에서 어떤 걸 묻는지 파악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어요. 정말 중요한 공식 2를 5번씩 망치질을 해서 머릿속에 제대로 박아야 하는데, 10의 공식을 1번씩밖에 망치질을 못해 어느 하나 머리에 제대로 박히지 않는다는 거죠. 


 또 교과서는 어떤 개념서에도 뒤지지 않게, 다양한 자료를 동원해서 개념을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능에 꼭 필요한 내용과 공식들을 확실히 다지는데 교과서가 다른 개념서에 비해 꿀릴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필요한 내용은 다 있으면서도 두껍지 않고, 또 내신공부를 하느라 보통 한 번쯤 봤기 때문에 익숙해서 부담도 덜하죠.

기출문제도 많이 풀어보고 수능에 나오는 것과 나오지 않는 것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어서, 사설 문제들을 풀면서도 필요 없는 문제들은 흘려버리며 공부할 자신이 있으신 분이라면 굳이 교과서를 봐야 한다고 하진 않겠습니다. 사실 저도 교과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1등급을 받기는 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께는 교과서가 수능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좋은 안내자이자 길잡이가 될 수 있어요.


 이렇게 얘기를 해도 납득이 안 되고 불안하신 분께, 매뉴얼에 있는 한 구절을 인용해 드리죠. 위에서도 한번 인용했었지만 ㅎㅎ

『교과서에 나오는 수학의 기본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도록 하고,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공식이 아닌 특정 공식을 암기하지 못하면 풀 수 없는 문제의 출제는 지양한다.(수리영역 매뉴얼, 23p)



** 수능은 암기시험이 아닌 사고력 시험

 수능시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 아닌 사고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란 것입니다. 암기력보다 사고력과 창의력을 중시하겠다는 것은, 출제 매뉴얼이 만들어졌던 7차 교육과정의 가장 중요한 정신 중 하나이기도 하고, 수능의 큰 정신 중 하나이기도 하죠. 매뉴얼에서 관련문구를 인용해보겠습니다.


『교수학습과 관련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정신은 중등 교육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 암기 위주의 수업 방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특정한 교과별 시험이 아니라 통합교과적 소재를 활용하여 출제한다는 점과 사고력 중심의 발전된 학력고사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언어영역, 22p)

단순 공식이나 지식의 암기 여부를 확인하는 문항의 출제는 지양한다. (수리영역 23p)

단순 암기보다는 학생들의 수학적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항을 제작하도록 한다.(수리영역 25p)

단편적 지식의 측정을 지양하고 영어를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외국어 영역, 12p)


* 연계교재를 외우는 것의 한계

 2011년 쯤에는 연계율이 많이 높았습니다. 그 중 영어영역은 좀 심각해서 이를 비판하는 책도 출간됐었죠. 지금은 그 때에 비해 연계율이 많이 떨어졌고, 점점 줄이는 추세이지만, 아직 ebs연계는 수험생에게 있어서 화두일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ebs연계율이 줄이는 이유 중 하나는 수능의 기본 정신에 위반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무튼 그래서 수능이 다가올 때쯤에는 이런 얘기를 듣다 보면 고민에 빠지게 되죠. 연계교재가 먼저냐, 기출이 먼저냐? 저는 영어를 제외하고는 단연 기출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영어와 관련해서는 좀 의견이 갈리는 편인 것 같아요.


 앞서 얘기했듯이, 수능에서 요구하는 능력은 사고력입니다. 가령 수능 출제 매뉴얼에 평가항목에 ebs연계교재를 풀었는가? 따위는 없어요. 물론 사고력이 밑바탕 되어있는 상황이라면, 연계교재를 풀어 놓으면 모의고사나 수능에서 익숙한 지문이나 유형이 나왔을 때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본래 수능의 취지를 생각했을 때 연계성을 이용해 풀 수 있는 문제의 개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수능을 대비해서 공부를 하며 길러져야 하는 것은 낯선 지문, 낯선 문제를 보고 스스로 풀 수 있는 사고력입니다. 왜냐하면 수능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그것이기 때문이죠. 

연계율을 의식해서 연계교재를 푸는 건 음식에 조미료를 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에 조미료를 넣으면 맛있어지지만, 그 전에 음식이 있어야 합니다. 수능이 요하는 사고력을 기르지 않고 연계교재만 푸는 것은, 음식도 없는데 조미료만 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연계교재를 풀며 수능이 요구하는 사고력을 기를 수도 있겠죠. 사실 그래서 제가 무조건 기출이다! 기출 아니면 사망이다!이런 식으로 강력하게 얘기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ebs교재가 꼭 후진 건 아니지만, 기출보다 질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후에 왜 기출을 풀어야 하는가에 대해 얘기할 때 더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기출문제는 한 문제 한 문제에 물어보려는 개념이 존재하고, 필요한 사고력이 존재해요. 특히나 답을 도출해내는 방식과 도출해내는데 필요한 사고력은 수능 특유의 그것과 같은 수밖에 없습니다, 기출이니까요! 예를 들어 기출문제는 반드시 지문의 내용을 이해해서 지문을 답지에 대응시켜 문제를 풀어야만 답이 나온다면, 기출이 아닌 문제에서는 그냥 선택지들만 봐도 답을 구할 수 있는 엉성한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거죠. (이건 약간 극단적인 예시지만 ㅎㅎ) 아니면 수학의 경우 기출과 다르게 쓸데없이 계산이 복잡하다든지, 풀이에서 차지하는 간접범위의 내용의 비율이 크다든지 하는 식으로 미묘하게 다를 수 있습니다. 연계율이 정 겁이 나서 꼭 먼저 풀어야겠다면 연계교재를 풀면서 수능에 필요한 사고력을 기를 수도 있겠지만, 수능에 필요한 사고력을 기르는데 가장 좋은 문제는 단연 기출이라는 사실은 염두해 두시기 바랍니다.



* 수능과 내신은 어떻게 다른가

 가끔 받는 질문입니다. 수능과 내신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 질문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일단 내신시험은 이러이러하다하고 규정지을 수 없는 것도 내신시험의 하나의 특징입니다. 내신은 수능처럼 출제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국적인 시험이 아니라 선생님 재량으로 내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마다, 출제하시는 선생님마다 다르죠. 따라서 어떤 맥락으로는 내신시험이 수능보다 더 어떤 문제가 나올지 예측 불가능하고, 범위가 한정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도 있어요. 가령 수학의 경우 수능은 원칙적으로 교과과정에 위배되는 것은 나오면 안 되지만, 내신시험에서는 교과서에 없더라도 선생님이 수업에 다루셨다든가, 선생님이 참고하신 문제지에 나와 있는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도 일반적으로 내신시험이 가지는 공통적인 특성은 존재하죠. 첫째로는, 수능에 비해 범위가 훨씬 작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수리 나형의 경우 수학II, 미적분I, 확률과 통계 전체가 범위이지만, 내신시험은 문제 개수는 비슷한데도 범위는 수능의 1/6정도 이죠. 따라서 수능에서는 그 단원에서 정말 중요하고 꼭 알아야 하는 개념들에 대해서만 문제가 나오는 반면, 내신시험에서는 조금 더 지엽적인 개념도 물어 볼 수 있는 겁니다. 고3때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순환소수의 경우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지만 수능 문제에서는 다루는 일을 거의 보지 못 했던 것 같네요. 소위 말하는 내신문제지라는 것도, 내신시험에서만 물어볼만한 지엽적인 개념에 대한 문제도 담은 문제지라고 할 수 있어요. 매뉴얼에서 이와 관련된 문구를 인용해볼게요.

『또한 교육과정의 내용 중에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문항을 제작하도록 하고 (...)(수리영역, 25p)


 여담으로, 수능에서 물어보는 것은 매번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여기서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수학영역의 경우, 1년, 2년간의 공부내용을 평가해야 하는데, 문제는 달랑 30개 밖에 되지 않아요. 가끔 이것도 나오면 어떻게 하지?하고 걱정을 하는데, 수능은 단원마다 정말 중요한 개념만 묻기도 바쁜 시험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수능 시험에서는 단원마다 정말 중요한 몇 개의 개념만을 물어보고, 매해 달라지는 건 문제유형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수능문제는 틀리라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평가하려고 만든 문제들이라는 점을 잊지 맙시다.



 둘째로는, 앞서 얘기했듯이 수능은 암기를 지양하고 사고력을 중시하는 반면, 내신시험은 단순 암기 문제도 나올 수 있어요. 수능은 고교교육 성취도를 평가한다는 점도 있지만, 앞으로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다는 의의도 큽니다. 반면 내신시험의 경우 수업시간에 다룬 내용들을 아이들이 얼마나 착실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했느냐를 테스트 하는 시험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선생님마다 조금씩 다를 수도 있겠죠) 따라서 내신시험에서는 단순 암기 문제도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내신시험에서는 시를 주어주고 다음 시의 작가의 이름으로 알맞은 것은?하고 문제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수능시험에서 이런 문제가 나올 확률은 0%입니다. 또 내신시험의 경우 교과서에 나온 지문이 그대로 나올 확률이 높고, 교과서에 있는 문제가 그대로 나올 수도 있지만 수능에서 이런 일은 드물죠. 여담으로 이런 맥락에서 수능에 비해 내신의 경우 암기식으로 공부를 해도 어느 정도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범위도 좁고, 단순암기로 커버 가능한 문제들도 나오니까요. 내신은 잘 나오는데 모의고사점수가 잘 안 나온다면, 다소 암기식으로 공부하고 있는 걸 수도 있겠네요. 이와 관련된 문구를 매뉴얼에서 몇 개 인용할테니 참고 하실 분은 보시길 ㅇㅇ


단순한 기억력이나 암기력 평가를 지양하고, 학력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을 측정하도록 출제한다.(언어영역, 17p)

언어 활동의 지엽적 용례보다는 본질을 보여 주는 자료를 통해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한다.(언어영역, 18p)

단순 공식이나 지식의 암기 여부를 확인하는 문항의 출제는 지양한다.(수리영역, 23p)



** 수능관점에서 어려운 문제는 어떤 문제인가

 가끔 사설 모의고사나 사설문제지를 풀다보면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어려운 문제가 등장해서 겁을 먹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풀기 까다로운 문제라고 해서 수능관점으로 어렵고 영양가가 좋은 문제인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수능에도 나오지 않을 어려운 문제를 풀면, 수능에 대한 오해가 생기고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능에 나오지 않을 법한 문제는 적당히 흘려버릴 수 있는 눈이나, 사설모의고사 점수는 너무 신경쓰지 않는 자세가 필요한데요. 수능관점에서 어떤 문제가 어렵고 배울 점이 많은 문제이고, 어떤 문제가 풀기만 까다로울 뿐 영양가가 없는 문제인지 간단하게 알아봅시다.


 배점에 관해 매뉴얼에 나와 있는 문구를 인용해볼게요.


『문항당 점수는 교육내용 상 중요도, 문제 해결에 필요한 사고력 수준, 난이도, 문제 해결 시간, 변별력 등을 고려하여 1점, 2점, 3점 등으로 차등 배점한다.(언어영역, 16p)


『문항당 배점은 교육과정상의 중요도와 문항의 난이도를 고려하여 2점, 3점, 4점으로 차등

부여하여 총 100점이 되게 한다. 즉, 기본적인 계산 능력이나 사실적 이해 능력을 측정하는

문항은 2점문제해결 능력과 같은 고차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항에 대해서는 3점 또는 4

점을 배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수리영역, 24p)


『문항 당 점수는 교육내용의 중요도, 난이도, 소요 시간, 변별력 등을 고려하여 차등 배점한다(외국어 영역, 9p)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면, 

 국어영역에서 가장 알기 쉬운 건, 사고력 수준인 것 같습니다. 국어영역 행동영역 중 사실적이해, 추론적이해, 비판적이해, 적용·창의라는 영역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는 배가 부르다라는 문장이 지문에 있다면, 읽고 단순히 철수가 배가 부른가 보군하고 사실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철수가 배가 부르다면 밥을 먹은지 얼마 안 되었나보군하고 추론적이해를 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아무래도 추론적이해가 사실적이해 보다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사고입니다. 지문을 읽고 단순히 글씨 그대로 이해하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무래도 배점이 더 작겠죠. 


 수학영역의 경우는 앞선 칼럼들에서도 예시를 들었지만 단순히 공식을 대입해서 풀 수 있는 단순계산 문제는, 공식과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아도 풀 수 있는 쉬운 문제입니다. 따라서 배점이 작습니다. 반면 새로운 유형이어서 직접 문제풀이의 길을 만들어 풀어야 하는 문제는 배점이 높죠. 간단한 예시로 로그나 쉬운 극한 계산문제는 2점이죠? 



* 어렵지만 수능관점에서 별로 영양가 없는 문제

 사실 여기서 제가 강조해서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수능관점에서 어려운 문제가 어떤 문제인가 보다는, 풀기는 까다롭지만 수능 관점에서 쓸데없는 문제는 어떤 문제들인가 입니다. 


 쓸데없이 계산이 복잡한 문제는, 수능관점에서 그다지 영양가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문제를 푸는데 계산 과정에서 234x3456'같은 곱셈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면, 이 문제는 분명 풀기는 까다롭지만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걸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문구를 매뉴얼에서 인용할게요.

지나치게 복잡한 계산 위주인 문제의 출제를 지양한다.(수리영역, 23p)


 교과과정에 없는 내용을 묻는 문제는, 수능관점에서 필요가 없는 문제입니다. 수학과 같은 과목의 경우, 교과과정에 없는 공식을 이용해야 하는 문제지만 가끔 수학을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의 경우 머리를 굴려 공식을 도출해내서 푸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니면 학원이나 어려운 자습서에서 배워서 푸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수능은 수학천재나 교과과정 밖의 내용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을 원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교과과정에 대한 얘기는 하도 많이 했으니 더 하지는 않겠습니다 ㅎㅎ


 국어영역의 경우 답의 근거를 지문에서 찾을 수 없는 문제는, 풀기 까다로울 수는 있지만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수능 국어영역에서는 반드시 정답의 근거를 지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문에 그대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수능특유의 상식적인 사고선상에서 도출될 수 있는 내용 정도입니다. 사전지식이 필요하거나, 지문을 기반으로 기상천외한 발상을 해내야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문법 문제는 예외가 있을 수 있음) 참고로 수능특유의 상식적인 사고는 기출문제를 풀며 감을 잡아 나가야 합니다.

주어진 텍스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되, 일반화된 상식이나 기초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도 측정하도록 출제한다.(언어영역, 18p)


 관점에 따라 정답이 여러 개일 수 있는 애매한 문제는, 풀기는 까다롭겠지만 수능관점에서 무가치한 문제입니다. 수능은, 수능 특유의 사고과정으로 정답과 오답이 이분법적으로 확실히 나뉘는 문제만이 존재합니다. 특히 국어영역의 경우, 가끔 애매한 문제가 있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는데요, 수능에서 정답 시비의 소지가 있는 문항은 절대로 없습니다. 이런 오해가 안 생기게 특히 국어영역은 무조건 기출을 풀라고 하는 것입니다. 생각해봐요, 수능문제에 그런 문제가 존재했다가는 수능 끝나고 평가원에 항의 들어오고 관련 책임자 사퇴하고 난리가 날겁니다 ㅎㅎㅎ 관련 내용을 매뉴얼에서 인용하겠습니다.

정답 시비가 야기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건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가?(언어영역, 20p)

정답 시비의 소지가 있지는 않은가?(언어영역, 20p)


 심지어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도, 수능이 좋아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좀 재밌죠? ㅋㅋ 관련 내용을 인용하겠습니다.

『지나치게 어렵거나 쉬운 문항은 없는가? (언어영역, 19p)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는 없는가?(수리영역, 26p)


 또, 푸는데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한 문제도 수능에서 지양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맥락으로 제가 수능을 봤던 년도에는 ebs파이널 수학영역 문제들이 좀 쓰레기 같았죠 ㅎㅎㅎ 관련 내용을 인용하겠습니다.

한 문제의 풀이에 지나치게 긴 시간이 소요되는 문항의 출제는 지양한다.(수리영역, 23p)


 이렇게 예를 들자면 끝도 없겠네요 ㅎㅎ 더 많은 예를 떠올려보고 싶으신 분은 매뉴얼 언어영역 17, 18, 19, 20, 21, 28, 29p와 수리영역 23, 26, 27, 28p를 참고해보세요.


 아무튼 이런 이유로 사설모의고사가 내가 수능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판단하는데 어느 정도 연관은 있지만, 올바른 척도라고 하기는 힘들어요. 그러니까 제발 부탁드리는데 사설모의고사 못 봤다고 의기소침 해지고, 자신감을 잃고, 성적 떨어졌다고 불안해하고 하지 마세요. 사설모의고사를 보는 것이 의미없는 행동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그다지 결과에 연연할 필요는 없는 시험입니다. 수능점수보다 사설 점수가 더 안 나온다고 사설시험이 수능보다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문제스타일과 범위가 다른 시험일 수 있으니까요.

 물론 어느 정도 실력이 되신 경우에, 실전감각을 기르기 위해 평가원의 정신을 잘 반영한 좋은 사설모의고사를 풀어보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것을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건 당연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하지만 저는 이런 사설모의를 통한 실전연습은, 기출을 기반으로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후에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경우는, 좋은 사설모의고사가 어떤 건지 판단할 눈이 없으신 분이, 상위권이 이렇게 한다고 해서 따라하면서 혼란을 겪는 경우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3등급 이하인 분들은 괜히 다른 거 새로 풀지 말고 기출푸시는 걸 권장드려요.



** 왜 기출인가

 ‘수능을 준비하는 데는 기출만한 것이 없다. 기출을 풀어라. 아마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말일 겁니다. 이 말을 듣고 기출을 풀어보면, 사설 문제들이나 크게 어떤 점에서 차이를 가지는지도 잘 모르겠고, 기출이 양질의 문제라 그러는데 어떤 점에서 그런 건지도 잘 알 수가 없죠. 왜 기출을 풀어야 할까요? 한번 알아봅시다.


 익히 들으셔서 알겠지만, 기출은 질이 좋고 영양가가 많은 문제입니다. 질이 좋고 영양가가 많은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 가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기출문제가 질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봅시다


 기출문제가 질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능 문제는 수능출제 위원단들이 문제를 정말, 진짜, ㄹㅇ, 대단히 열심히 만들어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수능문제는 고교교사,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출제위원단이 약 한 달간 합숙을 하며 문제를 만듭니다. 말이 좋아 합숙이지, 사실상 감금이에요 ㅋㅋㅋㅋ 우리나라에서 수능이 좀 큰 이벤트입니까? 문제 유출이라도 되면 나라가 발칵 뒤집히겠죠? 외부전화는 모두 통제되고, 꼭 통화를 하려고 하면 허락을 받아서 하는데 그것도 녹음되고요. 쓰레기마저도 감시를 받는답니다. 한 달 동안 감금되어서 문제만 만드는 겁니다 ㅋㅋㅋ 사설 모의고사나 사설 문제지 만드는데 이렇게까지 할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설을 폄하하자는 게 아니라 기출문제는 이렇게까지 열심히 만드는 문제인데 기출이 영양가가 더 없으면 더 억울한거죠 ㅇㅇ


 시간적으로도 많은 시간을 쏟지만, 만드는 마음가짐도 다를 겁니다. 사설 문제집의 경우 만약 오류문항이 있다 해도, 신고 들어오면 신고 한 사람한테 문화상품권 쥐어주고 개정판 낼 때 수정하면 그만이죠. 하지만 수능문제에서 오류문항이 발견된다면? 온갖 매스컴이 떠들썩하고 난리가 날겁니다. 과거 문제오류로 평가위원장님이 사퇴한 일도 있었죠. 출제위원단들도 대한민국 사람인지라 수능시험이 우리나라에서 가지는 의미가 어떤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만약 여러분이 수능 문제를 만든다고 해봐요, 가벼운 마음으로 슥슥 만들 수 있을 것 같나요? ㅎㅎ 자연스레 본문제 보고 또 보고 하게 되지 않을까요?


 실질적으로 한 달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무슨 고생을 하며 문제를 만드느냐. 국어영역으로 간단히 얘기하면 국어영역 문제를 내며 출제전반에 관련해 고려해야할 원칙은 9가지이고, 지문을 선정할 때 고려하는 것은 13가지가 넘고, 문항을 검토하는데는 출제전반에 관련하여 점검해야 할 사항이 8가지, 문두와 관련 된 것 4가지, 답지와 관련된 것이 8가지, 정답지와 관련된 것이 4가지, 오답지와 관련된 것이 4가지 등이 있어요. 그 점검해야 하는 것 중 까다로워 보이는 것 몇 가지만 제시하면


제7차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추어 출제한다.(17p) 

그 내용과 수준이라는 것의 참 애매할 것 같아요. 하긴 그래서 가끔 난이도 조절 못했다고 욕먹기는 하네요 ㅎㅎㅎ


시중 참고서나 모의고사, 학원 교재, 신문 등에 그대로 나와 있는 문항은 없는가?(19p)

이거 어느 세월에 다 점검해봅니까? ㅠㅠ 아 ㅠㅠ


특정 교과서를 사용한 학생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은가?(19p) 

이것도 어느 세월에 교과서 다 뒤지고 앉아 있습니까 ㅠㅠ


『배점에 비하여 문제 해결 시간이 너무 짧거나 긴 것은 없는가?(20p)

이런 것도 시간을 무슨 기준으로 측정하는지 힘들듯


내용 중에 가장 끔찍해 보였던 건

『지문이 확정되면 구체적인 문항 출제에 들어가는데, 이때에는 문두와 답지, 자료에 대한 꼼꼼한 점검이 이루어진다. 역시 각각의 문항에 대한 출제자 전원의 상호 토론과 해당 문항 출제자의 답변으로 검토가 이루어지는데, 논리적으로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자료나 문항, 교육적 가치 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자료나 문항에 대해서 걸러 내는 작업이 병행된다. 만약 이 단계에서 제시하였던 문제를 포기하게 되면 지문 선정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NOoooooooooo-

 사실 원래 국어영역 별로 마음에 안 들어 했는데 고3 8월엔가 9월엔가 이거 읽고 이렇게 고생해서 만든 문제인데 열심히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ㅋㅋㅋㅋ



* 질 좋은 문제란?

 아무튼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만든 기출문제의 질이 어떤 부분들에서 차이가 나느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몇 가지만 꼽아볼게요.


 첫째로, 모든 기출 문제에는 반드시 분명한 평가목표와 출제의도가 있습니다. 국어영역의 경우 글을 구조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가를 평가한다든가, 수학영역의 경우 접선의 방정식을 구할 수 있는가, 공식을 활용할 수 있는가를 평가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이런 문제는 평가하는 요소에 합당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문제를 풀 수 있죠. 즉, 위의 예시에서 글을 구조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문제는, 글을 구조적으로 분석해야 문제가 풀린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적당히 찍어서 풀지 않고, 출제의도에 맞게 문제를 푼다면 글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연습을 하며 수능에서 요구하는 사고력이 길러질 수 있어요. 또 그 문제를 분석함으로써 같은 평가목표를 가진 다른 수능문제를 대비할 수도 있죠. 반면 기출이 아닌 경우 문제의 겉모습만 비슷하게 흉내 낼 뿐 출제의도가 뚜렷하지 않은 문제가 존재할 수 있어요. 그런 문제는 풀어도 수능에서 요하는 사고력이 온전히 길러지지도 않고, 분석해서 얻는 것도 적습니다.


 둘째로, 모든 기출은 수능의 출제범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앞서도 많이 얘기한 부분이죠 ㅎㅎ 꼭 기출 외의 문제가 특별히 성의가 없거나 수험생을 괴롭히려고 출제범위에 벗어나는 문제를 내는 건 아닙니다. 사실 출제범위 안에서 풀 수 있느냐 없느냐는 판단하기는 다소 애매한 부분이고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이죠. 가령 수학의 경우 간접범위의 비중이 큰 문제는 수능 범위 밖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판단하기가 다소 애매한 부분이죠. 또 문제 하나하나 교과서 뒤져가며 교육과정에서 벗어나는지, 안 벗어나는지 확인하는 것도 엄청난 근성을 요구하는 작업일 것 같네요. 괜히 기출 외의 문제를 풀며 수능에 나오지도 않을 거 공부하느라 시간 빼지도 마시고, 이것도 알아야 돼?하고 겁먹거나 수능에 대해 오해하지 마시길.


 셋째로, 수능에는 수능 특유의 문제스타일과 특유의 사고과정에 의한 답 도출방식이 존재합니다. 스타일은 여러 가지 요소에서 나오는 데요, 가령 수능은 복잡한 계산을 지양하기 때문에 교과서나 여타 문제지와는 다르게 숫자가 깔끔하게 나온다든가, 아니면 합답형과 같이 수능 특유의 유형들이 정해져 있어서 그 유형을 제외한 유형의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든가 등이 있죠. 뭐라 딱 언어로 규정하기는 좀 애매한 부분이지만 문제스타일이란 건 분명 존재합니다.



** 수능시험 공부는 유한하다

 수능시험은 뚜렷한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 시험이고, 범위가 정해져 있는 시험입니다. 문제에서 평가하려는 개념과 능력이 뚜렷하게 정해져있으며 한정돼있고, 따라서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개념과 능력도 정해져있고 한정돼있어요. 수능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개념과 능력들이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고, 개념공부와 기출문제를 위주로 문제풀이를 통해 그 개념들과 능력을 익히고 다지면 누구나 높은 점수를 맞을 수 있는 시험입니다. 수능 문제는 틀리라고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문제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학생들보고 풀라고 만든 문제들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끔 서점에 가서 수도 없는 개수의 문제지를 보거나, 친구가 풀고 있는 어려운 문제를 보면 수능공부가 무한해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수능은 모든 문제를 풀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모든 수능문제를 풀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것이죠. 문제는 풀기 위해 푸는 것이 아니고, 풀 수 있게 되기 위해 푸는 것입니다. 시중에 몇 천권의 문제지가 있든, 몇 만권의 문제지가 있든 상관없어요. 



수능공부는 무한하지 않고 유한합니다.







Ps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한점 있으시면 댓글이나 쪽지로 자유롭게 물어봐주시고,

출처만 밝히면 퍼가시든 포스팅을 하시든 부분만 떼가시든 자유롭게 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이건 아닌것 같은데 하는 의문점이 드시는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주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Ps2. 최신 평가원 자료는 아래의 링크에서 가져왔습니다

글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더 많은 자료가 있으니 혹시 참고하세요

http://www.suneung.re.kr/sub/info.do?m=0401&s=suneung


출제과정의 감금생활과 관련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11/22/0200000000AKR201711221821000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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